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_생존 수칙 4
서로를 지키려면, 서로를 조율해야 한다
은퇴 후 가장 크게 달라지는 관계는 '부부'입니다.
현역 시절에는 각자 바빴습니다.
서로의 일상에 깊이 관여할 여유도 없었고, 오히려 그 거리가 편하기도 했죠
그런데 은퇴를 하고 나면, 갑자기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왔던 사람인데도
같은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낯설고 어색한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작은 말에도 예민해지고,
가끔은 이유 없이 짜증이 나기도 하죠
"같이 있으니 더 좋겠지."
"이제는 서로 의지하며 살겠지."
은퇴 전에 기대했던 부부 생활은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발생합니다
은퇴 후
부부가 좋은 동반자로 남기 위해서는,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건강한 '선긋기'가 필요합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거리'가 필요하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참 묘합니다.
가까워질수록 애틋해질 것 같지만,
사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습니다.
부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
사소한 차이가 쉽게 갈등으로 번지니까요
• 청소를 어떻게 할 것인가,
•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누가 무엇을 주도할 것인가.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은퇴 부부를 가장 먼저 시험합니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려면,
'함께'보다 '따로'를 먼저 연습해야 합니다.
각자의 시간과 공간에서 각자의 리듬을 인정해야 합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TV를 보는 것도 좋지만,
각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거리가 서로를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주니까요
간섭 대신 존중, 조언 대신 공감
은퇴 후 남편들은 자주 실수합니다.
갑자기 '가정 매니저'가 되려고 하죠.
"이건 이렇게 해야 해."
"왜 이렇게 하냐?"
"내가 보기에는 이게 맞아."
평생 밖에서 일만 하던 사람이
집안일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가족들이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꾸 챙기고, 간섭하는, 잔소리가 늘어납니다.
핵심은 '간섭'이 아니라 '존중'입니다
상대방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
내 기준을 강요하지 않는 것.
필요할 때만 조심스럽게 조언하는 것.
특히 은퇴하면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순간,
부부 사이는 쉽게 틀어지기 때문이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오래간다
은퇴 후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서로 다른 점이 눈에 더 잘 보입니다.
• 생활 습관,
• 취미,
• 돈 쓰는 방식,
• 인간관계 스타일.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집에 산다고, 같은 삶을 산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이 다름을 '고쳐야 할 것'으로 볼 때 생깁니다.
"왜 저렇게 행동할까?"
"왜 내 방식대로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쌓이면,
감정은 상하고, 관계는 멀어집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은퇴 후 부부 사이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자세입니다.
"나는 이렇고, 저 사람은 저렇다."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진짜 이해가 시작됩니다.
역할을 새로 정리하라
은퇴 후에는 부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남편이 바깥일,
아내가 집안일을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경계가 무너져야 합니다.
• 남편도 집안일을 나누어야 하고,
• 아내도 경제적인 고민을 함께 나눠야 합니다.
'9 to 5' 생활을 스스로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평일에는 각자 바쁘게 지내고,
주말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자."
이런 식으로 서로의 생활 리듬을 존중하는 겁니다.
특히 중요한 건
'혼자만의 시간'을 서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 남편이 취미활동을 하러 나가도,
• 아내가 친구를 만나러 가도,
서로 눈치 주지 않는 것.
그 여유가 부부를 더 건강하게 만듭니다.
사소한 다툼은 '거리 조정'의 신호다
은퇴 후 부부 사이에 생기는 사소한 다툼은,
갈등이 아니라 사실은 '거리 조정'의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조금 멀어질 필요가 있다."
"조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 바로 대화를 멈추고,
• 서로에게 약간의 시간을 주고,
• 거리를 두면서 감정을 식히는 것.
그게 쌓이면,
결국은 '관계가 깨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는 것'이 됩니다.
가깝다고 해서 항상 붙어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한 관계일수록,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은퇴는 부부에게 또 한 번의 큰 변화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랑'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혜'가 필요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놓아줄 줄 아는 지혜.
부부 사이에도 '선 긋기'가 필요합니다.
간섭과 간섭 사이에,
감정과 감정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그 거리가 서로를 지켜주고,
결국은 함께 오래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앞으로 살아갈 세월도 소중합니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부부라는 이름 아래
적당한 선을 긋고,
그 선 위를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