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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ul 10. 2018

#66. '격'의 무게

자기성찰의 사람들에겐 고유의 향이 있다.

아무리 볼품없는 나무라도 그 안에는 영혼이 살고 있습니다. 모든 나무에는 저마다 영혼이 살고 있습니다. 그 영혼들이 저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그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는 그 나무를 자르거나 다듬을 수가 없습니다. 천년 된 나무를 사용하려면 이후 천년을 견딜 만큼 제 일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일본 궁궐을 짓는 도편수의 말)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자신이 하는 일에 '격'을  입히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혼이 담긴 자기성찰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나무를 대하는 도편수의 자세는 묵직함을 넘어 경외감을 자아내는 격이 느껴진다.


'격(格)이란 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어른의 경지를 이르는말이다. 때문에 달아볼 순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감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지식 화려한 언변을 갖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가벼움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어떤 차이가 그와 같은 결과를 만드는 것일까?

짧은 소견이지만 자신의 삶과 업을 대하는 자기성찰의 깊이에서 오는 차이라고 생각된다.

해당 분야에서 많이 공부해 지식을 쌓았거나 학위를 소지했다고 해서 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말콤 그래드웰이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서 달인의 칭호를 받을 만큼의 탁월함을 가졌다고 해서 격이 있다고 단언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물론 지식, 기술, 경험 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정신적 성숙함, 자기성찰의 깊이가 뒷받침되지 않은 탁월함은 '자기 생애의 정점'에서 악수를 두는 예가 많았기에 경계의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어, 모를 일이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그 사람이 딱 그 짝이네"

항간에 이와 같은 멘트를 듣는 주인공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벨상에 근접했다는 원로 시인의 언행(술자리 언행)이나,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중견 정치인의 갑질적 행태(지방 공무원을 부리는 태도와 성추행)도 따지고 보면 성숙한 인격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표면적 탁월함으로 치장된  달인이라 할 수 있다.


격은 돈으로, 권력의 힘으로 사거나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삶의 깊이를 더하고자 노력하며, 어른의 자세를 견지하는 자기성찰의 사람들에게 배어나는 고유의 향이다.

그러므로 '격의 무게'는 삼라만상을 대하는 겸허한 자세와, 자신의 삶과 업을 대하는 철학적 사고의 깊이에 비례한다고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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