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바깥쪽은 껍질이고, 안쪽은 흔히 말하는 목재 부분이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점점 굵어지는 부피 생장을 한다. 줄기가 굵어지는 핵심 역할은 부름 켜가 담당하는데 부름켜(형성층)는 나무의 껍질과 목재 부 사이에 얇은 층으로 존재한다. 안쪽으로는 새 살을 만들고 바깥쪽으로 껍질을 만드는 것이 부름켜의 역할이다.두산 백과는 부름 켜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물관부와 체관부 사이에 있는 한 층의 살아있는 세포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부피 생장이 일어나는 곳이다”
그림 자료: 쌍떡잎식물의 줄기 / 두산 백과
나무는 껍질 안쪽으로 새 살이 늘어나기 때문에 나무에서 연식이 가장어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살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 부위는 나무의 구성 요소 중 가장 오래된 부분으로 가장 어린 나무의 새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주를 돌보는 것과 흡사하다
껍질은 가장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껍질 안쪽으로 나무의 새 살이 들어차면 껍질은 터지고 갈라진다. 마치 살찐 사람들의 종아리를 보면 살집이 늘어나면서 터진 것과 같은 이치다. 즉 나무의 성장은 껍질의 파괴와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새것에 자리를 내주는 자연계의 법칙과도 같다. 세상엔 영원한 것이 없는 만큼 신이 부여한 수명을 다하고 나면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는다
자료: 남한산성 산행 중 나무 사진
껍질은 나무가 성장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껍질은 줄기에 비해 턱없이 얇지만 껍질 안쪽으로 잎의 광합성 작용으로 만들어진 양분이 지나고 있기때문에(체관) 이를 보호해야 하는사명이 있다.
나무껍질을 한 바퀴 온전하게도려내면 나무가 죽는다.양분을 공급하는 체관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껍질은 눈, 비, 바람, 그리고 사계절 온도 변화는 물론 산 짐승들이 영역 표시 과정에서 벌어지는 방뇨, 할킴등 갖가지 위험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껍질은 나무를 지키는 최전방 방어선인셈이다.
나무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다 보면 인간의 나이 듦과 흡사함을 느낄 수 있다.학창 시절은 부모의 보호 아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배움의 시간을 보낸다. 더 성장하면 취업하게 되고 자녀를 낳고 키우면서 부모가 걸었던 길을 따라간다. 그렇게 점차 나이 들고 있음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직장 내 선임의 자리에 다다른다. 마치 군대의 말년 병장처럼 직급 높은 열외 자가 되어가는것이다.
가정에서의위상도 변화가 나타난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의지하며 성장한다.머리가 커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모보다는친구 쪽 관심이 커진다. 본의 아니게 자녀에게 따 당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하지만 어쩌랴 부모 자신도 그랬던 것처럼 자녀들도자신의 세계를 만드는과정인 것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새것이 오래된 것을 대체하듯, 오늘은 어제를, 내일은 오늘을 밀어낸다. 새것도 시간이 가면 헌것이 된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껍질을 뜻하는 한자에는 皮(가죽 피)와 殼(껍질 각)이 있다.
皮(가죽 피)는 나무껍질이다. 皮는 손으로 짐승의 가죽을 벗기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짐승 중에서도 돼지 껍질을 본뜬 것이다. 반면에 殼(껍질 각)은 여러 가지 해석이 있어 난해 하지만, 벗겨진 곡식의 껍질을 표현할 때 쓰이는 것으로 보아 열매의 껍질을 이르는 말이다.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皮, 열매를 둘러싸고 있는 殼은 핵심을 보호하는 외벽(보호막)의 역할을 한다.
보호막의 생명력은 질길 수밖에 없다. 질기고 강하지 않다면 그 역할을 강당 할 수 없다. 그래서 껍질을 벗겨내는 일은 쉽지 않은 수고가 뒤 따른다.
껍질의 외면은 억세다. 외부의 적으로부터 나무를 지키고 열매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면은 부드럽다. 껍질 안쪽 나무의 새 살을 감싸야하고, 열매의 연역한 속 살을 품어야 하기 때문이다.
껍질은 가치에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
껍질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나무는 죽음을 면하기 어렵고, 열매는 달고 맛있는 속살을 담을 수 없다.그러고 보면 정말 소중한 것은 너무 익숙해서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마치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빛, 공기, 물... 등이 생명을 유지시키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오늘 나무껍질을 통해또 하나의배움을얻는다. 세상엔 귀하지 않은 게 없다는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