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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Sep 28. 2017

#38. 적극적 퇴직준비

당신도 조직에서 죽어야 하는 그날은 다가온다.

법정 퇴직 60세 시대!

하지만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퇴직도 60세일까?

현실적 선택은 발표되는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53세~55세 전후에서 가장 많이 퇴직을 결정한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자료 하나가 발표되었다.

2015년 UN이 생애 주기를 5단계로 나눈 것이 그것인데 특히 대한민국의 중년기에 해당하는 40세~60세 구간이 주목을 끌었다.                                   

UN의 구분 방식을 적용하면 대한민국의 퇴직 시점은 청년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참 일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대한민국의 사회적 통념이나 제도적 시각은 퇴직해야 하는 선배 일 뿐이다.


대구시 수성구청에서 강의를 했던 때의 일이다.

식전 행사의 일환으로 수성구에서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원장님이 3곡의 노래를 불렀는데 마지막 곡이 노사연의 <바램>이었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때문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에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 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지만 <바램>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 날 따라 원장님의 노래 실력 때문인지 노랫말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구절절 공감이 가던 노랫말은 후반부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구절에서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강사의 입장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서 슬쩍슬쩍 닦아냈지만 여기저기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은퇴를 계획하지 않으면 힘든 은퇴를 하게 된다. 여가에 소질이 없다면 삶에도 소질이 없는 것이다. 삶이 지루해지기 시작하면 인생에서 퇴장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왔다는 뜻이다” 

- 어니 J. 젤린스키 -


<노인복지법 노인> 65세 이상.

<국민연금법 노인> 60세 이상.

우리나라 중년과 노인을 가르는 사회적 분기점이다.


생애 100년을 인생 시계로 비유하면 60세는 14시 24분, 65세는 15시 36분에 해당한다.

오후 3시 언저리는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가끔은 사다리 게임을 통해 오후 간식을 책임질 비용을 각출하는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60세(14시 24분), 65세(15시 36분)는 한창 일해야 하는 시간임에도 조기 퇴근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노년교육 연구회 <은퇴 수업>에서 역사적 업적의 35%는 60대에서 80세에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또한 23%는 70대에서 90세에, 80세~90 세로 함축해도 6%가량 역사적 업적이 성취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퇴물이라고 취급되는 시점에서 역사적인 업적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

또 베르나르 베르배르의 단편소설 <나무>의 “황혼의 반란”편을 보면 주인공 프레드가 저항 운동을 함께하는 동료 노인(콩트랑)의 장례식에서 <노인 하나가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할 만큼 노인의 가치는 사회적 통념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라는 호칭, 이제는 지어입니다”.

최근 노인 복지회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철수 할아버지’ ‘영희 할머니’식으로 부르면 대뜸 000 씨로 불러라”라고 말하는 고령층이 많다고 한다.

동아 일보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량(48%)은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주목할 연령층은 50대로(55%) 전 연령층에서 최다를 이루고 있다. 이미 시작된 베이비부머 세대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20대에서도 42%가량이 70세를 노인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세대 구분 없이 노인의 분기점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동아일보 2017.2.13 기사 참조>


법률적 변화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새 정부의 무임승차와 관련한 입장을 확인한 뒤 헌법소원을 낼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 이것은 이미 예고된 화약고라고 할 수 있다. 저 출산 고령화의 등식이 성립되면서 대한민국 인구 구성비의 균형이 깨졌다. 2040년이 되면 65세 인구 비율이 32.3%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인구 3명 중 1명이 지하철을 공짜로 타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금도 7개 지하철 연간 손실액이 5,000억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미래의 손실액은 상상하기 싫어진다. 그나마 지하철 여행이라도 하면서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었던 사회적 특권도 이젠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의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게 되면 국가적으로 1년에 3조 원의 기초연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금을 내야 하는 젊은 층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는 재정 부담 완화가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는 보편적 복지의 축소라는 반론을 야기하게 된다.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세대 간의 첨예한 마찰을 잉태한 채 점점 더 냉정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젠 나이를 먹었다고 예우받는 시대는 과거의 유산으로 남겨져야 할지 모른다.


적극적 퇴직준비!

스스로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대다. 다만 경제적인 관점만 아니라 활동적 관점(취미, 여가, 봉사…)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그런 것을 준비하는 것은 사치 아닐까 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면하면 관계지향적 사회에서 스스로 갇혀버리는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올림픽이 열린 해도 벌써 29년 전의 일이다.

대한민국을 오 필승 코리아의 함성으로 뒤덮었던 월드컵도 이미 15년 전의 이야기로 변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15년에서 30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60세의 시점도 마찬가지다. 직장 생활의 끝점은 그렇게 슬그머니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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