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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Sep 27. 2021

은퇴 준비를 가로막는 50대 인생 구간의 함정들


“50대에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길래, 이 구간을 절대 망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걸까?”


100세 시대 관점으로 볼 때 50대는 하프타임에 해당하는 시기로 인생 후반전이 시작되는 생애 구간이다. 그러므로 인생 전반을 돌아보고 인생 후반을 위한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금융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50대 인생 구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은퇴 후 40년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일반적으로 50~55세 시점에서 가장 많이 퇴사하고 있다.

퇴사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문제는 퇴사 시점이 좋지 않은 것이다. 50대는 조기 퇴사뿐 아니라 임금 피크도 발생하기 때문에 소득 교란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50대가 풀어야 할 3 중고인 트리플 위험이 휘몰아치듯 발생하기 때문에, 정신 줄을 놓고 있으면 인생 후반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50대는 정신적, 경제적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다른 어떤 세대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압박의 정도가 심한 생애 구간이다. 무엇보다 50대 초, 중반은 자산관리의 성패를 결정짓는 시기에 해당하는 만큼 50대를 지나는 10년 동안 요구되는 각종 선택은 노후 40년을 좌지우지할 만큼 대단한 파급력이 있다.


퇴사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직장인의 퇴사 시점을 집어보고 가자. 먼저 대기업의 평균 퇴사 연령은 49세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51세, 마지막으로 공기업의 평균 퇴사 연령은 55세를 전후로 퇴직한다. 또 베이비부머 중 60세 법정 정년을 다 채우고 나오는 사람은 100명 중 8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50대에 퇴사하지 않고 60세까지 10년을 더 버티는 문제는 통계가 말하듯 쉽지 않은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50대는 100세 시대 관점에서 매우 묵직한 위험이 몰려있는 구간이기 때문에, 마치 살 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하되 때론 과감한 결정이 요구되는 위험들이 즐비하다. 그럼 어떤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보자.


50대에 발생하는 묵직한 위험들

첫 번째는 50~55세 구간에 나타나는 조기 퇴사 위험이다

특히 50~55세 시점은 한창 일해야 할 나이기 때문에 서둘러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 등으로 소득 보존을 꾀하는 일이 발생하지만 퇴사 전 소득에 한 참 못 미치는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극심한 소득 교란이 나타난다


50대에 발생하는 묵직한 위험들

두 번째는 임금 피크다.

직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내 경우는 56세부터 임금 피크가 적용되었는데 55세 급여를 100%라고 하면 56세 90%, 57세 80%, 58세와 59세가 70%, 마지막 60세에 60%가 적용되고 있다.

법정 퇴직이 55세에서 60세로 5년이 늘어난 대신, 소득은 5년에 걸쳐 40%가 줄어드는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이 구간은 줄어든 급여만큼 살림살이도 축소하는 훈련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50대에 발생하는 묵직한 위험들

 세 번째는 트리플 위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트리플 위험 첫 번째는 자녀 리스크다.

50대 시점은 자녀가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빠르면 자녀 결혼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놓은 시기다. 문제는 부모의 자산을 축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자녀 교육비나 결혼비용과 관련해서 대부분의 50대는 자유롭지 못하다.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50대는 자녀 지원 금액이 많고 적은 차이만 있을 뿐, 부모의 자산이 축소되는 위험을 피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트리플 위험 두 번째는 간병 리스크다.

