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딸아이가 거실로 나오면서 했던 첫말이다. 어제저녁뉴스에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제법 큼지막한 눈발이 날린다.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에도, 철쭉 화단에 심은 힌 국화, 보랏빛 옷으로 갈아입은 국화에도 충분한 흔적을 남겼다
딸아이 출근을 돕고 돌아와서 짤칵
9시 30분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은 어두컴컴하다. 해님의 아침 문안이 사라진 탓에밖이 더 밝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까 그리워진다는 말이 세상스럽게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둡고 칙칙한 느낌은 우울감을 자극하기때문이다.평일은 몰라도 주말만큼은 화창하고 따사로운 햇빛이 가득한 아침을 원한다. 햇빛, 책, 그리고 따듯한 차 한잔으로 시작하는 새날을 즐기고 싶어서다.
같은 주말, 우울한아침.책과 따듯한 차 한잔은 준비했지만 해님이 오지 않는 아침을 시작한다. 대신, 우리 집 귀염둥이 미소가 기분을 읽었는지,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것도잘 보여주지 않는 혀를 살짝 내밀면서 말이다. 브런치를 멈추고, 한 장 사진에 미소를 담는다.
'찰칵'
이제 막 10시를 넘어서고 있다
창밖으로 다시 눈발이 날린다. 라면이 당긴다. 고지혈처방약을 먹는 처지에, 라면이라니,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
10시 55분
먹었다. 라면, 의사가 튀김음식 먹지 말라고 했는데,...대신, 라면과 물만 넣어 기름기를 제거하고, 새 물에 기름 뺀 라면과, 새송이 버섯 큰 것 하나, 양파 반쪽, 그리고 큰 마늘 세 개를 3 등분하여 끓였다. 반찬은 잘 익은 알타리 무 김치다. 이 정도면 내 몸에 조금은 덜 미안하겠지싶은 마음으로 아점 라면을 먹었다. 다시 거실 소파에 앉는다. 브런치는 끝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