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 교수의 저서《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에 인용된 글로, 강판권의 《나무 철학(내가 나무로부터 배운 것들)》에 실린 글이다.
《나무는...않는다》는 책은 많은 생각을 자극한다. 나무에게 말을 걸게 만들고, 한 겨울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 한 구루도 유심히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프겠다"
대전역 동광장으로 가는 길 건널목에 서있던 가로수 이야기다. 얼핏 보아도 나무 밑 둥 직경이 두 자는 되어 보인다. 그런데 나무 상단의 여러 가지중 하나가 심하게 잘려 나가 있었다. 때문에 나무의 전체적 형상이 한쪽으로 기운듯한 인상을 자아낸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읊조렸던 말이다. 《나무는... 않는다》라는 책을 놓은 지 한 달이 지났건만 나는 아직 그 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SRT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꼬리를 무는 생각이 있었다.<나이테=연륜>, < 줄기=성장, 발전>, <뿌리=깊이, 지식>...
뿌리 깊은 나무는 고목으로 성장한다.
쉽게 흔들리지도. 부러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한 자리에서 수백, 수천 년을 살기에 고목이다.
성장환경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 나이테의 간격은 넓고 좁은 차이를 보인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변했을 자연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흔적을 담고 있는 나무의 역사인 셈이다. 때론 두꺼운 값 옷을 입어야 했을 테고 또 가볍고 부드러운 외피만으로 견딜 수 있는 날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 맞서 몸부림쳤던생존의 기록들이 쌓여 내공이 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천년을버텨낸 나무라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나무라고 할 수 없다.
연륜은 그런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위엄이 있다. 조무래기들처럼 나불되지 않아도, 속도의 시대에 걸맞게 빨리의 법칙을 따르지 않아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연륜, 그것이 고목의 위엄이다.
연륜은 그에 걸맞은 깊이가 느껴질 때 가치가 있다. 단순히 나이를 먹었다고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명문대학에서 공부했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과 수많은 상처, 끈기, 도전, 탐구, 겸손 그리고 지속해온 시간의 합체가 묻어날 때 비로소 얻어지는 시간의 선물, 그것이 연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