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 필요하다

4화

by 이종범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겠다고? 그러다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퇴직하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 거라고 기대한다. 시간은 충분하고 선택도 자유롭다. 그러나 막상 여유가 찾아오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책을 펼쳐도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를 즐기려 해도 금세 무료해진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기 일쑤다

우리는 평생 ‘해야 할 일’ 속에서 살아왔다
어릴 때는 학교에 가야 했고, 청년기에는 취업을 직장에서는 성과를 내야 했다. 하지만 퇴직과 동시에 해야 할 일들이 사라진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증발하는 것이다.

내가 뭘 하든 상관하는 사람도 없다. 처음엔 자유를 만끽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넘치는 자유가 오히려 족쇄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해야 할 일이 있어야 살아간다. 그게 없으면, 마치 엔진이 꺼진 자동차처럼 멈춰버린다.

‘해야 할 일’이 없는 사람은 쉽게 무너진다
퇴직 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마음 두고 해야 할 일이 없어진 탓도 있다.

직장에서는 회의를 하고, 자료를 만들고,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바쁘게 살았지만 퇴직하면 갈바를 몰라 헤매듯 멍청해진다. 자의든 타의든 목적 있는 움직임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애꾸진 TV만 괴롭다. 이 채널 저 채널 수도 없이 왔다 갔다 손가락은 바쁜데 엉덩이는 소파에 풀칠을 했는지 꿈쩍도 앉는다. 덕분일까? 소파에서 일어날 쯤이면 에구구 신음 소리만 커진다

퇴직 후에도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고 건강도 오래 유지된다는 연구자료를 읽은 적이 있다. 몸과 마음은 계속 쓰지 않으면 점점 약해지고 급기야는 무너진다. 그렇다면 퇴직 후 ‘나를 움직이게 할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해야 할 일’을 찾는 3가지 방법


① ‘작은 의무’를 만들자

사람은 책임감이 있을 때 움직인다. 회사에서는 ‘출근해야 할 의무’가 있어서 아침에 일어났듯이, 퇴직 후에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작은 의무’가 필요하다.


• 내 몸을 책임지는 의무

: 아침 산책 &운동하기


• 관계를 유지하는 의무

: 가족이나 지인에게 하루 한 번 전화하기


• 사회적 역할의 의무

: 커뮤니티 활동 &봉사활동 참여하기


② ‘일’이 아니어도 나를 바쁘게 할 무언가를 찾자

꼭 직업이 아니어도 된다. 중요한 건, "내일은 뭐 하지?"가 아니라 "내일은 이걸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하루가 의미 있어진다


• 블로그나 SNS에 관심 있는 분야의 글을 쓰자

•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그 경험을 공유하자


③ ‘내가 필요해지는 삶’을 만들자

퇴직 후 가장 무서운 순간은 "내가 없어도 상관없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다. 방법은 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면 된다.


• 손주에게 책을 읽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 되기

• 후배들에게 경험을 나누는 형님, 누나 되기

• 작은 모임 주도하기(예: 부부 탁구 모임)


퇴직 후의 삶은 ‘선택’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설계’ 하고 대처해야 할 인생 2막 총성 없는 전쟁터다.

해야 할 일이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극과 극이다. 퇴직 후에도 ‘바쁜 사람들’은 활기차다. 출근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만든 ‘해야 할 일’ 덕분에 삶에 동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제 좀 쉬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사람들은 오히려 몸과 마음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쉼도 기술인데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잊지 말 것은 퇴직 후의 삶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직접 설계하고 통제하며 대응해야 할 삶이란 점이다


•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 나를 의미 있게 만드는 ‘해야 할 일’


가치 있는 노후를 위한 필연적 인생 에너지는 내 안에 있다. 다만 그것을 찾는 노력이 부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