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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Apr 04. 2018

#52. Passion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김훈 작가)

Passion 

탐색하지 못한 동굴이나 어두컴컴한 곳에 들어가면 두려움이 몰려온다. 두려움도 정도가 있다. 그 두려움이 커질수록 고통스럽고 괴로움은 커진다. 그래도 견뎌내며  탐색을 포기하지 않는다. passion이다.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 ‘파세인(pathein)에서 나온 것으로 ‘고통스럽다’, ‘괴롭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EBS 특별기획 통찰에서)

  

하이데거(실존주의 철학자/독일) 

“패션은 어렵고 익숙지 않고 괴로운 것을 자신의 본질로 수용하려는 마음”이다


김상용, 김성윤(오리진 저자/한국) 

“passion = pass(=pass 지나가다) + ion(접미사)로 고통이 오면 지나가게 된다”라고 해석하면서 고통이 오면 쉽게 지나가도록 인내하면서 돌파하여 성취하려는 것이 열정이다.


EBS 특별기획 통찰 제작 

“내가 있는 상태, 일상적인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생경한 장소로 들어가 내 안에 숨겨진 위대한 사명을 발견하려는 여정이 바로 패션이다”


다음 사전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개인적 해석

열정이란"뜨겁게 달아오르는 욕심의 또다른 표현이다"

왜냐하면 열정(熱情)의 열(熱 더울 열)은 덥다, 더워지다, 는 뜻을 가지고 있고, 정(情)은 뜻, 욕심, 바람, 심기, 본성, 이라는 뜻을 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용되는 열정은 무언가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보다 공격적인 긍정의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는 말이지만 이면에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고단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쉽지 않은 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언급되는 화두가 바로 열정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안전지대에서 벗어남) 통해 익숙하지 않은 어떤 곳으로(생경한 장소) 들어가 내 안에서 주체할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무엇을(내 안에 숨겨진 위대한 사명) 발견하려는 간절함의 마음 여정이 바로 패션이다.

결국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을 외면하며 비켜가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수용하면서 돌파하여 성취하겠다는 단단한 마음의 결의가 행동으로 표현될 때 열정으로 승화된다.


열정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요구되는 성취 지향적 덕목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지길 희망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생존을 넘어 성취 열망을 자극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열정의 사람은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드러난다. 즉 열정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추어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열정에는 ‘비열한 생각’이라는 의미도 들어있다.

문제는 비열한 생각을 가진 열정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선의에 기초된 긍정의 열정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뿐이다.

  

비열한 생각이 내재된 열정

열정(熱情) 페이(pay)! 가 대표적이다.

열정과 급여(대가)를 뜻하는 pay가 합성된 것으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주지 않으면서 열정만을 요구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 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김훈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아는 사실 중 하나는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짜라도 선택해야 하는 청년들은 넘쳐난다. 정규직을 볼모 삼아 저임금으로 값비싼 노동력을 맘껏 사용하고 팽시키는 기업이 어디 한둘인가? 인턴을 경험한 청년들은 알량한 정규직의 미끼 속에 좌절의 함정이 가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을 다하고 쥐어짜면서 열정이라는 불구덩이에 몸을 내던져 보지만 기대했던 정규직이라는 선물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기 일쑤다.

그래서일까? 방송인 유병재는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라고 기업을 꼬집고 싶었나보다..


선의에 기초한 긍정적 열정 

열정의 리(=사람)가 되고 싶다면 통과 의례라고 할 수 있는 crucible(용광로, 도가니)을 거쳐야 한다.

용광로는 쇳물을 녹이는 뜨거운 열 구덩이다. 철광석이 1,400℃ ~ 3,500℃에 달하는 고열의 도가니에 들어가면 철저하게 부서지고 녹여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고열에 녹여진 쇳물은 용광로를 빠져나오면서 일정한 모양을 가진 어떤 틀에 담겨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새로운 시련이 시작된다. 쉼 없는 담금질(quenching)과 두드림의 고통이 바로 그것이다.

열정의 리더(사람)는 익숙지 않고 괴로운 것을 자신의 본질로 수용하려는 마음(하이데거)에 기초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고통을 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자세를 통해 열정의 사람으로 거듭난다.

열정은 그냥 얻어지거나 입으로 외친다고 소유할 수 있는 선물이 아. 두려움, 힘 겨움을 수용하고 돌파하는 과정에서 얻게되는 고통의 산물이다.


그림: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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