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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Apr 24. 2017

#22. 갱신보험료와 어른의 한숨

노년기!, 무엇을 (핏줄, 배우자, 국가, 돈) 믿어야 하나?

해마다 오르는 갱신보험료는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드는 노인들에겐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예전의 보험 상품은 비갱신으로만 이루어진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현역기에 납입을 종료하고 만기시점까지 보장만 받으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갱신 담보의 구성비가 매우 높은 보험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중도에 해지하지 않는 이상, 사망시점까지 보험료를 납입해야 할 책임이 뒤 따른다. 특히 갱신에 해당하는 보장 담보를 보면 실손 보험을 포함해서 암을 포함한 각종 진단금, 수술비, 일당, 사망 보험금까지 갱신 아닌 담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 모든 담보가 갱신 형 담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갱신과 비 갱신의 장단점을 열거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보험업 종사자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갱신 담보의 구성비가 높을수록 가입 시점의 보험료를 대폭 낮출 수 있으므로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 줄 수는 있다. 문제는 갱신시점이다. 상품마다 담보마다 갱신 주기가 다르긴 하지만 국민 보험이라 할 수 있는 실손 보험의 경우는 1년, 3년, 5년, 10년, 15년을 주기로 하는 갱신 기간을 가지고 있다.


강연 중에 이런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이다.

‘보험이 필요하긴 한 것인가?’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수의 사람들은 보험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사실 보험을 필요 없다고 말하는 천연기념물 같은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노년기엔 어떤 종류의 보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실손 보험>을 필두로 <암 보험>과 <연금> 그리고 <간병 보험>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답한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직업을 통해 발생시킬 수 있는 소득 창출 기간은 71세를 전후로 끊어지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노년기에 생활비를 조달하는 문제는 심각의 정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보험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도 해지를 통해 돌려받는 환급금으로 생활비를 보태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만에 하나 당신의 노년이 생활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면 어떤 보험을 해지하겠는가?  

최후의 보루라고 믿고 싶은 단 하나의 보험만 남기고 나머지 보험을 해지해보라.

결정했는가?


필자가 만나본 다수의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험이 실손 보험이었다

나머지 보험은 해지의 순서만 다를 뿐 실손 보험을 최후의 보험으로 남기려는 심리는 대동소이하다.

다수의 사람들은 보험은 잘 모르지만 실손 보험만큼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믿음만은 굳건해 보인다. 문제는 실손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 평생토록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비상이 걸린다.

끝까지 남겨야 하는 보험이 실손이라면 그 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갱신 보장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데 소득이 줄거나 점차 끊어져 가는 은퇴 이후에도 해마다 상승하는 갱신보험료를 어떻게 납입할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 몇 만 원 수준이니까 70세, 80세, 90세가 되어도 몇 만 원 수준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혹시라도 실손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사랑하는 자식들이 있으니 알아서 대신 납입해 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도 하지 않기 바란다. 아무리 자식이지만 출가하면 가족을 구성하고 사랑하는 배우자와 토끼 같은 아들 딸을 돌보는 것도 만만치 않을 터, 매년 상승하는 노 부모의 보험료를 부담 없이 대납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그냥 기대로 끝날 공산이 크다. 몇 만 원이라면 몰라도 몇십 만원 수준의 보험료라면 자식 아니라 그 누구라도 부담스럽게 느낄 것이 뻔하다. 의료비 해결하겠다고 실손 보험을 들었건만 해마다 상승하는 보험료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 아닌가. 보험 가입했다고 안심하기보다는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또 다른 숙제를 남긴 것이 갱신 형 보험이다. 평생 건강을 담보할 수도 없고, 실손 보장 보험료를 평생토록 납입하는 것도 쉽지 않고, 자식들에게 기대자니 믿어지지 않고,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는 저 버린 지 오래되었고 …


이런 말을 공유하고 싶다.

‘이 시대 최고의 부모는 재산을 자식들에게 넘겨주는 부모가 아니라  은퇴 후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을 수 있을 때 최고의 부모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핏줄도 믿을 수 없는 노년이라면 도대체 무얼 믿어야 할까?

강연 중에 한 교육생이 힘주어 답했다.

‘단연코 돈을 믿어야 합니다’

현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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