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중에 생각의 씨앗이 떨어지고, 그 씨앗이 움을 틔우기 시작하면, 생각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드러난 생각은, 내 몸과 마음을 이끌기 시작하고, 결국엔 그 생각이 나를 붙들어 매고 만다
요즘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생각 하나가 있다. 유튜브다. 개설한지는 조금 됐지만 방치한 탓인지, 내 유튜브엔 이끼 낀 폐가처럼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떠난 집엔 온기가 없는 법이다. 온기 없는 집에 사람이 들길 바란다면, 그 또한 욕심이다. 내 유튜브 채널이 바로 그 꼴이다. 채널 가꾸기는커녕, 사람이 들기만 바랬던 내 욕심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던 것이다.
여늬때처럼 다른 채널 유튜브를 보던 11월 어느 날, 나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듯 다 잊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번에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 1편을 업로드 하자. 그리고 조회수나 구독자에 얽매이지 말자. 사람마다 꽃피는 시점이 다르듯 언젠가는 꽃필 날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미련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제작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은 직장 내 방송 부스와 pd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젠 스스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핸드폰 만으로 촬영, 편집, 업로드를 할 수 있는 능력부터 배양해야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핸드폰용 마이크와 삼각 받침대를 구입했다. 그리고 촬영한 첫 번째 영상이 "돈지갑을 마르게 하는 주범들이다" 이후 이번 주까지 6편을 업로드했다.
하지만 어떤 영상도 예전처럼 조회수가 늘지 않았다. 기껏해야 20~30회 수준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기로했다. 어차피 나는 무명이고, 다시 시작하는 마당에 벌써 김칫국을 마시는 건 과거의 생각으로 돌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12월 11일금요일, 출근 전이다
습관적으로 내 유튜브를 열었다. 웬걸 유튜브에 미묘한 변화가 보였다. "4. 치사하게~" 조회수가 정확히 100이라고 찍혀있는 것이 아닌가? 조회수 30회였던 영상이 하룻밤 사이 100회로 늘어난 것이다.
"어라, 이게 뭐지?, 이런 날이 다 있네"
신기했다. 홍보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콘텐츠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이 조금은 통한 것일까? 그날부터 유튜브 채널을 열 때마다 조금씩 숫자가 늘어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지렁이가 꿈 툴 되듯 많이 더디지만, 숫자의 변화가 나타나는건 분명했다. 아마도 이런 나를 보면서 별것도 아닌데 호들갑이라고 나무랄 분이 없지 않겠지만, 내겐 의미 있는 변화값이었다.
12월 11일~ 오늘 아침(16일)까지 "치사하게~" 조회수가 505회까지 늘어났다. 덕분에 구독자도 8명이 늘어 230명이 되었다. 내겐 하늘 같은 숫자다. 그동안 벽을 보고 말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그 높은 벽이 조금 낮아진 듯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떤 생각을 붙잡고 늘어질 것인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화두를 다시 일깨워준 것이 유튜브다. 갈길이 멀지만 조금은 힘이 난다. 다들 그렇게 시작했을 거라고 애써 자위하는 수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