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여 년 전 2010년 초에는 뇌동맥류라는 병은 낯설었다. 병을 먼저 발견하기보다는 뇌출혈이 발생하고 난 후 알게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병의 예방적 치료도 지금보다는 덜한 편이었다. 그리고 MR이 건강검진에 쓰이던 때로 접어들던 시대였다.
발견은 되는 데 원인은 몰랐다.
서울로 예약을 하고 진료를 갔다. Y병원이었다. 뇌동맥류 명의가 있었다. 적어도 신문기사엔 그러했다.
병원의 예약 시스템은 그 당시로서는 참 놀라웠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시대 인대도 문자 링크를 통해 처음 병원에 오는 사람을 위해 영상을 보여줬다.
예약은 금방 되었다. 초진이라 그런 것 같았다.
서울로 가면 진료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사는 곳보다 빠르게 진료가 진행되었다.
믿음이 생겼다.
가지고 간 혈관조영술 자료와 MR자료 등을 본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뇌혈관 이식을 통한 우회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패할 확률 30%로 정도로 본다고 했다.
수술이라는 말에 머리가 텅 비었다.
뇌수술이라고 하면 머리에 하얀 붕대를 두르고 의식이 없이 콧줄로 영양액을 공급받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그런 이미지가 나에게도 있었다.
이어서 다른 방으로 옮겨 전공의 샘을 만났다.
수술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을 하면서 혈관을 이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회술이었을 것 같은 데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뇌혈관을 끊고 이어 줄 때까지 혈액공급이 중단될 것인데 그것은 바로 뇌경색이 아닌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약간은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혈관을 잇는다는 걸 단순하게 혈관을 끊어 다시 잇는 다고 생각했다. 우회술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 데 말이다.
너무 걱정하니까 상담하던 의사는 여기서는 매일 혈관을 잇는 수술을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목숨을 담보하니 온갖 의심이 생겼다.
다음 진료를 예약했다. 일단은 그렇게 했다.
확신이 서지 않았다.
머리를 수술한다는 것이, 상상하기 싫은 엄청난 이미지에 가슴이 답답했다.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콧줄을 끼고 멍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환자
아니면 반신불수가 되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
중환자실의 심전도 소리와 호흡 소리
희망을 갖고 찾아간 명의가 그런 말을 하니 더욱이 힘들었다.
멋진 병원 로비와 수많은 환자, 업적을 자랑하는 병원의 전시물, 무엇이든 해결해 줄 것 같은 병원 의료진의 모습이 그려진 벽, 모든 것이 완벽한데 그런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실패 확률이 30%가 넘는, 물론 성공할 확률도 70%라고 할 수 있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나에게는 100% 확률인 것이다. 심란했다. 그리고 방법이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