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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Apr 27. 2017

#24. 신혼부부의 출산 파업

고대국가 스파르타도 그랬다

'어머님, 아버님, 저희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이런 말은 들어야 하는 부모라면 어떻게 답 하겠는가?

‘그렇게 하렴, 너희들 인생 쩌겠니, 괜찮다 신경 쓰지 말고 너희들 살 궁리나 해라’

이처럼 소위 말하는 쿨 한 대답이 가능하겠는가?


아기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신혼부부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출산하지 않겠다는 자녀들의 제안을 동의하는 부모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와같은 자녀들의 선택 배경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옛날 아들을 낳지 못하는 며느리는 칠거지악 중 하나로 치부되어 내쫓을 만큼 큰 죄가 된 시절도 있었지만 그땐 일부러 낳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들만 못 낳은 것이다. 대가 끊어지면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과 체면이 지배하던 시대였기에 죄인처럼 취급했던 것이다.


지금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출산의 문제다. 아들, 딸 구분 없이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자율적 선택에 의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려야하는 상황이 속상하다.

 결정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 양육을 위한  비용부담도 문제겠지만 젊은시절, 나(또는 부부)만의 행복한 삶을위한 장애요소를 만들지 않으려는 이기적 선택이 없다고 볼수도 없다.

부모에게서 나에게, 나에게자녀로 이어지는 생명은 거룩하고 숭고한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부모의 사랑에 의해 선택된 결과다. 아기를 갖지 않는 문제는 만들어진 태를 지우거나, 출생한 생명을 해하는 극단적 행위는 아니지만, 국가 존속의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데이비드 콜먼(DavidColeman) 인구학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금의 심각한 저 출산 현상을 방치한다면 2100년 한국의 인구는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200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2300년이 되면 사실상 소멸 단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반만년의 역사가 이젠 도마 위에서 처분을 기다리는 생선처럼 시간의 사용 선고를 받은 꼴이 되었다.

고대국가 스파르타의 예를 들어보자. 스파르타는 강력한 군사력 등을 바탕으로 당시 강대국인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는 등 주변 국가를 정복한 나라다. 그러나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빈부 격차가 심각해지면서 빈곤에 처한 다수의 스파르타 사람들은 자녀 양육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고, 결국엔 출산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는 결국 스파르타의 멸망을 초래하는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출산율의 저하는 나라의 존속을 위협하는 최대의 문제라 할수있다. 정치권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자녀 출산을 유도하지만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사실 해법만 따져 본다면 너무 간단하다.

문제는 실행으로 옮기는 방법이 간단치 않은 것이다.

먼저 단일 민족의 틀에서 벗어나 다문화 사회를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혼부부가 출산은 물론 양육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바침 되어야 한다.

출산율의 저하는 국가적 생동감을 떨어트린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존망까지 위태롭게 하는 폭탄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촌각을 다투는 문제인 것이다.


초등학교가 문들 닫거나 지역을 이전하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대학이 정리되고 있는 시대다. 입학생의 수가 대학의 수용 가능 인원을 채우지 못한다. 대학 총장이 학생 유치를 위해 소위 말하는 영업마다하지 않는다.

학생이 있어야 학교이고, 학교가 있어야 교수도 총장도 있는 것이다. 옛말에 한 가정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끊어지면 그 집안이 망한다고 했다. 그럼 한 나라에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끊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끝을 알면서 준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이는 비단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으로만 몰아갈 수만은 없는 문제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나부터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부탁해야 한다. 그 어떤 비용이 들어간다 해도 우선적으로 고민하면서 해결해야 하는 난제다.


둘도 많으니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면 된다는 출산 정책을 기억하는가? 먹고살기 힘든 시대였던 시절, 한 입이라도 줄여야 하겠기에 만들어진 정책이겠지만 지금은 재앙으로 돌아온 부메랑이 되었다. 얻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지방자치체 별로 다자녀가 출생하는 경우 지원금을 주면서 출산을 독려하지만 그 정도의 비용으로 출산을 결심하지 않는다. 아기를 낳는 대가로 돈을 받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아기는 하늘의 선물인 만큼 값으로 따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 후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필요 이상의 양육비가 발생한다. 아기들의 속옷부터 대학을 넘어 결혼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과, 더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부모의 욕심이 더해진 비용을 합하면 출산을 포기하는 편이 훨씬 더 쉬운 선택 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그 옛날 우리의 부모들은 생각이 없어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낳았을까?  

1960년대 까지만 해도 가구당 6명의 아이가 출생했다.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면서 기어코 공부에 대한 뒷받침을 포기하지 않으신 우리의 부모들은 도대체 무엇을 믿었던 것일까? 하나도 힘들어서 아예 낳지 않겠다는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실까?


어떤 젊은이는 이런 말을 한다.  

‘그때 하고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요?

그렇게 말한 젊은이는 부모님이 살았던 세상을 살아보고 하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나이가 들고 보니 6형제를 낳고 기르신 부모님이 그 어떤 위대한 인물보다 존경스럽다. 아이를 키우느라 당신을 위한 노후 준비는 사치로 여기신 건 아닐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아이를 키우며 공부까지 시킬 수 있었는지..

그 어려운 난제를 우리의 부들은 해내셨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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