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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Sep 09. 2019

#97. 狺(은)_개 짖는 소리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雖至愚(인수지우) 責人則明(책인즉명) 雖有聰明(수유총명) 恕己則昏(서기즉혼)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고, 총명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용서하는 데는 어리석다"

이 말은 중국 송(宋) 나라의 명신(名臣), 범순인(范純仁)의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우리 속담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狺(으르렁거릴 은) = 犭(개 견) + 言(말씀 언)


직역하면 개가 는 소리다. 그렇다면 狺(으르렁거릴 은)  "개소리"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개소리의 사전적 정의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네이버 사전)

이는 앞, 뒤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정답인 것처럼 우기는 사람의 이미지와 닮아있다. 이런 이미지로 각인된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 근거도 불충분한데 난데없이 호통부터 친다.

-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 얼굴이 두꺼워서 창피함도 못 느낀다.

- 상대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는 내내, (으르렁거릴 은) 글자가 아른거렸다"

예상은 했지만 정치인들의 개선되지 않은 어두운 단면을 또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필자도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남을 나무라는 데 익숙한지 모르겠다. 옳고 그름을 떠나 청문회에 임하는 정치인의 자세를 보면서 또 한 번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참고(忍), 참고(忍),  또 참으면(忍) 살인을 면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청문회를 보는 내내 忍, 忍, 忍 하면 한 순간에 바보도 되는구나 싶었다. 비아냥, 호통, 근거 없는 억측, 해명, 우기기, 진실, 사실, 가짜, 위조, 막말 등이 뒤엉키다 보니 온통 으르렁거리는 소리 외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청문회를 진행하는 원칙도 무시하는 청문회는 왜 하는지, 무엇을 위한 청문회인지 모르겠다. 필자의 개인 수양이 부족한 탓일까, 서로 자기들이 맞다고 으르렁거리는(狺) 소리처럼 들리니 말이다.


격을 갖춘 청문회는 언제나 가능할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방법이 호통치고, 비아냥거리고, 답변시간보다 질문시간이 더 많고,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윽박질러야 가능한 것일까? 정권이 몇 번쯤 바뀌면 청문회 다운 청문회를 경험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청문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진실 공방을 잠재우는 측면에서 후보자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부착시키면 어떨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는 속담이 있다. 청문회가 끝나기 무섭게  청문회 야당 J 국회의원 자녀의 만취 음주운전 사건이 터졌다. 이런 때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할 만한 사건이 터지는 걸 보면, 사과만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은 아닌 듯싶다. 사회적 무리를 일으킨 사례가 한 번도 아니고... 여하튼 세상은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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