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그러던 어느 날

by Dr Jang

세월은 잘 흘러갔다.

첫 뇌동맥류 진단 이후 10여 년이 흘렀다. 걱정도 되고 불안도 했지만 뇌동맥류가 터질 확률이 연간 평균 1~3% 정도, 넉넉잡아 그렇다고 한다. 수술이나 시술이 잘못될 확률도 그 정도이나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했다. 물론 그런 확률은 크기에 따라 매우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pipe line stent, 즉 혈류 변환 스텐트 시술 케이스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아내의 뇌동맥류는 기존 코일 색전술로는 불가능하며 혈류 변환 스텐트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었다.

아내의 사정을 잘 알고 지내던 내과 의사 선생님이 건강 검진 때 제안을 하셨다.

뇌동맥류 확인도 한동안 하지 않았는데 한 번 하는 게 어떠냐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의사 선생님은 그 제안을 하고 나서 무척 후회했다고 했다. 만약 수술 중 잘못되면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은 뇌동맥류 수술이나 시술을 고려하는 신경외과 의사들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 세월도 한참 지났고 상태도 궁금했다.

전정신경염을 제외하면 비교적 건강 상태도 양호했다.

뇌동맥류는 전조 증상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두통 같은 것은 가끔 있었던 것 같다. 수술 후 두통이 상당 부분 사라졌으니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과 선생님이 소개해 준 영상의학과에 주말 예약을 하고 MR을 찍으러 갔다. 영상의학과 선생님은 자신도 뇌동맥류가 있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수납을 하고 아내는 검사실로 갔다.

깔끔하게 꾸며진 병원 내부를 감상하며 1층에서 아이스 카페라떼 한잔을 사서 올라왔다.


검사 시간이 있는 만큼 약간의 여유를 즐기려는 찰나 아내가 나왔고 곧 진료실로 들어갔다. 커다란 모니터 여러 개에 사진이 있었다. 누가 봐도 크게 보였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진료를 봐야 한다는 소견을 말했다.

진료의뢰서를 5군데나 써 줬다.

아내 말로는 간호사들도 저렇게 큰 뇌동맥류는 처음이라 놀랐단다.


우울했다.

잊고 지낸 시간 동안 좀 더 작아졌으면 했다. 의학이 좀 더 발달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아내는 아이들 좀 더 키워놓고 검사를 해 보려고 했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장 먼저 아이들을 생각했다.

판독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M2 부위, 약 30mm의 터지지 않는 뇌동맥류, 30미리라, 그동안 더 커졌다. 터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거의 10여 년 만에 본격적으로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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