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범 Nov 24. 2016

#05. 간병 지옥

간병을 이유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간병 지옥은

‘간병살인’, ‘ 간병 독신’, ‘간병 자살’을 일컫는 말이다. 간병을 원인으로 하는 문제 때문에 삶이 곧 지옥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혹시 결혼을 전제로 배우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검진을 실시했었는지 묻고 싶다.

당혹스러운 질문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외동딸이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도 외아들이다(형제가 없는 자녀가 많으니까)

문제는 시 어머니 되실 분이 치매를 앓고 셔서 간병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요양 기관에 맡기려 하지 않는다. 부부간 금술이 남 달랐기 때문이다.

예비신랑은 자신의 버지에게 어머니 수발을 맡겨놓고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아버지와 함께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단 하나뿐인 핏줄이기 때문이다.

그 모든 수고를 아들인 예비신랑이 외면할 수 없듯 외 며느리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을 살아야 할 위험이 커진다. 싫은 일이고, 속상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길게는 수년 동안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 치매 간병이다. 당신이 외 며느리가 되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만일 당신이 그와 같은 조건을 가진 예비 사위에게 딸을 보내야 하는 부모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일본 ‘동양경제(주간 경제지)’ 2010년 10월 23일 자 기사에 이런 글이 실렸다.

‘어머님이 쓰러졌다. 뇌경색이다. 목숨은 구했지만 남은 건 침대생활이다. 얼마 후 치매 진단까지 나왔다. 아내를 설득해 집에서 모셨다. 요양시설을 생각했지만 효도 부담과 친척 압박에 굴복했다. 이게 실수였다. 갈수신체·정신적인 간병 피로가 쌓였다. 신경질적인 반응이 집안 공기를 지배했다. 결국 아내가 가출했다.

아내를 찾은 곳은 건널목 앞이었다. 

넋 나간 표정에서 남편은 소 쳤다'


한양대학교 전영수 교수는 ‘간병을 이유로 정상적 경제활동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간병인의 80% 이상은 여성으로 ‘간병= 여성’이라는 웃지 못할 등식이 성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40~50대 중년의 간병 은퇴가 높다. 일본 정부는 가족 1인당 93일을 간병휴가로 쓸 수 있도록 법으로 정했지만 이용률은 5.8%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시설에서 하는 간병이 아니라면 잘 다니던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돈이다. 

이미 예측했겠지만 간병 때문에 은퇴를 하는 경우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기 어렵다. 막대한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 육체적 수고는 배우자와 가족을 지치게 할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의 고통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간병 살인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저지르는 살인이 아니다. 

물론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쯤에서 끝낼 수밖에 없는 살인이 적지 않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함, 헤어날 방도가 없는 경제적 압박감,,, 이는 극단적 선택, 간병 살인, 간병 자살을 부른다. 그들에게 있어 간병이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의 여유도 허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간병 독신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결혼하기 싫어서, 혼자 살고 싶어서 결혼하지 않는 독신과는 구별되는 독신이다.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의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는 것이 간병 독신이다.

간병지옥의 삶

결혼은 당사자 만의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결혼하는 시대는 과거의 유산이 되었다. 사랑하는 남녀 간의 결합인 동시에 가문과 가문의 연결이고  살아온 삶의 방식과 문화의 연결이 결혼이다.

이처럼 여러 변수를 가진 이해관계가 수용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축하받는 결혼이 가능하다.

결혼은 배우자의 책임과 의무까지 함께하는 포괄적 의미를 가진 약속이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배우자가 될 사람의 부모가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면 당신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혼해서 간병의 수고를 짊어질 수 있겠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04. 출근하지 않는 남편과 30년을 살아야 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