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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Feb 28. 2021

단지 하루만 핀 꽃


학명, Neomarica gracilis

꽃집에선 킹 아이리스, 우리말은 학란이다.

밤사이 학란이 만개했다. 십수 년을 키웠는데, 이 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건 올해가 두 번째다. 몇 년 전 처음 보았을 때 어찌나 예쁘던지 잔상이 오래 남았던 꽃인데 미쳐 사진을 찍어두지 못해 기억 속에만 자리했던 꽃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땐 한송이만 피었고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떨어졌기 때문에 꽃의 아름다음을 음미할 수 없었다. 마치 너무 귀해서 아무에게나 보이고 싶지 않은 속성이 깃든 것처럼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순간의 화려함을 엿보기 어려운 꽃이 학란이다


2021년 2월.

학란이 만개하고 있다. 아내도 이런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볼 때마다 신기 방통 감탄사를 연발한다.

2월 23일 애내가 찍은 학란

꽃말은 고결함, 존귀한 사랑이다. 

하얀 잎새에 보랏빛 꽃을 피운 탓일까, 신비롭고 우아하다. 뿐만 아니라 단 하루에 화려함의 시작과 끝을 선보이는 탓에 일상 쫓기다 보면 꽃이 핀 것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화려한 날은 짧다는 말이 실감 날 만큼 학란은 그런 이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다독이려 한 것일까 

올 해의 학란은 우리 집에 좋은 소식을 예고하는 것은 아닐지 기대하게 만든다. 

만개한 학란처럼 기쁜 소식이 넘쳤으면 좋겠다

2월 28일. 9시 40분 에 찍은 학란

2월의 끝날 아침.

학란을 눈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사진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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