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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Oct 12. 2017

#11. 월급날

월급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본 보수가 아니기에 소중하다

"이제 11일만 지나면 월급날이네요"

추석연휴를 마치고 출근하는 첫날 동료 직원의 말이다. 연휴가 길었던 탓에 짧게 근무하고 월급을 받게된다는 우회적 표현이 아닌가 싶다.

'월급'

한 달 동안 수고한 것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다. 노동의 양과 월급이라는 보상의 크기는 비례하길 원하지만 받는 사람의 느낌은 늘 반 비례하는 듯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처럼 더 많이 소유하고픈 본능적 욕망을 제어하기 힘든 탓도 있을게다. 하지만 월급의 크기가 아니라 월급을 받는것에 초점이 맞추어진 사람에겐 윌급날이 주는 가치인식의 차이를 발견할 수있다.


보험사에 근무하다 보니 리쿠르팅에 얽힌 에피소드가 적지 않다. 월급날에 얽혀진 의미있는 기억이 하나 있다. 58세 정년을 마치고 61세에 보험사의 문을 두드린 중년이 그 주인공이.

(* 오래전 일이라 또렷하진 않지만 핵심내용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이야기를 첨언했음을 밝혀둔다)


[중년]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잘 모르시죠?

[나] (의아한 표정으로) ~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중년] 전 직장에서 수출입 관련 일을 했었는데 퇴직하면 그 일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창업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2년 만에 가진 것을 다 까먹었죠.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경험입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연관 업체에서 일하겠다고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받아주질 않았어요.  개월이 흘렀는지 정확지는 않지만 수개월이 지난 어느날  한 군데서 채용하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 하하 다행이네요?

[중년] 그럴까요?.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그 업체에서 전화가 왔어요, 채용 건은 없었던 것으로 한다는 거였죠.

[나] 네~  어떻게 그런 일이?

[중년] 그 회사 직원들이 브레이크를 걸었다네요. 자그마한 기업이라 그런지 직원들의 말을 쉽게 거절할 수 다는 게 이유였어요. 나이 먹은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을 채용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데요.  아무리 수출입에 잔뼈가 굵었어도 나이먹은 사람은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는 거에요. 맘대로 부릴 수도 없고요.

[나] 어이가 없네요. 뽑을땐 언제고...

[중년] 사장은 채용하고 싶어했어요. 소규모 업체라서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일의 전문성이 있는 만큼 나이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직원들은 그게 아니었던거죠. 그때 알았어요.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비추어는지......

[나] 참 많이 섭섭하셨겠어요?

[중년] 어쩝니까. 받아들여야죠. 그러던차에 보험일을 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벌써 일 년 전의 일인걸요

[나] 그랬군요. 그럼 그때 바로 하시지 왜?

[중년] 선뜻 내키지 않았어요. 사실은 보험 영업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고요

[나] 그럼 그 동안은 어떤 일을 하셨는지?

[중년] 특별한 일이랄 게 없더군요. 자가용 대리운전도 하고 막노동 판에서 소위 말하는 막일도 했어요. 아직 쉬어야 할 나이가 아니니까요?

[나] 보험일을 해야겠다는 이유가 있었을것 같은데요?

[중년] 설마 노가다 보다 더 힘들까 싶었죠. 생각은 단순했어요. 몸으로 하는 일을 해 보지 않은 터라 너무 힘들더라고요. 문득 보험일이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않을까요?

[나] 그야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죠. 여하튼 결심하셨으니 포기하지 마시고 잘 되시길 바랄게요


그로부터 약 3년 정도 보험일을 했는데 그분은 윌급날에 대한 나름의 지론을 갖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예정일에 급여를 받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건강상의 문제로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분이 던진 메시지는 강력했다. 


물론 많이 받는것도 중요하지만 월급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본 보수가 아니다.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월급날은 그래서 소중하고 가치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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