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 매룡 1길, 작지 않은 하천 변에 전원주택 단지가 있다. 80 여체가 들어설 부지에 22채가 들어선 지금, 주변은 한적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마을이다. 지난 주말, 1박 2일로 우리 6형제 가족 모임을 가졌다. 매년 요맘때가 되면 아버님을 모시고 갖는 모임이다.
토요일 저녁 6시
약속된 시간이 되자, 익산에서, 분당에서, 용인에서, 그리고 경기 광주에서 우리 형제들 부부가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야외에 식탁을 차리고 한쪽엔 바비큐 불판 위에서 고기를 굽고, 또 한쪽에선 야외 식탁을 꾸미느라 한창이다. 바쁘게 움직인 탓에 7시가 되기 전에 식탁이 완성되고, 형제들 부부가 둘러앉아 술과 함께 저녁을 시작한다. 20~30분쯤 지났을까, 서서히 밤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형제들과 이야기하느라 듣지 못한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려왔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개구리다. 그것도 한 두 마리의 소리가 아니다. 그 수를 가늠하기 조차 어려울 만큼 많은 개구리의 대합창이었다. 조용한 마을에 들리는 건 개구리들의 합창과 그에 곁들인 우리 형제들의 이야기가 전부였을 만큼, 여주의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변에 둘러앉아 못다 한 형제애를 키우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자정을 넘기고 하나, 둘씩 잠자리로 들어간다. 우리 부부는 뜰 앞에 텐트를 쳤다. 야외에서 잘 생각에 강아지 두 마리를 데려 왔기 때문이다. 여주의 밤은 점점 깊어지고 우리 부부도 텐트에서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개구리 소리는 아직도 합창 공연이 끝나지 않았다. 가끔씩 들려오는 강아지 소리에 우리 강아지들도 소리로 반응을 한다. 둘째 강아지 미소는 밤귀가 너무 예민하다. 약간만 이상한 소리만 나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몸은 피곤한데 미소의 예민함 때문에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벌써 새벽 3시다. 더 이상은 힘들겠다 싶어 아내를 텐트에 남겨두고,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자동차에 침실을 만들었다.
그때 즈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마침 첫 닭이 울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큰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가 일 순간 사리지고 말았다. 닭울음소리 때문 일까? 정말 신기했다. 여주의 적막한 밤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개구리가 잠을 청할 시간이라 그런 것인지, 닭 울음소리 때문인지 알 순 없지만, 밤 공기만 흐르는 시간, 자동차에서 강아지 두 마리와 잠을 청했다. 확실히 자동차 안이라 그런지 외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우리 집 강아지 두 마리는 잠을 자기 시작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미소가 다시 반응하기 시작한다. 눈을 떠 보니 우리 형제들이 일어나, 모닥불을 피웠던 자리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한 마을이라 그런지 두 사람의 소곤 거림도 크게 들렸다. 할 수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일어난 김에 아침 운동 겸, 강아지와 함께 마을 단지를 두 바퀴 돌았다. 마침 형제들이 모두 일어나 있었다. 다시 여주시 매룡 1길, 전원주택 마을의 아침이 시작된 것이다. 옆 집 아저씨는 외출을 나갈 생각인지 자동차를 세척하신다. 또 어떤 분은 텃밭에서 장화를 신고 일 할 준비 중이고, 손을 맞잡고 여유롭게 산책하는 부부도 있었다. 마침 올해 9살 난 여자 조카아이도 일어났다. 모임을 주최한 여주 이모부가 감자 캐는 걸 가르쳐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감자를 케 본 적이 없는 조카는 마냥 신이 난 상태다.
그렇게 여주의 아침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방에선 김치 콩나물 국으로 해장을 준비하고, 죽순, 건대, 옻 나물, 된장국과 김치로 아침을 준비 중이다. 밖에선 어젯밤 어지럽힌 것을 청소하고 다시 돌아갈 준비가 한창이다. 우리 부부도 텐트를 걷고 이불과 옷가지 등을 챙겼다. 점심까지 먹고 느지막이 헤어질 생각이었지만 아버님이 연로하셔서 아침 겸 점심으로 대신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성남 집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아버님과 우리 부부,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는 간단히 씻고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3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니 벌써 늦은 오후다. 하루 일과가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못한 일을 다시 시작한다. 집 안 밖에 있는 화초에 물을 주고 옥상에 심어 놓은 채소류도 돌아본다. 물도 주고 잡초를 뽑다 보니 훌쩍 2시간이 흘렀다. 핸드폰이 울린다. 딸아이가 퇴근하는데 병원으로 와 달라는 전화였다. 그러마 약속하고 병원으로 직행, 신호한 번 걸리지 않고 논스톱으로 아이가 근무하는 병원에 도착하니 5분여도 안 걸린 것 같다. 딸아이를 데려 오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주말 가족 모임에 관한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개운하다고 할까, 피를 나눈 형제들도 인젠 막내가 마흔여덟이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날이 소중해지는 걸 보면 이젠 정말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우리 6형제 모두에게 하늘의 은총이 함께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