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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출근길의 차이

브런치 저장글 소환(2) 2020년 어느 새벽 출근길

by 이종범

"저분들이요? 전부 다 소설책 한 권이죠"

인력 시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빗댄 말이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미소가 없다. 패기도 없다. 있다면 오늘 하루, 일 할 수 있는 곳을 기다리는 작은 소망뿐이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각조차 그들에겐 사치다. 족쇄처럼 채워진 고통스러운 생활고 탓일까.

2018 상반기 자영업자 폐업 사상 최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에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사업자는 90만 8076명에 달했다. 업계에선 "올해 폐업하는 사업자는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업자 폐업이 한 해 100만 명을 넘기면 역대 최대를 기록하게 된다. 이들의 95% 이상은 음식점과 주점, 카페, 치킨집, 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중략>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단 자영업자가 신규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다가 이마저도 힘들면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
- chosun biz 2018.8.13/최형석, 김충령 기자 -

새벽 5시 15분.

금산 소재 H손해보험사 연수원 강의를 위해 집을 나섰다.

5시 36분 첫차(지하철)

이른 새벽임에도 앉을자리가 없다. 연세 지긋한 분들이 좌석을 모두 채웠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이 시간이면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 그럴까. 조금 시끄러운 풍경이다


어깨엔 두툼한 가방을 하나씩 메고 있다.

듣고 싶어 들은 것은 아니지만 워낙 소리가 커서 그런지

어떤 일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새벽 전철은 어르신들이,

7시 전후엔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다.

전철 안 풍경은 출근 시간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갈 곳과 할 일이 있는 어르신들은 시끄럽긴 해도 얼굴은 어둡지 않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인력시장으로 가는 어르신은 수심이 가득하고,

일터로 향하는 어르신은 일상 이야기로 시끄럽고,

직장 가는 만원 전철은 핸드폰 보느라 조용하고...

묘한 출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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