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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Oct 06. 2023

[아이브] 역사를 써 내려가다.

아이브 싱글 2집 리뷰


아이브는 데뷔 후 7일 만에 1위에 등극해 ‘역대 걸그룹 최단기간 1위’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확실히 노래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진다. 재밌는 요소도 많았고, 가사 아이디어도 유쾌했다. 다음 앨범에 담긴 곡은 어떨까? 지금 바로, 아이브의 두 번째 싱글을 한 번 알아보자. 두 번째 싱글 [LOVE DIVE]는 [ELEVEN]이 나온 지 5개월 후에 발매되었다. 특이한 점은, 이번 싱글의 타이틀곡인 [LOVE DIVE](02:59)와 전 싱글의 타이틀곡인 [ELEVEN](02:58)의 곡 길이가 거의 같다는 점이다. 수록곡인 [ROYAL](03:25)과 [Take it](03:27) 역시 곡 길이가 거의 같다. 그렇다면, 곡의 분위기도 거의 같을까?

1. LOVE DIVE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LOVE DIVE]는 어떤 장르라고 딱 단정 짓기 어렵다. 비슷한 느낌의 곡을 억지로 찾아야 한다면, 케이티 페리의 [Dark horse]를 들 수 있겠다. [Dark horse] 역시 분위기만 비슷하지, 장르나 곡의 특성이 비슷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래도, 아이브만의 독특한 색깔이 아닐까 싶다. [LOVE DIVE]는 [ELEVEN]과는 다르게 악기들의 듀레이션이 길다. 인트로에 나오는 Kick과 Snap(엄지와 중지 혹은 엄지와 검지를 튕길 때 나는 소리)에 깊고 긴 리버브가 걸려있고, 벌스엔 듀레이션이 긴 첼로 stab이 나온다. 긴 듀레이션 덕분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던 벌스가 끝나고, 후렴이 나오자 온몸에 힘이 들어가듯이 확 조여진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역시 풀어지고 조여지는 느낌의 대비를 확실히 보여준다. 슬로우 모션이 걸린 벌스와는 다르게 후렴구가 나오자 텐션을 유지한다.

곡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몽환적이다. 전작에서 느꼈던 아마조네스 같은 느낌은 유지하되, 배경이 바뀐 느낌이다. [ELEVEN]에선 정글에서 뛰어다녔지만, [LOVE DIVE]에서는 가상의 세계에서 뛰노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 이유는 후렴구에 있다. 목소리에 걸린 이펙터나 베이스의 음을 따라가는 리드 신스(단선율 신시사이저로, 주로 멜로디를 연주한다)의 독특한 사운드 때문에 가상현실 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조네스가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 세상을 누비는 장면이라면 어떨까? 곡은 그런 오묘하고도 신선한 장면을 상상하게끔 만든다.

가사는 꽤 도발적이다. 작사를 맡은 서지음이 올린 글에 의하면, [LOVE DIVE] 가사는 나르키소스 신화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건 상호 간의 사랑이 아닌 나 자신과 빠진 사랑이 주제인 걸까?

‘네가 참 궁금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

처음엔 이 가사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네가 궁금하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그럼 화자가 지칭하는 ‘네가’ 스스로를 궁금해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문장의 운율을 위해 무엇인가가 생략된 건가? 이런 궁금증이 일던 차에, 서지음 작사가가 올린 글을 읽었다. 그 후엔 이런 식으로 해석되었다. 화자가 말하는 ‘네가’와 ‘너도’는 사실 동일 인물이다. 그렇기에 문장에는 아무런 생략도, 숨은 뜻도 없었다. 이건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하다.

2. ROYAL

2번 트랙인 [ROYAL]은 퓨처 하우스와 베이스 하우스가 적절히 섞인 하우스 장르이다. 이 곡의 특징은 역시 빡센 랩 파트가 아닐까 싶다. 전의 3곡은 랩이 그렇게 도드라지지 않았는데, [ROYAL]에서는 제대로 된 랩 파트가 나온다(또한 가을, 레이가 랩 메이킹에도 직접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곡은 펑키한 베이스라인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인트로가 끝나고 나오는 멜로디는 귀를 단박에 사로잡는다. ‘뗀 순간’에서 ‘내게로’로 떨어지는 반음 진행은(도[C]-시[B]) 곡에 긴장감을 만들어준다. 공포감을 조성하는 파트가 끝나고 나오는 멜로디는 반대로 상행한다. 벌스 A 파트와 B 파트의 극명한 대비가 곡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후렴 역시 흥미롭다. 노래는 보통 벌스에서 고조된 감정을 후렴에서 폭발시킨다. 하지만 [ROYAL]은 후렴에 진입하고 한 템포 쉬어준다. 4마디가 끝나고 나서야 고음 멜로디와 함께 폭발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강약이 다이내믹하게 움직인다. [ROYAL]은 전에 자주 듣던 아이린&슬기의 [놀이]와 비슷한 바이브를 지니고 있다. [놀이]가 좀 더 무겁다면, [ROYAL]은 좀 더 발랄하다(물론 장르적 특성이 비슷할 뿐, 곡이 유사하다는 뜻이 아니다). 여하튼, 하우스 장르의 음악이 늘어 내 귀는 즐겁다.

[ROYAL]의 분위기는 아이브의 다른 노래들과는 사뭇 다르다. 여전사 같았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곡은 굉장히 발랄하다. 창을 들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나이에 맞는 ‘Z세대’ 모습이 연상된다. 솔직하고 가감 없이 자신들을 표현하는 당당함이 느껴진다. 마치 한강 공원에서 보드를 타며 노는 자유로움이 연상된달까. 여전사 콘셉트도 잘 어울리지만, 이런 자유로운 콘셉트도 잘 어울린다.

가사 역시도 당당하다. [ROYAL]의 가사는 나다움을 말한다.

‘숨을 필요 없어 시선에, 지금부터 let them know your name’

‘지금 이 순간 오직 너에게만 집중해. 네게 중요한 건 언제나 be yourself’

‘거침없이 난 또 네게 걸어가. 내 걸음걸이마저도 당당한 그게 나니까’

당당한 트랙과 당당한 가사. 둘의 완벽한 조합을 보여주는 트랙이다.




‘be yourself’를 주제로 한 노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다운 모습, 내가 정하는 내 삶. 아이브가 z세대의 아이돌로 불리는 이유는, z세대의 모습을 대변하여 노래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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