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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Nov 16. 2020

그는 멈추지 않아서, 보지 못한 것이다

요즘 <멈추면 비로소 보인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의 부동산 논란이 거세다. 최근 tvN ‘온 앤 오프’에 출연한 삼청동 집이 그 발단이다. 무소유를 말하던 스님이 풀 소유를 하고 있다는 것이 논란의 본질이다. 급기야 ‘푸른 눈의 수행자’로 알려진 현각 스님까지 나서서 “부처님 팔아먹는 기생충”이라는 날 선 비판을 가하는 상황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부담일까? 혜민 스님은 SNS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지금까지 출가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



무소유의 차이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난을 통해 무소유(無所有)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법정)


“법정스님께서 무소유가 가능했던 것은 책 인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도나 주지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해도 살 수 있어야, 그리고 또 어느 정도 베풀 능력이 되어야 아이러니하게도 무소유도 가능해진다"(혜민)


혜민 스님은 몰랐을까? 법정 스님은  인세 가 들어오는 족족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보내졌다는 사실을... 정작 자신이 폐암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을 땐 6천여만 원에 해당하는 치료비를 해결하지 못해서 홍라희(삼성 이건희 회장 부인)씨가 대납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주거지의 차이

"현재 내가 몸담아 사는 산중 오두막은 여러 가지로 불편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에서 단순하고 간소하게 내 식대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일곱 해째 기대고 있다. 어디를 가보아도 내 그릇과 분수로는 넘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어, 나는 이 오두막을 거처로 삼고 있다"


'남산 뷰'가 일품인 혜민 스님의 삼청동 집이 법정 스님의 산중 오두막과 같을 없다. 자연을 벗 삼아 자기 몸을 의탁한 채 구도자의 길을 걷는 법정 스님과, 종로구 삼청동에 기거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혜민 스님의 무소유엔 헤아리기 힘든 차이가 느껴진다. 



다 지난 이야기지만 <온 앤 오프>  섭외가 왔을 때, 자신의 집이 공개되는 순간 세상의 눈초리가 따가워질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승려 신분에 '도심 한 복판에 뷰가 좋은 집'에 산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혜민 스님이 속 내를 알 수 없으니 진의 여부를 기릴 순 없지만, 이번 일은 사회 통념상 승려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불가에 귀의 해 마음공부를 한다고 해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제라도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며 잘못을 시인한 스님의 용기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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