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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ul 15. 2017

#5. 고즈넉한 남한산성의 밤은 그렇게 흘렀다

중년 남자의 일탈(2)

반차를 쓴다.

7월의 금요일은 반차를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늘이 7월 들어 두 번째 반차다.


"어디 가시나 봐요?"

동료 직원이 묻는다

"아니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소소한 일상을 누릴 계획이다.

남한산성이 지근거리에 있다.

순환도로를 타고 드라이브 삼아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구불구불 오밀조밀 초록의 향연을 만끽하며 운전하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산성 안에서 한가한 저녁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남이 보기엔 별것 아닌 일이지만 나에겐 상큼한 일탈이다.

헐렁한 바지에 모자 하나 뒤집어쓰고 슬리퍼를 직직 끌어가면서 왼손엔 뽀돌이, 오른손엔 미소를 데리고(푸들) 아내와 함께 하는 저녁을 그린.




산성 안에 들어왔다.

개굴, 개굴, 개굴.

개구리의 합창이 들리는 이곳 "여담 초가집" 앞 개울가에 자리를 잡았다.

난데없이 개구리 한 마리가 돗자리 위로 뛰어든다.

자기 집 앞마당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가 거슬렸나 보다.

작은 소란을 뒤로하고 팔짝팔짝 개울 숲으로 들어가 버린다.


소란이 진정되고 나니 쪽으로 고목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찰칵"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주변을 걷는다.

조명 빛을 머금은 광경이 우리 부부의 말문을 열게 한다

"예쁘네"


PM 11시 20분.

너무 늦었다.

이제 서서히 내려갈 시간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선 해석이 보인다.

그래서 또 한컷을 담았다


"찰칵"

"이곳은 희망의 역사입니다"

글을 정리하고 나니 새 날이 시작되어 있었다.

12시 46분


나는 아직 어제의 사람이었다.

글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새날임을 알았다.

이제 어제의 기억을 보내야겠다.

그래야 새날이 들어올 테니 말이다.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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