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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Mar 21. 2018

#49. 통(通)해야 오래간다(3)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3)

通(통할 통)


창업보다는 수성이 어렵.

창업의 기틀이 다져지지 않은 후계 구도는 그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살 얼음판 정국을 예고한다.

역사를 보더라도 창업 과정에서는 수많은 피를 흘린다. 피는 아이러니 하게도 수성의 기초가 되곤 했다. 임금 세종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시대의 임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태종이라는 피의 군주 역할도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고려 말, 국내, 외 정치는 극히 혼란스러웠다(窮다할궁)

당시의 중국은 원나라의 힘이 약해지고 명나라의 힘이 커지면서 중원의 주인이 바뀌고 있었다. 원파(우왕, 이인임, 최영)와 친명파(이성계,정도전...) 사이에서 갈등하던 고려는 명나라의 무리한 요구를 문제 삼아 요동정벌에 나서는데 이때 이성계 명나라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고 조민수와 더불어 압록강 변 위화도에서 회군하는 일이 벌어진다(變변할 변).


신진 사대부를 등에 업은 신 군부는 구시대의 상식을 하나하나 부시기 시작한다. 그중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포은 정몽주였다.

특히 이방원에게 정몽주는 한 배를 타는 것이 아니라면 같이 할 수 없는 적에 불과했다. 이방원은 급기야 정몽주를 살해하는 선죽교의 참극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어렵게 건국한 조선, 이방원의 눈에는 반석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다른 변수, 정도전이라는 거목 때문이다.

정도전도, 이방원도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맞지만 그 방향은 확연하게 달랐다. 정도전을 축으로 하는 신권파와 이방원을 축으로 하는 왕권 파는 살기  긴장의 양 끝을 움켜쥐고 상대를 제거하려는 수 읽기에 돌하지만 알다시피 역사는 이방원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이방원은 조선이라는 새 나라를 대신들의 손에 놀아나게 할 수 는 절실함이 있었다. 왕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신권파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왕위에 올라서도 왕권에 위협이 되는 신료들은 세종의 장인이라 해도 제거하는 피의 군주를 자처한다. 여하튼 그 위에 세종이라는 걸출한 임금이 나온 것을 보면 완성의 단계인 통(通)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통(通)하면 오래간다(통즉구 通久).

세상만사 영원한 것은 없다. 통(通)이라는 완성의 단계도 후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기게 마련이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듯 지난날의 힘겨움을 기억하는 이는 없어지고 관리들은 근거 없는 무사안일 무사태평에 빠져들게 된다. 백성들의 곳간은 비어 가고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면 백성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궁窮). 또 다른 변(變)이 싹트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치는 개인,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동일한 수순을 밟는다. 중국의 4대 고서의 하나인 <주역>에  유명한 글이 있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궁(窮)하면 통(通)한다는 말은 "사물의 형세는 발전이 극에 다다르면 반드시 뒤집히게 마련이라는 뜻을 가진 "物極必反물극필반"과 괘를 같이한다고 할수있다. 세상엔 영원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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