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주사위를 던지다.

by Dr Jang

물리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확률적인 세계관을 비판하는 말이긴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늘 가능성을 생각하며 주사위를 던진다.


만약에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시술이 좋을까? 수술이 나을까? 문제는 그것이었다.

시술은 간단하지만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면이 있다. 수술은 반대다. 성공하기만 하면 그다음은 완치 판정을 받는다. 어떡하면 좋을까?


아내는 내심 시술을 바라는 눈치였다.


나인들 머리 수술을 한다고 하면 그리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공감이 갔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 부부는 수술을 결정했다.


결정하는 데 있어 카페에서 읽은 후기들이 도움이 되었다. 아내와 비슷한 사람도 수술하고 한 달 만에 업무에 복귀하였다고 했다. 남이 한 일은 그것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갔던 길이 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수술을 하기로 했다.


사실 그전에 B 병원 두 번째 진료를 받을 때 수술을 예약하기는 했다. 다만, 시술에 대한 미련이 있었기에 고민을 했었는데 결심을 하고 나니 후련했다.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의 느낌이라는 게 있다. 수술에 대한 느낌은 좋았다. 하지만 그건 지극히 나의 개인적 생각이었다. 새해가 되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좋은 느낌을 가지는가?라는 질문을 해 보면 덧없는 것이기도 하다.


수술 전 검사를 미리 하러 갔다. 올라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눈밭을 보며 둘 다 즐거워했다. 작은 것에서 행복해진다. 행복이란 큰 일 앞에서 서보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인데 말이다.


예전 여러 가지 일로 가족들의 병원 생활을 해 본 나는 최대한 짧은 동선으로 움직이며 시간을 절약하도록 계획을 했다.


사람이 무척 많았지만 혈액검사, X-레이, 심전도 등의 검사를 오전 중에 마쳤다.


시간은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재빨리 움직인 결과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 일 것이다. 모든 일에서 그렇다. 진인사대천명


점심으로 아내와 근처 파스타 집에 갔다.

처음 진료 올 때 점심을 먹었던 곳인데 맛이 괜찮아서 진료 갈 때마다 들렸다. 나중에 완치되고 나서도 여기서 근사하게 식사를 하고 싶었다.


사람은 그럴싸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했다. 냉정한 현실의 아픔은 희망이라는 진통제에 의해 희석되었다. 아픔과 희망의 진통제 속에 번갈아 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희망이 있으면 그래도 견딜만한 것이 인생이다.


어쨌든 선택을 했다. 수술 전 사전 검사를 받으러 간 것이 그 선언이었다.


일생일대의 모험이자 도박이었다. 판돈을 걸로 주사위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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