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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e ship

1-④ 약방엔 감초, 보험은 실손

치료/진단/입원/수술/장해/간병/사망

by 이종범

chapter 1_치료_실손----<계속>


제가 들었던 답변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엄마였습니다. 저는 그런 대답이 섭섭하게 다가 오더군요. 속된 말로 뼈 빠지게 돈 벌어서 키워 놨더니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엄마를 택하는구나 하고요. 제가 속이 좁은 거죠. 주변에 있는 여자분들이게 물어도 답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같은 여자이기 때문일까? 솔직히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어쩝니까, 그런 질문은 했던 제가 문제라면 문제겠죠.


또 하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역시 교육장에서 경험했던 이야기입니다. 보험을 가입할 때 수익자 란에 체크해야 하는 거 잘 아시죠? 남자들 대부분은 보험 수익자로 법정 상속인을 체크하는 게 보편적입니다. 별반 망설임이 없죠. 그런데 여자들은 어떨까요? 법정 상속인이 아니라 지정 인을 적어 넣습니다. 물론 자녀가 그 우선순위입니다. 자녀가 없다면 누굴 지목할까요? 한 가지는 거의 확실합니다. 많은 분들이 남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거죠. 오히려 친정 부모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해볼까요? 언젠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는 주제가 붙은 글로 한때 인터넷에 많이 오르내렸던 글입니다.

시골에 살던 아버님이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서울 사는 아들 집으로 상경해서 같이 살았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아들 집을 나가게 되죠. 퇴근한 아들은 사방팔방 아버지를 찾아보았지만 헛수고로 끝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떠나면서 아들에게 남긴 쪽지 하나가 발견됩니다. 그 내용이 바로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 였죠. 아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3번은 뭐고 6번은 또 무엇을 말하는지 말이죠. 수수께끼 같은 쪽지의 비밀을 풀어준 건 뜻 밖에도 부친의 친구였습니다. 자기와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들었던 표현이라는 거예요. 그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 집에 살아 보니까, 1번은 며느리, 2번은 손녀딸, 3번은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답니다. 그리고 4번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였고 5번은 가정부, 그리고 마지막 6번이 바로 아들의 아버지인 자신이었다고 말했답니다. 그러니까 3번은 애지중지 키웠던 자신의 아들이고 6번은 아들의 부모인 아버지였던 거죠.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들 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으면 아들의 아버지는 몇 번으로 밀릴까?”


남자의 입장에서 너무 섭섭한 생각이 들었나 봐요. 실손 보험료 대납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 출가한 딸에게 나이 든 아빠는 실손 대납 순위에서도 엄마에게 밀리고, 보험 수익자에서도 외면되고, 하다못해 가족 구성원의 우선순위에서도 선 순위를 차지하지 못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섭섭함을 느끼지 않는 남편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모든 아내가 그런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남편을 우선순위에 두는 아내들이 많으니까요.


인생은 위험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면 쉽게 이해될 듯합니다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인생은 만약이라는 수많은 변수를 만나게 됩니다. 그 변수는 가능성을 뜻하는 if와 위험을 암시하는 if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가능성을 암시하는 if는 비전과 희망으로 이어지지만, 반대로 위험성을 암시하는 if와 만나면 불안해지고 위험을 느끼게 되죠. 그렇다 보니 보험권에서는 위험을 암시하는 if를 많이 거론하는 편입니다.


“만약(if) 가장인 당신이 지금 죽는다면 가족은 어떻게 될까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당신의 어린 자녀는 어떻게 살아갈까요?”


종신 보험을 판매할 때 많이 사용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위험을 느낀 고객은 보험 설계사가 말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여건이 하락되면 보험을 가입하는 수순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위험이 되었든 시작과 끝이 존재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위험의 경중에 따라 치료/진단/입원/수술/장해/간병/사망으로 이어지는 7단계 수순을 밟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1단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위험도 있으니까요. 가령 가벼운 감기는 1단계인 <치료>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병원에서 발급한 처방전에 의거해 3~4일 정도 약을 투여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암,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으로 지칭되는 3대 질병은 다릅니다. 가령 암이 의심되어 치료를 시작하면 반드시 2단계인 <진단> 과정을 거치게 되죠. 암으로 확정되면 입원 치료로 이어지고, 필요에 따라 수술이 더해집니다. 암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해도 장해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예상대로 장해가 나타나거나 생각보다 중한 상태로 발전되면 간병을 요하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ex: 중환자실). 이상 거론된 6단계까지는 생명이 남아 있는 생존 단계이기 때문에 계속된 치료가 병행됩니다. 하지만 환자가 연명치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확인이 있을 경우, 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사망에 이르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연명치료를 받는 와중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겠죠. 이처럼 가벼운 감기를 치료하는 1단계부터 6단계인 간병까지 폭넓게 관여하는 보험이 바로 실손입니다. 말 그대로 생존 영역을 담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으로 이어지면 실손 보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죠. 이제 사망 보험금이 그 책임을 떠안게 됩니다.



Ps : 지금까지 언급한 “약방엔 감초, 보험은 실손” 글은

<치료/진단/입원/수술/장해/간병/사망 >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진단> 영역에 관한 것으로 먼저 癌(암)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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