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똑같은 오늘, 사람을 지치게 한다

3화

by 이종범

"퇴직 후 가장 무서운 건, 시간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것이다."

시간의 자유!

퇴직자가 원하는 선물 중 하나다. 하지만 시간이 많아질수록 점점 지쳐간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다를 게 없는 내일.

변화 없는 일상이 막연한 불안을 자극한다

"이게 맞나?"

처음에는 자유롭고 좋았지만, 하루가 길어질수록 삶이 밋밋해진다. 해야 할 일이 사라지면서, 무의미한 하루가 늘어난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하루가 너무 짧았다.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뛰어다녀도 다하지 못할 만큼, 업무에 끌려다녔다. 하지만 퇴직 후엔 정반대의 일상이 펼쳐진다


"이제 뭐 하지?"

시간은 많아졌지만, 남는 시간을 채우는 방법을 모른다. TV를 켜놓고 멍하니 있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하루가 끝난다. 이런 일상이 지속되면 내일에 대한 기대도 사라진다. 오늘과 다를 게 없을 테니 말이다.


무기력이 쌓이면 우울감이 찾아온다. 이를 깨부수려면 ‘해야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직장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일의 재미보다 "그냥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억지일까?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하는 ‘해야 할 일’이 필요하다.

바쁘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
퇴직 후에도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은 늘 바쁘다. 하지만 그들의 바쁨은 직장 생활과 다르다.‘누군가 시킨 일’ 때문에 바쁜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일’ 때문에 바쁜 것이다. 이 차이는 크다.

65세에 퇴직한 한 지인은 매일 아침, 카페가 오픈되면 첫 손님을 자처한다. 카페에서 맑은 정신으로 2시간씩 책을 읽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그리고 책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한다. 지극정성이 따로 없다

혼자 읽으면 흐지부지될 것 같아 아예 독서 모임도 만들었다. 처음엔 단순한 시간 때우기였지만, 지금은 "이 모임이 없으면 허전하다"라고 말한다.


"내일 뭐 하지?"가 아니라 "내일도 그거 해야지!"
이런 감정이 생기면 퇴직 후에도 하루가 즐겁다.

‘설렘’ 없는 하루는 오래 견디기 힘들다
우리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다르게 생각하지만, 사실 그 경계는 흐릿하다. 처음엔 해야 해서 한 일이 나중엔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처음엔 하고 싶어서 한 일이 나중엔 의무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내일이 기대되는 삶을 만드는 것이다.

"소풍 전날 같은 내일의 설렘이 있다면?"

어릴 때는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설렜다. 새 신발을 신으면 기분이 좋고, 소풍 전날 밤엔 잠이 안 올 정도로 신이 났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설렘이 줄어든다. 새로운 경험이 사라지고, 기대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내일을 기대하는 삶’을 만드는 작은 변화들
거창할 필요 없다. 하루의 10%만 달라져도 인생은 새로워질 수 있다.

• 매주 한 번, 새로운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
• 한 달에 한 번, 가보지 않은 곳 찾아가기
• 매일 아침 30분 산책하기
• 주 1회, ‘좋은 기억’ 3가지 적어보기

사소한 변화들이 쌓이면, 내일이 기다려진다.

퇴직 후의 진짜 적은 ‘시간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 없는 하루’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일이 기대되는 삶에는 지루함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벗어나려면?
퇴직 후에도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하루를 조금씩 다르게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조금씩 바꾸다 보면, 그 변화가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그렇다면 퇴직 후, 진짜 중요한 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