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은 은퇴와 함께 바로 흩어지고 마는 사이라는 걸 실감했다
“은퇴하고 3개월이 지나니까 먼 외국에라도 온 느낌이었어요. 직장 동료는 물론 친구들까지도 아득하게 멀게 느껴졌으니까요. 그 넓었던 인맥이 모두 어디로 갔나? 놀라울 뿐이었죠. 특히 직장 동료들은 은퇴와 함께 바로 흩어지고 마는 사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호남대학 사회복지학과 한혜경 교수가 지은 책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에 나오는 글이다. 글을 읽다 보면 눈에 밟히는 글 귀 한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우정도 정리의 대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손뼉 치며 만난다. 하지만 헤어질 땐 아름답지 못한 예가 너무 많다.
“같이 근무한 세월이 얼만데 저렇게 헤어질 수 있지?”
그런 모습을 탓할 순 없다. 무조건 잘 헤어져야 하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론 관계를 끊어야 하는 사이로 전락할 수 있다. 서로의 이익이 결부되지 않아 헤어지는 일은 특별한 사건이라 할 수도 없다.
“관계의 분리 구간”
조직의 일원에서 개인으로 돌아가는 은퇴 길목엔, 통과 의례처럼 거치는 관문이 있다. 관계를 지속해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구간이다. 조직에서 함께할 순 없지만 도움이 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관계적 연결 수명은 연장된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 조직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수요일, 옆 부서 팀장과 함께 김치 찜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가까운 커피 전문점을 들렀다. 커피와 함께 식후 담소를 끝내고 나오는데, 60세는 족히 넘어 보이는 어머니들이 커피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스치듯 보아도 두, 세 팀은 되어 보였다.
이처럼 점심때 어머니들의 모임을 발견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동년배끼리 곱게 차려입고 못다 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반쪽의 일상에서 허전함이 느껴졌다.
이 시간 은퇴한 아버지들은 어디에 있을까?
도심 한 복판에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아버지들의 모임은 쉽게 접할 수 없다. 시간이 많은 주말도 예외는 아니다.
따로, 각기, 홀로, 침묵...... 그리고 산행
은퇴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익숙하게 발견되는 이미지다. 은퇴 후 좋은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도, 조직도, 싫든 좋든 관계의 분리 구간에서 보이지 않는 평가를 받는다. 관계의 분리는 우정도 정리의 대상이라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 이어짐과 끊어짐 중 어느 한쪽에 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때 끊어짐을 방치하면 스스로 갇히고 만다. 이는 사회적으로 분리수거를 당한 사람들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은퇴 후 관계가 끊어지면 갇힌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돈, 건강만큼 중요한 [관계지수]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해 보길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