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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Dec 09. 2020

영웅이고 싶은 간웅, 치사한 패배자

2020년도 이젠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통째로 지워진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하루도 코로나 뉴스를 접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1년이 다 가도록 코로나와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21년이 되면 인류의 반격이 가능할 것 같은 뉴스가 들려오는 것이다. 90% 이상의 약효가 있는 백신들이 속속 선보이는가 하면, 치료제 생산이 시작되거나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늦지 않게 코로나를 퇴치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평소엔 좀처럼 보기 힘든 각국의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 한 편으로는 그들이 보여준 리더십을 보면서 시대를 구하는 영웅인지, 시대를 망치는 간웅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점철된 지구촌의 2020년은 ‘어지러운 세상’, 난세라고 칭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어떤 나라도 코로나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만큼 시계 제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공은, 인류의 나약함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지구촌엔 감히 상대할 국가가 없다고 뻐기고 힘주고, 협박을 일삼았던 미국의 현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코로나 지옥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코로나를 상대하는 트럼프의 행동은 영웅이고 싶어 하는 간웅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자료: 연합뉴스/코로나 19 세계 현황 / 2020.11. 15일 10시 기준

첫째,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전문가인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를 세치 혀로 폄하시켰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개인 트럼프의 말 한마디와 격이 달라도 한 참 달라야 했다. 대통령의 입으로 말한 코로나 관련 정보는 거짓과 무지, 오만으로 가득 차있다. 솔선해서 가짜 뉴스를 만들고, 마스크의 효과가 입증되었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자신을 자랑하듯 연단에 오른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폄하했던 코로나에 감염되었는가 하면, 퇴원 후엔 자신이 코로나를 이겼다고 자랑한다. 그가 대통령이 아니고, 돈 많은 부자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단 시일 내에 최고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트럼프가 경험한 코로나 치료는 일반 감염자의 치료와는 비교가 불가하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전담하는 최고의 주치의가 있었고, 감염 즉시 최고의 바이러스 전문가들에게 포진되어 효과적이고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없어서다.


둘째, 코로나 바이러스를 자신의 재선을 위한 치적으로 삼으려던 무리한 행보다.

결과는 불발되었지만 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란 말인가? 경제적으로 치적이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코로나 때문에 당장 죽어나가는 국민이 수천인데, 자신의 영달을 위한 정치적 결단에 골몰한 트럼프는 영웅이 지녀야 할 기본 소양 중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영웅이고 싶은 간웅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보여준 일련의 말과 행동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거짓은 기본이고, 우기고, 폄하하고, 해고하고, 협박하는 일상, 포용하고 배려하고, 위로하는 일은 그의 대통령 사전에선 발견할 수 없었다.


셋째는 포용력아 무엇인지 모르는 편향적 리더십이다.

내편과 네 편을 가르고, 이쪽과 저쪽을 구분 짓는 극단적 사고는, 구 시대의 유물 중 하나다. 더구나 미국은 수많은 인종이 함께 사는 합중국이다. 그 어떤 나라보다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분열의 정치를 양산하는 그의 리더십은 미국의 앞날을 두고두고 괴롭히는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코로나 대응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는 개인주의로 극복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국민적 단합을 호소해도 부족할 판인데, 앤서니 파우치의 입이 아니라 자신의 입만 바라보길 원한다. 미국의 국민 의사로 존경받는 파우치는 미국의 코로나를 해결하는데 가장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감염병 대통령이다. 그런 파우치를 향해 독설을 날린 트럼프는 오만과 무지, 그리고 무례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가르쳐야 할 만큼 철없는 어른 아이에 불과하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참모들과 전화 회의에서 “사람들은 파우치와 이 모든 멍청이들의 얘기를 듣는데 진절머리를 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파우치)가 TV에 나올 때마다 항상 폭탄이 있다”며 “내가 그를 해고하면 더 큰 폭탄이 있다. 그러나 파우치는 재앙이다”라고 비난한 것을 보면, 대통령으로서 그의 그릇이 어는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미국의 코로나 폭탄을 이처럼 심각한 피해로 이어지게 만든 1등 공신은 트럼프의 무지와, 근거 없는 허풍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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