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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Sep 21. 2017

#20. 당신은 중요한 사람인가요?-(4)

기타 역할

자신이 중요한 사람인지 알기 위해 고민했던 질문 "당신은 중요한 사람인가요?"에 대한 4번째 마지막 글입니다.

 지금까지 14가지 나의 핵심 역할 중에서 관계적 측면에서 6가지, 업무적 측면에서 5가지 역할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타 역할로 분류한 3가지를 더하여 매듭지을까 합니다.


먼저 기타 역할 중 한 가지는  나무, , 채소류 등을 가꾸는 일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내 안에 여성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평소 거들떠보지 않았던 식물들에 대한 애착이 더해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해마다 봄철이면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헌인릉 꽃 화훼단지에서 꽃과 채소류 등을 사다가 심고 가꾸는 과정에서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 생명의 신비감 등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곧 죽을 것만 같은 식물도 적당한 햇볕과 수분이 더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아나곤 하니까요. 감나무의 경우도 작년에는 풍성한 과실을 선사하더니 올해는 단 하나의 감(대봉)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격년으로 대봉 감이 열리는 개수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난초의 이름은 모르지만 2년을 주기로 꽃을 피운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실제로 꽃 몽우리가 벌어질 듯하더니 간밤에 활짝 피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이내 꽃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화려한 날, 아름다움의 기간이 생각만큼 길지 않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역할은 강아지와 친구가 되는 일입니다.

푸들 두 마리를 키우는 데 12살 뽀돌이와, 6살 미소가  주인공입니다.

강아지들이 오기 전의 우리 집은 절간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12년 전 딸아이의 극성에 못 이겨 밤색 푸들 뽀돌이가 오면서부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제일 큰 변화는 웃는 일이 많아진 것입니다. 5분만 헤어졌다 돌아와도 극하게 반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나 싶더군요. 그런데 하얀색 푸들, 미소가 들어오면서 강아지들의 애교 경쟁이 불꽃을 튀기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사이가 나쁘지 않기에 여러 면에서 긍정적 상승작용이 나타납니다. 뽀돌이만 키울 때는 외식도 쉽지 않았습니다. 음식점에 데려갈 수가 없으니  집에 남겨두는 날이면 흐느끼는 뽀돌이의 신음소리 때문에 가슴 아팠는데 미소가 들어오면서 그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서로 의지하다 보니 외로움이 덜 한 까닭이겠죠? 미용을 할 때도, 산책을 할 때도 서로 의지하면서 지켜주는 모습을 볼 땐 사람보다 낫구나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강아지 관라고 해봐야, 산책시키고 밥과 간식 챙겨주고, 평소에 제 무릎을 빌려주는 일과 목욕시키는 일, 잠잘 때 함께 품어주는 것이 고작이지만 내겐 거르고 싶지 않은 중요한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연수원에 숙박을 하고 있을 때면 눈에 아른거리고 괜스레 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제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을까요? 그들은 제가 보살펴야 할 하늘의 선물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내와 함께 가사를 분담하는 일이 내겐 14번째 중요한 역할입니다. 모시고 있는 아버님이나 출가한 동생들 보기에도 민망스럽게 주방 일은 물론이고 세탁기를 돌리고  집안 청소에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가사의 거의 모든 영역을 같이한다고 하면 팔푼이 소릴 들을지도 모르지만

외면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꾀를 부리면서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없진 않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다하지 않습니다. 재미없는 일이 아니니까요.

역시 여성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까닭일까요?  

가사 노동을 끝낸 후 아내의 칭찬 한마디가 더해지면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없더라고요. 물론 다른 남편들도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을 알지만 중요한 건 내가 한다는 사실 아닐까요?


지금까지 "당신은 중요한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관계적 관점, 업무적 관점, 그리고 기타 항목을 더해  핵심 역할 14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구나"

"그런 일도 척척 해낼 줄 아는구나"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친구구나"


이렇게 자신을 인정하고 믿어주는 자기 愛가 강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 님도 자신의 역할을 정리해 보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직접 해서 보여주는 건 다르죠?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막상 적어보고 그 이유를 누군가에게 선언하듯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쑥스러운 일이고, 뭐 이런 것도 역할이라고 하면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에 생각을 더해보면 그 역할은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결론에 봉착하게 되더군요.


우린 필요 이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그 관심의 절반 만이라도 나 자신, 즉 내면의 나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스스로 꽤 괜찮은 사람,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 모든 것도 따지고 보면 긍정의 힘을 믿으면서부터 나타난 변화입니다. 전엔 그렇지 못했거든요. 

 

나를 켜우는 말 / 이해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 도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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