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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Apr 24. 2017

#23. 인공 지능과 수명 연장 비용

슈퍼 컴퓨터는 개인 죽음의 끝점도 예측할 수 있을까?

‘고객님은 30일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진단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상상이 이젠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베스 이스라엘 디커네스 의료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는 지난 30년간 25만 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수집한 뒤 빅데이터를 이용한 슈퍼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환자는 특수 장비를 이용해 3 분마다 혈압과 체내 산소 수치 등의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전송한다. 슈퍼컴퓨터는 모든 수치를 종합한 뒤 환자의 현재 상태와 질병 유무, 더 나아가 남은 수명 등을 계산해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의사가 실제로 진단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그리고 빠른 확진이 가능하다. 남은 수명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한데 그 정확도는 9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예컨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건강 데이터 분석 결과 ‘사망’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실제 30일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베스 이스라엘 디커네스 의료센터의 스티브 훙 박사는 ‘이번 슈퍼컴퓨터 개발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최초의 진료‧진단 방식’이라면서 ‘우리의 목적은 임상의(직접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를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공지능은 의사가 환자를 보살피는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 나우 뉴스 / 건강을 부탁해 2015/9/15)

사망하는 시점을 진단(?)할 수 있다.

환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병력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진단 의학의 혁명이라 할 만한 발표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지적 탐구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과연 그 끝이 어디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인간의 신체를 드려다 보고 질병의 유, 무는 물론 남아 있는 수명까지 예측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은 인간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는 발견일까?


긍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망을 기정 사실화하고 가족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사망하게 된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됨으로 남아 있는 생명 시간표의 소중함을 깨닫고 의미 있게 소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투약이나 수술과 같이 무의미한 의료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불필요한 추가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위적인 수단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개인의 생명을 하늘의 처분에 맡길 수 있으므로 신의 섭리를 역행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오늘 이후에 전개되는 삶의 끝 점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마냥 좋게만 해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망 시한을 예측하는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는 사망 시점을 예측하기도 한다.

‘6개월 정도는 더 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정확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그 시한을 보내는 환자의 노력이나 의료 처방에 따라 사망 시한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반면에 빅 데이터와 같은 자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내린 결론을 전제로 96%의 사망 시한을 예측하는 슈퍼 컴퓨터는 여지가 차단된 확정적 시한을 통보한다. 일말의 희망까지 앗아가 버리는 고통을 수반한다고 볼 수 있다.


생명체라면 예외 없이 생의 끝점, 즉 D-day를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그 시점을 모르기 때문에 오늘의 고민이 필요 이상 깊어지지 않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내일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도 끝 점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이 끝점을 숨겨둠으로써 인간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고통을 덜어 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말은 이제 부정될지 모른다.

물론 비약 일 수 있다. 사망 예측 진단 가능 일이 어느 정도까지 학장 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의료기술의 발달은 며칠 내에서부터 몇 달 아니 몇 년 후의 사망까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부풀려지는 것을 보면, 벌써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료, 과학 기술의 발달사를 보면 언제나 상상의 문제로 남아 있던 것들을 현실 세계에서 경험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믿지 않으려는 생각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3D 프린터가 그렇고, 인공 지능 로봇과 인공 장기, 자동차 비행기, 투명 망토, 가상현실 시스템, 앉아서 구 만리를 본다는 그 옛날 전설의 도인들이 가진 신통 방통 한 능력도 이젠 어린아이들의 손에서 아이폰, 갤럭시와 같은 스마트 기기를 통해 도인들의 능력이 구현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린 벌써 도인들을 뛰어넘어 신이 되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2016년 3월 9일.

대한민국은 인공지능의 능력을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는 세기의 뉴스에 직면하게 된다.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계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이 맞붙은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의 승리가 이루어진다. 기계가 인간을 이긴 것이다. 5:0으로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이라는 사전 예측 결과는 첫판부터 어긋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5:0으로 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게 하는 사건이었다. 결론은 4:1 알파고의 승리로 세기의 바둑 대결은 끝이 났다. 파급효과는 컸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인공지능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약속하는가 하면 대 국민 인식도 면에서 인공지능은 단연코 TOP NEWS라 할 만한 사건이 되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이 하루 밤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눈 앞에 다가서 있다고나 할까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얼마 가지 않아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에 이르기까지 실로 복잡 미묘한 생각들이 발현되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사건은 아니다.

1967년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 맥핵과 아마추어 체스 선수인 드레이퍼스 간에 벌어진 체스 게임을 필두로 체스, 퀴즈, 장기, 골프, 탁구, 포커, 그리고 바둑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게임 대결이 있었다. 탁구(2014년)와 포커(2015년)에서는 인간이 이겼다, 하지만 나머지 모든 게임에서는 인공지능이 이겼다. 당시만 해도 인공지능과의 바둑 대결은 총 10판으로 이세돌 구단의 1승이 전부라 할 만큼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CPU 1200대가 연결된 알파고의 뇌는 상대가 바둑돌 한 점을 놓은 후 1초 만에 승률을 계산한다. 100수를 내다보는 이세돌에 비해 10 만수를 내다보는 알파고의 능력은 철저히 계산된 이기는 게임을 구체화시켰다

금융권으로 이야기를 확장시켜보자.

골드만 삭스는 금융시장분석을 위해 금융분석 인공지능 프로그램 갠쇼(KENSHO)를 도입했다. 증권가는 이미 로보 어드바이저가 등장하여 투자자를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매매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이 보험 플랜을 요청하면 다수의 설계사가 입찰에 참여하고 입찰 완료 후 컴퓨터 알고리즘이 보험 상품을 분석하여 가장 좋은 프로그램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핀테크 회사가 활동 중이다. 추후 일파 고나 겐셔와 같은 인공 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보험 계약자별 보험 요율 산출이 가능해진다. 결국엔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위해 보험회사들은 인공지능 컴퓨터 기술을 보험요율산출, 언더라이팅, 그리고 판매채널 등에 도입할 것이고 이는 보험산업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인공지능 일파 고와 보험산업의 미래 / 김석연 연구원, 이선주 연구원 / kiri weekly / 2016.3,14)

갑자기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보험회사] 

고객이 자신에 대한 병원 이력이나 건강정보 등을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수집한다(고객의 홍채인식). 더욱 진화된 수명 예측 컴퓨터가 고객에게 숨어있는(또는 발병 가능한) 질병을 미리 예측한다.

인공지능이 고객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점검한 후(1초 만에) 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고객에게 말한다.


[인공지능]  고객님이 가입을 희망하는 암 보험은 지금으로부터 5년 만기 보험만 가능합니다.

[고객] 무슨 소리죠. 저는 종신토록 보장받는 암 보험을 가입하려고 하는데 왜 5년인가요?

[인공지능] 고객님, 이런 말씀을 알려드리게 돼서 죄송하지만 고객님의 경우 5년 6개월 후에 유방암 발병할 확률이 96%입니다


[병원] 

[인공지능] 고객님?  심장 기능 이상으로 남아있는 수명은 6개월 20일로 예측됩니다.

[고객] 네~,그 정도밖에 못 산다고요?

[인공지능] 이런 소식을 알려드리게 돼서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고객] 그렇군요? 달리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인공지능] 아닙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심장(모델 NO SJ100)으로 교체하시면 심장 기능은 30년 이상 연장되므로 건강하게 생존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운동도 가능합니다.

[고객] 비용은 얼마나 됩니까?

[인공지능] 7억 3천 만원입니다. 건강보험혜택은 받지 못합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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