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에어컨을 켠 교실을 나서면 느껴지는 몸통 가득 휘감아 들어오는 뜨뜻한 기운이 여름임을 말해 준다. 여름이 오는 또 한 가지 증거는 아이들이 산만해지고 사고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여름의 아이들은 순수하지만 영악하고 단순하지만 복잡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개인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한 녀석이 뭔가 불만을 가득 가진 얼굴로 다가온다.
담임이 아니라서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할머니가 줄넘기를 사주지 않는다고 줄넘기 가져오지 않은 이유를 물을 때 대답한 녀석이다. 덩치도 좋고 힘도 세게 생겼다. 물론 성격도 한 성깔 한다. 녀석의 말을 들어보면 틀린 말도 아닌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분이 나쁘면 끝까지 상대방에게 이야기한다. 그럴 때 보면 말도 잘한다. 기분이 나쁘면 약자인척도 한다.
내용을 들어보니 줄을 서서 체육관을 도는 데 다른 아이가 자기 앞에 갔단다.
아이들 수준에서는 순서가 중요한 데 그걸 다른 아이가 어겼는 게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걸로 뭐라 하기에는 좀 그렇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있다 모두 앉으려고 하는 데 그 녀석 앞을 한 여자애가 지나갔다.
평소 그 여자애를 맘에 들지 않아 했던 그 녀석이 한마디 했다.
“바보”
분명히 내 귀에도 그리고 그 여자애 귀에도 들렸다.
그 여자애가 따졌다.
무슨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주변 아이들도 웅성 거렸다. 자신들도 들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녀석이 딱 잡아뗐다.
그 특유의 우김과 말발로 아이들을 압도했다.
불만이 가득한 아이들의 표정은 둘째치고 그 녀석의 당당함이 우스웠다.
자신이 불리한 내용은 절대 말하지 않고 우기기
그래, 녀석들도 인간이다.
그 여자애도 사실문제가 좀 있다.
잘 어울리지 못한다.
아직은 어리지만 더 크면 문제가 될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누가 지적하면 화를 내거나 하는, 그런 특징이 있었다. 말을 들어 보면 자신이 억울하다거나 친구들이 나쁜 말을 했다는 것인데 사실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도 있다. 보통스럽지 않기 때문에 보기에 주변 아이들도 불편한 것이다. 액면 그대로 보면 그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나쁜 거고 좀 더 들여다보면 그걸 유발하는 그 친구의 특징도 문제다.
인간관계 일방적인 것이 어디 있으랴.
그런 생각을 순간적으로 다 하고 나니 머리가 띵하다.
당장 눈앞에 자신이 그런 말 한적 없다는, 나는 들었던,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