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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e ship

1-③ 약방엔 감초, 보험은 실손

치료/진단/입원/수술/장해/간병/사망

by 이종범

chapter 1_치료_실손----<계속>


대화의 흐름을 잠깐 드려다 보겠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실손 보험은 자신의 인생에서 꼭 필요한 보험으로 인식합니다. 실손 보험을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죠. 문제는 이 부분입니다. 실손보험은 의료비를 해결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될 것이 있죠. 이미 예측하셨겠지만 갱신 보험료입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5년 갱신 기간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실손 보험을 유지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갱신 보험료가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저의 경우 5년 갱신으로 가입 중인데, 2019년 갱신 보험료를 받아보곤 많이 놀랐습니다. 보험료 상승 액이 너무 커서요. 덩달아 퇴직 이후가 걱정되더군요. 이 보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여러분도 기존에 가입 중인 보험을 살펴보세요. 보험 담보는 비 갱신 담보와 갱신 담보로 구분합니다. 비 갱신은 약속된 납입기간 동안 보험료 변동이 없죠. 그래서 납입 기간이 끝나면 보험 기간 동안 추가 보험료 없이 보장받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갱신은 다르죠. 시 챗 말로 표현하면 관 속에 들어갈 때까지 보험료를 납입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가입 중인 보험 중에서 갱신에 해당하는 보험료가 얼마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림으로 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갱신.jpg 이종범의 도해 카드


일반적으로 소득은 71세 전후로 단절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반면에 지출은 끊어지지 않죠. 그 지출 항목 중엔 보험료도 포함됩니다. 그중에서도 갱신 보험료는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물론 손해율에 따라 다소 변동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떨어진다고 볼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갱신에 해당하는 담보가 중요하겠죠. 어떤 담보가 갱신 담보일까요? 손해보험, 생명보험, 공제 보험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담보가 갱신형 담보입니다. 사망 보험금은 물론이고 수술비나 진단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가입시점에 갱신 담보가 많으면 전체적으로 보험료는 저렴해집니다.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가입하지만 문제는 나이 들어서입니다. 보험료가 계속해서 올라갈 테니까요.


앞서 어떤 보험을 끝까지 남기게 되는지 실험한 것 기억하시나요? 나이 들면서 가계 수입이 줄어들면 보험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갱신 담보가 많으면 더욱 그렇죠. 그런 현실을 반영해 보면 유지하던 보험을 해지하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그러니까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내용이 실험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앞선 실험에서 확인한 것처럼 실손 보험만큼은 유지하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손 보험도 갱신 보험이죠. 역시 상승하는 보험료를 감당할 수 있어야 실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과 함께 또 하나의 실험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준비되셨나요?


두 갈래 기차 길이 있습니다.

기차는 A 선로와 B선로 중 한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붉은색 레버를 당기느냐 미느냐에 따라 기차의 진행 방향이 바뀝니다. A 선로엔 4명의 인부가 작업 중이고, B 선로엔 1명의 인부가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기차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죠. 만약 자신들이 일하는 쪽으로 기차가 들어오면 인부들은 꼼짝없이 큰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기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물론 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A와 B선로 중 어느 쪽으로 기차를 보내야 할까요?

이 질문을 받은 다수의 사람들은 인부가 한 명뿐인 B선로를 택합니다. 사상자를 줄여야 하니까요? 여러분도 같은 선택을 하셨나요?


그럼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상황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B 선로에서 일하는 인부가 당신의 부모님이라는 것만 다릅니다. 상황을 이해하셨나요? 이번에도 기차의 방향을 부모님이 작업 중인 B 선로 쪽으로 보내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다수의 답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렇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부모를 살리기 위해 4명의 작업자가 일하는 A선로 쪽으로 기차를 보낸다고 답합니다. 이건 도덕적 선택이 아니죠. 결국엔 한 입으로 두 말을 한 꼴이 됩니다. 마치 베드로가 닭이 세 번 울기도 전에 스승인 예수를 팔아먹는 배신처럼 말이죠.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이런 질문받아보셨죠?


“부모님을 사랑하나요?”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말합니다. 베드로의 대답처럼 3번을 물어도 답은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가끔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생존한 상태라고 가정합시다. 그분들은 그동안 국민 연금과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비를 대신했습니다. 하루는 부모님께서 출가한 딸 부부를 불러 놓고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엄마, 아빠 사랑하니?”

“엄마는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당연하지?”

“정말이니?”

“섭섭하네, 우리가 엄마 아빠 실망시킨 거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근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데?”

“아빠가 은퇴 전에 가입한 실손 보험 있잖니?”

“응, 근데 그건 왜?

이젠 보험료가 너무 많이 올라서 납입하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미안하지만 너희 부부가 대신 내주면 안 될까?”

“…. 얼만데?”

“엄마, 아빠 합하면 10만 원쯤 될 거야”

“알았어, 우리가 어떻게 해 볼게, 그것 때문에 사랑하느냐고 물은 거야?”

“뭐, 그런 건~~ 아니~고”


여러분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 질문을 받은 다수의 자녀들 역시, 대납하겠다고 말합니다. 용돈 좀 아끼고 외식 좀 줄이면 되니까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실손은 갱신 담보입니다.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보험료가 상승하기 때문이죠. 부모님의 합계 보험료가 20만 원이면 그때도 대납하나요? 30만 원 이 면요? 항간에는 1인당 25만 원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럼 50만 원입니다. 어떤가요. 대납하나요? 이 선택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겉으론 몰라도 마음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질문을 드립니다.


“두 분 중 한 분만 대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분은 누구인가요?”


참 잔인한 질문이죠?

여러분도 이 질문에 답해 보시죠?


-다음 글에 이어 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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