언제부터인가 콩이 좋아졌다.
10대, 20대 때 가끔 먹던 콩국수는 이게 무슨 맛이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무 맛을 못 느꼈다.
언젠가 식당에서 지금의 아내와 콩국수를 먹는데 사장님이 국수는 남겨도 되니까 국물을 다 먹어야 된다 말을 들었다. 그때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대충 먹는 시늉을 하였지만 고백하자면 콩국물의 참 맛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가끔 시장에서 팔던 콩국물(이에 경상도식이긴 한데 시원한 콩국물에 국수처럼 만든 우뭇가사리 넣어 먹는 일종의 디저트)을 사 먹기는 했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먹었던 기억인데 그 시원함과 구수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마트나 시장에서 콩국물을 보면 가끔 사서 먹는다. 구수함과 시원함이 늘 좋다.
어느 순간 콩을 삶게 되었다.
콩이 건강에 좋은 점이 많음은 검색만 하면 수두룩하게 보인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어릴 적 엄마와 먹었던 콩국물의 구수함이 뇌리에서 늘 맴돌았다. 대략 두 가지 이유로 콩을 삶게 되었다. 처음에는 콩국수를 해 먹으려고 삶게 되었는데 점차 예전 기억의 맛, 콩국물에도 도전하게 되었다. 마트에서 우뭇가사리채를 본 것도 한몫을 했다.
콩을 삶는다. 불리는 시간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많이 불리면 삶는 시간이 짧고 반대면 삶는 시간이 길다. 보통 이 정도로 정리되었다. 콩을 삶으면 어느 순간에 콩이 통통하고 탱글탱글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가 대략 콩 삶기가 끝나는 지점이다.
뜨거운 콩을 식혀서 믹서에 갈면 된다. 해보니 대략 어른 밥숟가락으로 4개 정도에 물 200~300ml를 넣고 믹서로 열심히 갈면 얼추 콩국물 비슷한 모양새가 된다. 콩은 갈고 나서 두면 갈아진 좀 더 뻑뻑해진다. 아마도 갈아진 콩들이 붓기 때문일 것이다. 콩을 갈 때 물 대신 얼음을 넣어서 갈면 더 시원하다.
믹서에 갈아진 콩물을 그릇에 붓고 우뭇가사리를 넣는다. 우뭇가사리는 포장을 뜯어보면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난다. 맑은 물에 몇 번을 헹궈내면 냄새는 사라진다. 헹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그릇에 우뭇가사리를 넣고 콩물을 붓는다.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춰 먹어본다.
예전 맛이 날랑 말랑 거린다.
그래도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맛나게 먹어본다. 앞으로 종종 콩을 삶아야겠다. 이 생각이 지금까지 콩을 삶게 된 이유가 되었다.
헌데, 콩물을 해 먹으니 설사가 난다.
이유가 뭘까? 싶어 찾아보니 콩이 덜 익으면 그럴 수 있다고 하는데 콩을 불리는 시간과 삶는 시간을 늘려봐야겠다.
사람은 추억으로 산다. 예전 맛을 쫓아다니다 보니 내가 콩을 삶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맛을 찾아 음식을 만들지 모르지만 맛을 찾는다는 것은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작업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