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수년간 눈여겨보지 않았던 인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드는 탓일까? 노후 인생이 주된 화두다.
단순한 결과지만 노후는 춥고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불행한 노후,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행복한 노후가 공존하는 세상이다.
세상 모든 결과물엔 그럴만한 흔적이 남는다.
다만 그 흔적을 발견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노후도 마찬가지다. 흔적은 과정이고 그 사람의 증거다. 흔적을 좇다 보면 행복한 노후는 결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글 쓰기 시작하면서 인생 선배들이 남긴 삶의 흔적들을 살피는 눈이 생겼다.
안 보이던 세월이 보이고 잃어버린 시간들이 다가왔다고 할까? 그들이 남긴 세월의 흔적 속엔 미래의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최고의 힌트들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그들이 경험한 인생 흔적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그냥 가져다 쓰면 그만이다. 그러니 굳이 원가를 따질 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했던 건 다음 노후를 살아야 할 후배들이 선배들이 남긴 흔적을 대수롭지 않게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맞이할 노후와 선배들이 경험한 노후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인생 후배들의 노후가 선배들의 노후가 확연하게 다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돈 없는 노후, 건강 잃은 노후, 관계가 끊어진 노후, 비전이 사라진 노후,…
은퇴하고 나면 태반이 열거한 노후 이미지에 근접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준비 없이 은퇴한 선배들이 남긴 흔적에 그런 힌트가 숨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수의 후배들은 현재의 삶에 올인한 나머지 선배들이 남긴 흔적을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이렇게 항변한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노후 준비!”
그렇다고 후배들이 노후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심은 있지만 현실은 애써 외면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의 삶이 주는 무게에 짓눌려 있어서다. 하지만 게 중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희망하는 노후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들에게 주목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나누자”
단순한 생각이 브런치에 입문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노후 인생” 키워드를 소유할 수 있었다.
나는 인생 선배들이 남긴 행, 불행의 흔적들을 열심히 가져와서 줄을 세우고, 그룹으로 묶어서 글과 영상을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를 “노후 극장”에 팔기 시작했다. 돈을 주고 사는 사람이 많아서다. 요즘은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팔린다. 아직은 노후 극장 규모가 작아서 관객은 5000명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1만 명, 10만 명을 넘길 것이다.
모든 사물은 보는 눈에 따라 가치가 바뀐다.
“노후”라는 화두가 내게는 특별한 가치를 선물하는보물이다. 남들은 고리타분하다고 외면하지만 내겐 호기심 천국이고 최고의 이야기보따리인 셈이다. 그 안에서 노년기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수많은 힌트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말로, 글로, 영상으로 노후 극장에 올리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경험한 인생 흔적은 별반 없는데, 인생 선배들이 남긴 흔적은 차고 넘친다. 그만큼 공짜로 가져다가 쓸 수 있는 노후 인생 보물들이 우주에 널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