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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Dec 12. 2016

#11. 불편한 동거(?)

 늙은 아비의 핏줄에  빨대를 꽂는 자녀들이 늘고 있다.

스물이 넘은 자식들조차 핏줄이므로 늙어가는 아비에게 빨대를 꽂아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박범신 <소금>-

자식의 노예가 되어 벌벌 떨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부모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는 자식이 자립할 기회를 빼앗은 대가를 부모가 치르는 비극이고 자립을 원치 않았던 부모에게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 마루야마 겐지 <인생 따위는 엿이나 먹어라> -

불편한 동거의 시작은 자식을 대하는 부모들의 착한 마음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자립하지 못하는 자식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냉정한 선택을 하지 못하니 말이다.

 큰 자녀도 결혼하기 전까지 품고 사는 것이 대한민국의 부모들이다. 성인이 되었지만 부모의 경제적 그늘 아래 안주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면 립에 대한 열망의 싹이 자라나지 못하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자식들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은퇴 후 부모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자녀(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성인 자녀) 품는 것이 부모로서 당연처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물론 '일시적 품음'이라면 문제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대책도 없는 품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뿐만아니라 부모의 품 안에 기거하는(캥거루족)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식은 물론 부모까지 위험해 질 수있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또 하나의 핏줄 위험(리터루족)노년기의 삶에 더해진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다시 돌아오는 기혼 자녀들(리터루족)이 부모에게 하는 말이다. Return(돌아오다)과 Kangaroo를 합친 이 말은 오늘의 사회적 현상을 드려다 볼 수 있는 신조어다.

늙은 부모 입장에서 돌아오는 기혼 자녀가 달갑게 느껴질 리 만무하다. 이는 효(孝)에 기반한 자발적 동거라고   다. 조명래(단국대) 도시 지역 계획학 교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주택 문제에서 찾고 있다.  

해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는 기혼 자녀들이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리터루 족을 양산하는 주범은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의 부담감에 기인한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빌미 삼아 큰돈이 돌아야 하는 부동산 관련 정책을 끊임없이 쏟아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부러 혼란을 야기하려고 입안되는 정책은 없지만 잘못 반영된 정책은 고삐 풀린 전세 대란을 부추기게 되고 작게는 수천만 원에서 크게는 억대의 전세 금을 올려 주어야 하는 현실을 조장하는 측면이 없다고는 할수없다. 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대신하는 반전세 계약에 대한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일반화되는 추세다.

주거를 목적으로하는 과거의 월세 계약은 저소득 계층이나 일시적 주거를위한 계약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억대의 보증금을 내고도 윌세를 납입하는 임차 계약자가 늘어나다 보니 부자 월세라는 신조어가 어울릴만한 고액 반전세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전세자금을 올려주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는 것도, 기존의 전세를 반전세로 전환하면서 예정에도 없는 월세를 내는 것도, 이도 저도 부담스러워 부모님의 집으로 귀환하는 것도 어찌보면 집 없는 설움의 단면중 하나 일 것이다.

국가라는 주택은 정치적 불 확실성과 크고 작은 경제적 변수로 인해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다.

기혼 자녀들의 주택은 전, 월세 폭탄과 대출이자 부담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부모님의 주택은 출가한 자녀들에게 전, 월세 폭탄이 터지면서 파편에 얻어맞은 자식들의 피난처를 제공하는 현실이다.

 

캥거루와 리터루가 꽂아댄 빨대는 언제쯤 빠질런지...

불편한 동거의 끝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노부모들의 한숨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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