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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Sep 20. 2018

#75. 神은 세심한 부분에 머문다

익숙함은 "안전함"이 아니라 "위험함"이다

"송곳의 끝은 뾰족하고 단단하다"

집중력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독일 격언에 "神은 세심한 부분에 머문다"는 말이 있다. 이는 뜻을 가지고 진지하게 의식과 신경을 대상에 집중시키라는 뜻의 "유의주의"와 맥이 닿는다.


글 쓰기의 예를 들어보자.

쓸 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퇴고의 눈"으로 보면 손대야 할 부분이 넘쳐난다.

"의심의 눈"으로 다시 글을 읽다 보면 또 교정할 부분이 나타난다. 그렇게 수차례 반복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 다시 쓰는 일을 겪게 된다.

보편적으로 퇴고의 횟수가 많을수록 글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반복되는 퇴고속에서 슬며시 고개를 드는 이상 현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퇴고 눈이 무뎌지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퇴고 과정을 거쳤음에도 막상 출간되고 나면 미쳐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글쓴이를 당혹스럽게 만들곤 한다.


나를 경영하는 문제도 다르지 않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것과 하지 말 것의 경계가 분명함에도 순간 이를 구분하지 못함으로 인해 난처한 일을 경험하는 예가 허다하다.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익숙하게 넘어갔던 지난날의 관행적 습관들이 때론 치명적인 위험을 가진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베어 버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인지라 매사를 진중하게 처리할 순 없다. 우린 神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곱씹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드러내는 순, 가장 위험한 순간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일은 세계 축구를 주도하는 월드컵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에서 그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에서 조별 예선도 통과하지 못하는 망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한국을 상대로 2:0으로 패함으로써 독일 축구 역사에 가장 뼈 아픈 흔적을 남기는 일이 벌어졌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들은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거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아예 분석하고 대처할 만한 가치를 가진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단 한 번도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무너진 적이 없는 나라 독일, 브라질과 더불어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나라가 독일이다. 그런 독일이 세계 축구사에 또 하나의 교훈을 주는 흑역사의 주인공으로 기록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방심은 그런 것이다. 순간적으로 자기 통제 열쇠를 해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익숙하게 경험한 지난날의 성공 값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틈이 벌어진 것도 모르고 으쓱하고 자만하다가 당하고 만다.


神만 세심한 부분에 머물까? 악마도 세심한 부분에 머문다는 사실을 잊지마라.

神의 그늘에 숨어 있다가 방심하는 순간 끼어들어 망쳐 버리는 탁월함이 악마의 주특기다.

잘하는 것, 인정받는 것,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계급장 삼아 으쓱하지 말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겸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리더의 자리에 있다면 더욱 그렇다.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고 으쓱하순간 악마의 혀가 먹이 삼아 달려들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익숙함은 "안전함"이 아니라 "위험함"이다

익숙한 것은 경계의 대상이지, 방심하고 누려야 할 본질은 아니다. 善과 惡은 같은 지붕을 메고 동거하는 사이임을 잊지 말자. 어린 친구들에겐 꼰데의 잔소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의 생각은 같다. 으쓱하지 마라. 그래도 으쓱하고 싶다면 방심하진 마라.

으쓱도, 방심도 통제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부메랑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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