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생각이 많은 글엔 군더더기가 낀다.
매일초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호시노 토미히로 의 詩 <매일초>다.
그는 화가다. 하지만 입으로 그림을 그린다. 경추 손상으로 목 아래쪽 전신마비가 생긴 때문이다. 이 글은 단순하지만 담백하고, 간결하지만 놓침이 없다. 글을 돋보이게 하는 그 어떤 치장도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끌린다. 있는 그대로, 느낌 그대로...여기서 저기까지 단숨에 넘나드는 표현이 부럽다.
생각이 많은 글엔 군더더기가 낀다.
있어 보이는 단어를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부질없는 생각을 꾸짖듯 작가의 글은 감히 덧붙일 수 없는 순백미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글은 맛있다. 마치 이북 음식을 먹는 듯 담백하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의 맛. 나는 오늘 그런 글을 만났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글 <매일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