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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an 23. 2019

#4. 연륜은 시간의 선물

나무(木)에게 얻은 인생 힌트

"나무의 줄기는 위로 향하지만 뿌리는 아래로 향하고, 나이테는 수평으로 뻗는다" 

유영만 교수의 저서《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에 인용된 글로, 강판권의 나무 철학(내가 나무로부터 배운 것들)에 실린 글이다.

《나무는... 않는다》는 책은 많은 생각을 자극한다. 나무에게 말을 걸게 만들고, 한 겨울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 한 구루도 유심히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프겠다"

대전역 동광장으로 가는 길 건널목에 서있던 가로수 이야기다. 얼핏 보아도 나무 밑 둥 직경이 두 자는 되어 보인다. 그런데 나무 상단의 여러 가지중 하나가 심하게 잘려 나가 있었다. 때문에 나무의 전체적 형상이 한쪽으로 기운듯한 인상을 자아낸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읊조렸던 말이다.   
《나무는... 않는다》라는 책을 놓은 지 한 달이 지났건만 나는 아직 그 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SRT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꼬리를 무는 생각이 있었다. <나이테=연륜>, < 줄기=성장, 발전>, <뿌리=깊이, 지식>...

뿌리 깊은 나무는 고목으로 성장한다.

쉽게 흔들리지도. 부러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한 자리에서 수백, 수천 년을 살기에 고목이다.

 천년, 죽 천년을 사는 주목나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 

나라님에게 정이품 벼슬을 하사 받아 역사에 기록된 소나무(정이품송)!

뿌리 깊은 고목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기에 영물()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나이테는 그 나무가 살아온 이력을 담고 있다.

성장환경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 나이테의 간격은 넓고 좁은 차이를 보인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변했을 자연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흔적을 담고 있는 나무의 역사인 셈이다. 때론 두꺼운 값 옷을 입어야 했을 테고 또 가볍고 부드러운 외피만으로 견딜 수 있는 날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 맞서 몸부림쳤던 생존의 기록들이 쌓여 내공이 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천년을 버텨낸 나무라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나무라고 할 수 없다.

연륜은 그런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위엄이 있다. 조무래기들처럼 나불되지 않아도, 속도의 시대에 걸맞게 빨리의 법칙을 따르지 않아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륜, 그것이 고목의 위엄이다.

연륜은 그에 걸맞은 깊이가 느껴질 때 가치가 있다. 단순히 나이를 먹었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명문대학에서 공부했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과 수많은 상처, 끈기, 도전, 탐구, 겸손 그리고 지속해온 시간의 합체가 묻어날 때 비로소 얻어지는 시간의 선물, 그것이 연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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