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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Mar 15. 2019

나이 들면 우정도 정리 대상

직장 동료들은 은퇴와 함께 바로 흩어지고 마는 사이라는 걸 실감했다


“은퇴하고 3개월이 지나니까 먼 외국에라도 온 느낌이었어요. 직장 동료는 물론 친구들까지도 아득하게 멀게 느껴졌으니까요. 그 넓었던 인맥이 모두 어디로 갔나? 놀라울 뿐이었죠. 특히 직장 동료들은 은퇴와 함께 바로 흩어지고 마는 사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호남대학 사회복지학과 한혜경 교수가 지은 책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나오는 글이다. 글을 읽다 보면 눈에 밟히는 글 귀 한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우정도 정리의 대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손뼉 치며 만난다. 하지만 헤어질 땐 아름답지 못한 예가 너무 많다.


같이 근무한 세월이 얼만데 저렇게 헤어질 수 있지?”


그런 모습을 탓할 순 없다. 무조건 잘 헤어져야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론 관계를 끊어야 하는 사이로 전락할 수 있다. 서로의 이익이 결부되지 않아 헤어지는 일은 특별한 사건이라 할 수도 없다.


관계의 분리 구간”

조직의 일원에서 개인으로 돌아가은퇴 길목엔, 통과 의례처럼 거치는 관문이 있다. 관계를 지속해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구간이다. 조직에서 함께할 순 없지만 도움이 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관계적 연결 수명은 연장된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 조직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수요일, 부서 팀장과 함께 김치 찜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가까운 커피 전문점을 들렀다. 커피와 함께 식후 담소를  끝내고 나오는데, 60세는 족히 넘어 보이는 어머니들이 커피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스치듯 보아도 두, 세 팀은 되어 보였다.

이처럼 점심때 어머니들의 모임을 발견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동년배끼리 곱게 차려입고 못다 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반쪽의 일상에서 허전함이 느껴졌다.

이 시간 은퇴한 아버지들은 어디에 있을까?

도심 한 복판에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아버지들의 모임은 쉽게 접할 수 없다. 시간이 많은 주말도 예외는 아니다.


따로, 각기, 홀로, 침묵...... 그리고 산행

은퇴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익숙하게 발견되는 이미지다. 은퇴 후 좋은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쉽지 않. 개인도, 조직도, 싫든 좋든 관계의 분리 구간에서 보이지 않는 평가를 받는다. 관계의 분리는 우정도 정리의 대상이라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 이어짐과 끊어짐 중 어느 한쪽에 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때 끊어짐을 방치하면 스스로 갇히고 만다. 이는 사회적으로 분리수거를 당한 사람들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은퇴 후 관계가 끊어지면 갇힌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돈, 건강만큼 중요한 [관계지수]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해 보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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