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범 May 26. 2021

세월이 저 보고 시아버지가 되라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시아버지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청첩장을 돌리면서 지인에게 했던 말이다.

아들이 결혼한다고 말하면 될 걸, 굳이 시아버지란 말을 왜 꺼냈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코로나 정국이라 초청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시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 것 같다.  


며느리와 우리 가족은 모두 한 교회를 섬겼다.

그래서 그런지 며느리의 성장 과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전혀 낯설지가 않다. 그냥 내 식구구나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저 어린것이 벌써 커서 내 며느리가 되다니.... 세월이 빠름을 실감한다


"형님, 이젠 할아버지네"

"무슨 소리, 아직 애가 없는데, 무슨 할아버지"

"그래도 조만간에 할아버지가 될 거잖아요?"


하긴 틀린 말은 아니다.

언젠간 시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될 일이지만, 그날이 성큼 다가온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들 결혼을 치르면서 비로소 시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후배의 말처럼 조만간 할아버지가 되는 것도 초 읽기에 몰린 셈이다.


나는 우리 부모님의 자녀로 이 세상에 왔다.

그리고 부모님의 보호 아래 성장기를 거쳤고, 평생을 함께할 짝지를 만나면서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모라는 새로운 이름표 받았고, 32년 동안 부모라는 이름표에 걸맞게 살려고 노력했다

피제이 호텔 1층 뮤즈홀

2021.5.22일

나는 비로소 시아버지라는 또 하나의 이름표를  달았다.

새 며느리를 들이는 일이 기쁘고 즐거운 일이지만 편으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야 하는 나이 듦이 느껴진다. 서서히 주인공 자리를 아이들에게 내주어야 하는 시간이 빨라지는 기분이랄까

세월은 그렇게 예정된 시간을 가는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지 하루만 핀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