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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Nov 28. 2016

#2. 자신감이 떠난 자리엔 두려움이 주인 노릇 한다

(2) 스트레스는 괴물이었다

언제부턴가 생각의 날개가 꺾인 듯  늘 가지고 있었던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졌다. 강의를 업으로 하는 특성상 어떤 생각(?)을 사냥하고 이를 추리고 다듬어서 구체화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린다.


잘 풀리는 생각은  긍정을 자극하지만 그렇지 못한 생각은 심각한 고민을 부채질한다.


음식도 과하면 탈이 나듯 고민도 과하면 탈이 난다. 더군다나 두려움이 편승된 고민은 그 파괴력이 굉장하다.




얼마 전에  겪은 일이다. 

강사는 기회가 주어지면 그에 맞는 강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나 그래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잘할 수 있는 주제라 할지라도 말이다.

욕심이 앞선 나머지 강의 제안을 덜컥 수용하고 만 것이다. 할 수는 있지만 대상이  맞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저렇게 각색하면 안 될 것도 없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는 것이다. 평소 신중한 성격임에도 그날은 그렇지 못했다.

순간의 욕심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켜버린 것이다. 역시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하기 시작한다.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었다. 공문까지 매듭이 지어졌기 때문에 이제 와서 발을 빼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할 수 없이 마음을 추스르며 준비를 시작하지만 왠지 모두려움(?)꼬리를  물듯 끝도 없이 밀려온다.

역시 몸이 기억하고 있는 두려움은 쉽게 통제되지 않는가 보다. 그렇게 오랫동안 곁을 지켰던 '자신감'은 어디로 출장을 갔는지 돌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감이 떠난 자리는 두려움이 차지한다. 제 집인양  슬그머니 자리를 잡더니 마치 주인이나 된 것처럼  행동을 개시한다.


가슴 한편이 짓눌려 오는 통증이 시작된다.

하루 온종일 가시지 않는 진하고 뻐근한 통증이다.

한동안 가슴을 옥죄던 이 놈은 점차 아랫배를 자극하더니. 위장으로 다시 자리를 바꿔 앉는다. 소화를 방해할 목적이다. 그뿐이 아니다.

양 어깨는 물론이고 뒷 목까지 뻣뻣하게 만든다. 밤엔 잠자는 것도 훼방질이다. 밤새 뒤척이다 깨는 불면의 밤을 보내고 나면 눈에 모래가 들어간 듯 서걱서걱해진다. 그렇게 말 못 할 나만의 고통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진을 쳐놓고 끊임없이 괴롭다. 정확히 11일 동안...


드디어 문제의 강의가 끝났다. 부담이 컸던 만큼 예상 질문까지 준비하며 준비를 했던 게 주효했는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아팠던 통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끝났다는 것이 인정되는 순간, 평안이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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