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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May 30. 2018

#47. '헤어지는 시간이 제일 아쉬워요'

내일도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 할 수 있을까?

‘헤어지는 시간이 제일 아쉬워요’ 

팔순을 코 앞에 둔 79세 노(老) 강사님과 점심을 같이 하고 헤어지는 시점에서 그분이 한 말이다. 그런데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 구석이 아리다.


한 달 전 일이다.

팔순이 다 된 외삼촌의 부재중 전화가 왔다. 너무 오랜만이라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심정으로 급히 전화를 드렸다.

다음 이미지 참조

[나] 외삼촌 저 종범이에요

[외삼촌] 어, 그래 종범이구나. 바쁘냐? 아까 전화했는데 안 받길래 긴가 민가 싶어  끊었다.

[나] 아 네. 번호 안 바뀌었어요. 건강하시죠?

[외삼촌]그럼 난 괜찮아. 아버님 잘 계시니?

[나] 네.

[외삼촌] 더 늦기 전에 아버님 뵙고 밥이나 한 끼 하려고 하는데 너희 집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니. 옛날 성남 집 그대로냐?

[나] 하하 네 그 집입니다. 그런데 그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다가구주택을 지었습니다

[외삼촌] 그랬구나. 그럼 집 약도 좀 카톡으로 보내줄래. 내일 가봐야겠다

[나] 외삼촌 카톡도 하세요?

[외삼촌] 그거 뭐 어렵냐. 눈이 잘 안 보여서 그렇지 그 정도는 해. 빨리 보내

[나] 네, 바로 보낼게요

간단히 통화를 끝내고 약도를 보냈다.

 

다음 날, 팔순 노구를 이끌고 외삼촌은 단 한분밖에 없는 매형을 만나기 위해 남양주에서 성남을 오셨단다. 나는 출근을 했기 때문에 아내가 외삼촌을 맞았다.

퇴근 후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소엔 문밖출입을 전혀 하지 않는 아버님이 외삼촌이 외식하자는 말 한마디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나가실 채비를 하셨다는 것이다. 5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쉬엄쉬엄 20여분이나 걸려서 도착했단다. 식사도 맛있게 하셨다면서 얼마 만에 보는 광경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외삼촌도 그렇고 아버님도 그렇고 팔순을 넘긴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러운 만남을 보면서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음 이미지

나이가 들면 매시 매분이 아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일가? 두분도 이 세상에서 못다 한 것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 부족하기에 그나마 실현 가능한 것들이라도 서둘러서 하나씩 정리하려는 생각은 아닐까?


오늘 老 강사님헤어질 때 하신  ‘헤어지는 시간이 제일 아쉬워요’라는 말이 마음에 남은 이유도 그런 연유일 테다. 물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원인은 다르지만 기약할 수 없는 내일에 대한 회한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지...

내일도 다시 떠 오르는 태양과 마주하고 싶 노 부모와 외삼촌의 희망이나, 내일도 강의하고 싶은 희망을 담은 老 강사님의 기대가 반영된 헤어짐은, 길은 달라도 느낌은 갖지 않을까 싶다. 내일도 존재하고 싶다는 기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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