대표적 사례로 부모 간병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50대에 들어서면 부모의 나이도 80대에 들어선다. 특히 수많은 노인성 질환 중에서도 치매는 자녀들 입장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간병 등급판정자의 예를 들어보자. 간병 등급판정자를 100으로 볼 때, 치매를 원인으로 간병 등급 판정을 받는 사람은 30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치매 발병률은 남성보다 무려 2.5배가 많이 발병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건강 수명의 경우도 남성은 64세, 여성은 64.9세로 별 차이가 없지만 의존 수명은 여성이 훨씬 길다. 평균 수명을 기준하면 여성은 인생의 1/4에 해당하는 20년을, 남성은 인생의 1/5에 해당하는 15년을 투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원인 질병이 무엇이냐에 따라 의료비가 달라지겠지만 노년기에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인 치매는, 환자는 물론 가족들까지 힘들게 하는 만큼 예사롭지 않은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치매로 인한 간병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50대 자녀들이 결정해야 할 3가지 숙제를 남기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생각할 위험이 아니다. 부모 간병과 관련해서 자녀들이 고민하는 첫 번째는 재택 간병을 할 것인지 시설 간병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가족들이 간병할 것인지, 아니면 간병인을 고용해서 간병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고, 자녀들이 고민하는 마지막 세 번째는 재택 간병이든 시설 간병이든, 가족 간병이든 간병인을 고용하든 결국은 비용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자녀들 중 누가 부담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다행히 치매에 걸린 부모가 자녀를 많이 낳았다면 자녀들이 1/n로 나누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만, 아들이든 딸이든 한 명만 두었다면 독박 간병이 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50대에 퇴사한 상태라면 경제적 압박감은 말할 것도 없고 심리적 압박이 더해지면서 짊어져야 할 부담감은 심각한 수준으로 내몰릴 수 있다.


그럼 간병과 관련한 폐단을 먼저 경험한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혹시 간병 지옥이란 말 들어보았는가? 간병 살인, 간병 자살, 그리고 간병 독신을 묶어서 간병 지옥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해석하면 간병으로 인해 살인도 하고 자살도 하고 또 간병 때문에 원치 않는 독신자의 삶을 사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간병은 곧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의 삶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가족 간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족 중 누군가 간병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 그 삶은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어렵다. 통계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실정이다. 혹여 간병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가족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직접 간병을 하거나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데 비용을 부담할 처지가 못되면 간병 퇴사를 결정해야 하고, 결국은 파트타임으로 간병에 필요한 돈을 보충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또,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삶을 비관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예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것이 바로 간병 살인이다. 치매 환자가 사랑하는 부모이거나 배우자라고 해도 정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버틸 재간이 없다고 판단되면 극단적 선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간병 살인의 반대인 간병 자살이다. 일종의 영구적 현실 도피일 수 있지만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할까. 그뿐이 아니다. 사랑하는 부모가 치매를 앓고 있는데 자식으로서 간병을 포기하고 결혼하는 게 일반적 선택은 아니다. 할 수 없이 부모를 간병하느라 모아둔 돈도 모두 사라지고, 나이도 많아져서 결혼 적령기를 놓친 경우 원치 않는 간병 독신자의 길을 걷는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언급한 간병 살인, 간병 자살, 간병 독신은 간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옥 같은 삶의 한 단면이다. 이런 문제는 일본 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그에 따른 각종 폐단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간병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이 커지는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트리플 위험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자녀 리스크와 부모 리스크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은퇴준비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지만 주어진 환경은 똑같지 않다. 그렇다 보니 50대를 지나는 동안 자신에게 처한 현실도 같을 순 없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똑 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노년기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은퇴 준비는 비단 50대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빠를수록 좋다. 아무리 늦어도 50대엔 은퇴 준비에 돌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50대를 일컬어 은퇴준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10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은퇴 준비는 어떤 이유에서든 각종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 준비에 돌입할 것인지, 그렇기 때문에 은퇴 준비를 포기할 것인지도 역시 선택의 문제다. 은퇴 준비 수단으로 저축, 펀드, 주식, 연금, 부동산 등 수많은 수단 중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 또한 선택의 문제다.


은퇴준비를 성공시키는 키워드는 속성이다

어떤 방법으로 은퇴 준비를 하든 시간의 힘을 믿고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은퇴 준비를 성공리에 마칠 수 지름길이다. 운동으로 비유하면 마라톤과 같다. 마라톤 우승자를 보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완주 레시피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속도를 내어야 할 시점, 자제하고 페이스를 유지해야 할 시점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은퇴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오버페이스를 하거나 너무 늦게 달리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현시점에서 자신의 처지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물적 자산과 인적 자산을 활용하여 은퇴 준비에 박차를 기해야 한다. 혼자 할 수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구의 도움을 받든 상관없지만 은퇴 준비만큼은 결코 미룰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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