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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Nov 28. 2016

#1. 중년 남자의 일탈

(1) 성형외과를 가다




약 1년 전부터 아내의 잔소리가 심해졌다.

평소 쌍 커플이 있는 눈 나이가 들면서 눈 커플 처짐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세월이 요구하는 대로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만들어진 것이기에 부끄러울 것도 없는 계급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내의 생각은 달랐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강의를 하는 사람은 뚱뚱하면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내다. 이유인즉 뚱뚱한 모습으로 강의를 하는 것은 교육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동의하지는 않지만).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그와 같은 예를 들었겠지만 흘려버리기엔 울림이 너무 강했다. 

내에게 비친 내 눈은(눈꺼풀 처짐증)심각 그 자체였나 보다. 반 백 년 이상 사용했으면 이젠 고쳐가면서 사용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뻐지고 싶어서, 젊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굳이 외면하는 나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아내의 뜻을 거절로만 일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결국은 아내의 뜻대로 성형외과 상담을 받기로 하고 지루한 1년간의 전쟁을 끝내기로 했다.




 눈꺼풀에는 눈꺼풀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근육이 있는데 그 힘이 약해서 윗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고 눈꺼틈새가 작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눈꺼풀 처짐증, 의학적 용어로는 '안검하수'는 것이다.


수술을 받으면 눈 주변이 밝아진 느낌이 들면서 얼굴 전반적으로 젊어진 듯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말이 들어왔다. 소요시간은 대략 1시간. 부분 마취 술을 하는데 통증은 물론 멍이 드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애 처음 얼굴에 칼을 대는 일인데 얼마나 궁금한 게 많겠는가. 이것저것 걱정되는 것들을 질문하고 설명을 들어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추석 연휴에 맞추어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 당일, 수술은 비교적 간단했다. 양쪽 눈의 쌍 커플 라인을 따라 절개를 한 후 지방을 걷어내고 처진 부위를 잘라낸 다음 다시 쌍 커플 라인에 맞게 봉합하는 것으로 수술은 끝이 났다.


생각보다는 붓기도 적었고 아프지도 않았다.

다만 눈 주변이 뻑뻑한 것과 얼음찜질 함께 당분간 물을 묻히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 사항 외엔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수술이 잘 됐다는 것이다. 어디서 했느냐? 비용은 얼마냐? 아프지는 않은지… 질문이 그치질 않는다.

눈, 코, 귀, 입, 주름과 피부 상태 등, 얼굴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단 한 곳, 눈 커플 처짐증을 개선하는 수술만 받았을 뿐인데 이전 이미지보다 긍정적평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득 (特)이라는 글자가 생각났다. 

이 글자를 파자하면 持(가질지)丿(삐침)을 더한 것으로 특별하다는 뜻을 가진 特(특별할 특)이 만들어지는데  이런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이 들면서 내려앉은 내 눈꺼풀을(持)  

성형외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보완하면(丿)

보다 나은 이미지(特)를 만들 수 있다.(꿈보다 해몽으로 비치려나)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데 수간호사가 웃으면서 한마디를 보탠다. '이제 조만간에 보톡스 맞으러 오실 것 같은데요 수술이 잘돼서.'


 남자들도 보톡스를 맞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안검하수 수술을 받고 나니 수간호사의 말이 그냥 흘려지지 않는다.


내게도 그렇게 변신의 중년이 시작되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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