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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Sep 20. 2017

#19. 당신은 중요한 사람인가요?-(3)

업무적 연관성에서 살펴본 나의 역할 인식

17년 차 강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부침이 심한 강사 업계에서 17년의 강의 경력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죠? 이제 은퇴를 5년 앞둔 시점에서 내가 하일에서 어떤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업무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강사의 역할입니다.

얼추 7~8년은 된 것 같습니다. 부산 해운대의 어느 호텔에서 보험영업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장비를 운전하다가 큰 빚을 지고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찮게 보험영업에 입문하기 위한 자리에 있었던 분의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보험영업을 하기 위해서 참석한 자리는 아니었답니니다. 주변 사람의 권유에 못 이겨서 그냥 시간만 때우다가 갈 요량으로 앉아있었는데 그것이 그분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강의를 마치고 수개월이 흐른 어느 날.

금산에 소재한 H 손해보험 연수원에서 그분을 만났습니다

연수원 복도를 걷고 있는데 등 뒤에서 다급하게 부르소리가 들렸습니다

“강사님, 강사님?”

뒤를 돌아보니 헐래 벌떡 뛰어 오는 젊은 남자소리였습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되물었습니다.

“저요?”

“네, 강사님, 잠깐만요?”

그래서 우린 복도에서 잠깐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교육에 들어가야 했으니까요?


“강사님, 혹시 저를 기억하시나요?”

“글쎄요,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러실 거예요, 얼마 전에 부산 해운대에 있는 호텔에서 강의하신 적 있으시죠?”

“네, 해운대에 간 적이 있긴 한데”

“그 호텔 교육장에 제가 있었거든요. 그때 강의하신 걸 들었거든요”

“아~ 네 그러셨군요. 그런데 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네~ 근데 웬 감사죠?”

“사실 그날의 저는 보험을 해 보려고 교육장에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친구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시험을 보고 끌려 오다 시피 앉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강사님의 2시간 강의가 저로 하여금 보험을 해 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의 태도는 바뀌기 시작했고, 보험 영업이 매우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그랬군요, 그렇다면 제가 감사를 드려야죠. 감사합니다”

“아휴~ 아닙니다. 제가 감사하죠. 지금은 소득도 많이 올라서 중장비 하면서 지었던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머지않아서 좋은 결실을 맺을 것 같습니다”


우린 그렇게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서 연수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는 억대 연봉자의 반열에 올라있었고, 부산에 있는 모 대학에서 잠깐씩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것은 강사의 말 한마디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물론 모르지 않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증거를 확인하게 되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더 강열 해 지기 시작했죠. 아마도 강사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지만 그날의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역할은 연구 개발입니다.

강사의 생명을 오래도록 지속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검증된 콘텐츠가 있는가 하는 것이겠죠

강사들에게 콘텐츠는 영원한 목마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만의 콘텐츠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 하지만 세상엔 나만의 것이 존재할 리가 없다는 것을 이내 확인하게 되곤하죠. 그렇다면 나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에 이 곳 저곳 유명한 강사들의 강의를 듣고 배우기 위해 교육 수강을 신청하곤 합니다.

그래도 콘텐츠에 대한 목마름은 해갈되는 법이 없죠?

나만의 원칙을 갖기로 했습니다.

“절대로 남의 것을 베껴서 강의하는 COPY강의는 하지 않겠다”

“콘텐츠도 COPY하지 않겠다”

“어쩔 수 없이 COPY를 해야 한다면 키워드만 빌려오고 내용은 고민의 흔적이 담겨진 나만의 생각으로 채우겠다”


이런 3가지 원칙을 실행에 옮기다 보니 PPT 한 장을 꾸미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떨 때는 PPT 1장 완성하는데 하루를 보내기도 하죠.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교안에 대한 애착이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서툴고 투박해 보일 수 있겠지만 고민의 흔적이 읽히는 강의를 하겠다는 각오는 계속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쓰는 일입니다.

이 또한 누구나 꿈꾸어 보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 일 수 있습니다. 지나고 보3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 “이기는 세일즈엔 비밀 공식이 있다”, 2016년 “시장개척 비밀 공식, 헤드핀을 공략하라!” 2017년 “생애 후반의 함정”이 그것입니다

앞서 두 권은 편이상 사외 출판을 할 수 없기에 사내 출판(H손해보험사)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각각 5000부, 3000 부를 찍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생애 후반의 함정"은 사외 출판으로 저의 첫 번째 출간 도서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출간 도서이기 때문에 서점에서 구입할 수는 없지만 시대적 흐름상 온라인 도서 구매도(예스 24, 알라딘……)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1년에 한 권씩 출간이 된 셈이네요. 또 한 권의 책을 탈고 중에 있습니다. 법정 정년까지 남은 5년 동안 매년 1권 이상의 책을 사외 출간한다는 목표를 갖고 써 나가고 있습니다.  이 또한 고민했던 것들을 기록하기 위한 것으로 내가 하는 역할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brunch에 글을 쓰는 일입니다.

물론 직접적인 업무적 연결성은 없지만 은퇴 이후를 위한 나만의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숨 쉬는 통로라고나 할까요? 평소 고민했던 글을 세상에 선 보이는 특별한 창구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현재 6개의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는데, <half time 그 너머의 인생 위험>이라는 매거진을 필두로 <자기경영 사람 경영> <아재 수첩> <중년 스케치> <The ship> 그리고 <sales의 차이를 만들어라>라는 매거진입니다.

향후 4개의 매거진을 추가해서 총 10개의 매거진을 통해 독자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려 합니다.


마지막 한 가지 업무적으로 중요한 역할은 인생후배들을 위한 새로운 시도입니다.

이 또한 직접적인 업무는 아니지만 연관성이 있기에 업무적 역할로 분류하였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제가 있는 조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다 보니 강사로서 나이 듦의 모습, 은퇴 후를 대비해서 준비하는 모습 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내겐 발등에 떨어진 일이고  시급한 일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당장 2017년 9월 30일 기준으로 퇴직금 중산 정산을 신청해야 합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가는 세월을 막아설 수는 없지만 세월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더 뻔뻔해 질까 합니다.

Brunch 작가 활동도, 책을 쓰는 것도, 외부 강의도 거절하지 않고 부딪히면서 경험치를 쌓아가는 것도, 어쩌면 지금 내가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 중 하나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니다. 하지만 재미있고 즐겁게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계기 있습니다. 긍정성을 강화하는 교육을받을 일이 있거든요(스트렝스가든/긍정심리강점전문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 같은 생각을 이어가지 못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 앞서서 걸어가며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기회와 위험이 상존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발자국을 남기고 싶습니다. 후배님들에게도 다가올 미래의 어느 날을 위해 또 한 가지의 선택 옵션이 될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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