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가볼게!
5. 캐스커 - Fragile Days [작사 : 이진욱 / 작곡 : JUUNO, 이진욱]
캐스커의 2집 ‘skylab’에 수록된 [Fragile Day]는 보사노바 기반의 일렉트로닉 음악이야. 캐스커 역시 클래지콰이처럼 조용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추구해. 사실 이 노래를 하우스 추천곡 리스트에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 같은 앨범에 수록된 [Ela]나 타이틀곡인 [고양이와 나]가 일렉트로닉 장르에 더 가깝거든. 그럼에도 [Fragile Day]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거야.
암...캐스커 형님이 일렉트로닉이시니까.
[Fragile Day] 역시 지금 들어도 세련됐어. 애초에 기반이 된 보사노바 장르는 처음 나왔을 당시부터 완성된 장르였거든. 힙합처럼 계속해서 발전하는 장르와는 달랐지. 물론 리듬의 변주가 있긴 했지만, 그건 붐뱁에서 트랩으로 넘어갈 정도의 혁신과는 다르니 말이야. 그렇게 이미 완성된 장르를 기반으로 만든 음악이니 지금 들어도 촌스럽게 들리지 않는 거지.
나는 꽤 멜랑콜리아한 음악을 좋아해. 그래서 라디오헤드를 비롯한 많은 브리티쉬 밴드를 좋아하지. 근데 그보다 더 좋아하는 건, 서로 다른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음악이야. 슬픈데 웃기거나, 신나는데 쓸쓸하거나, 기쁜데 아픈 그런 것들 말이야. [Fragile Day]는 신나는데 쓸쓸해. 그 이유는 업템포의 드럼과 마이너 코드 진행 때문일 거야. 신나는 리듬에 슬픈 멜로디가 깔리니 언발란스하지. 난 그런 언발란스함을 사랑해. 가끔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와 반대로 날이 밝을 때 혹은 너무 신나는데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일 때, [Fragile Day]를 추천해.
6. 허밍어반스테레오 – INSOMNIA [작사 : 이진화 / 작,편곡 : 이지린]
정규 3집 ‘Baby Love’에 수록된 [INSOMNIA]는 우리가 좋아했던 하우스의 표본이야. 대개 우리가 좋아했던 그 시절 하우스 음악은 정통 일렉트로닉은 아니었던 것 같아. 반복되는 기계적인 드럼 룹에 보사노바 장르가 결합된 느낌이 더 강하달까. 물론 미국에서 시작된 하우스 음악도 다르지 않아. 기계적인 드럼 룹에 재즈나 소울 음악이 결합된 느낌이지.
물론 그 당시에도 Basement Jaxx나 the sound republic 같은 정통 하우스를 좋아하던 사람들도 있었지. 언젠가 제대로 다룰 예정인 얘기를 하나 할게. 보통 동양권은 멜로디나 화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 반대로 서양권은 사운드와 믹싱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지.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사운드를 중점적으로 하는 하우스보다는, 좀 더 멜로디컬하고 예쁜 화성이 중점이 되는 하우스가 더 유행했던 거 같아.
그런 면에서 [INSOMNIA]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요소를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귀를 사로잡는 선율과 코드 진행, 덜 복잡한 리듬과 [Fragile Day]보다 좀 더 라이트한 언발란스함까지. 허밍어반스테레오 역시 3집 전곡을 추천해.
7.하우스룰즈 - Do It! [작사 : 이윤정 / 작곡 : 서로]
하우스룰즈 1집인 ‘Mojito’에 수록된 [Do It!]은 Funky House 장르의 음악이야. 개인적으로 ‘mojito’에 수록된 곡들은 다 명곡이라고 생각해. cassius나 mondo gross 같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한국에도 나타났으니 말이야. 근데, [Do It!]은 좀 달랐어. 나머지 수록곡들은 ‘어디서 영감을 받았구나’ 혹은 ‘어떤 스타일이구나’라는 감이 오는데, [Do It!]은 너무 오리지널리티한 거야(다만 그간 듣도 보도 못했던 독창성이라기보단, 다양한 요소의 결합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탄생한 느낌의 오리지널리티를 말하는 거야). 지금 들어도 스타일리시한 인트로와 여름 태양 아래에서 마시는 탄산음료보다 청량감 넘치는 색소폰, 외계인이 와서 녹음하고 간 것 같은 사이키델릭한 매력을 가진 보컬,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다이내믹한 곡 구성까지. 하우스룰즈의 [Do It!]은 라디오헤드의 [Creep]이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같은 곡이라 생각해. 하우스룰즈! 하면 떠오르는 곡을 데뷔 앨범에서 만들었으니 말이야. 만약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BGM 기능이 생긴다면, 난 무조건 [Do It!]을 설정해 놓을 거야. 지금 들어도 세련됐잖아? 만약 하우스룰즈의 [Do It!]이 마음에 든다면, 1집 ‘mojito’에 수록된 전곡을 듣는 걸 추천할게. 2007년 4월에 발매되었지만, 여름에 듣는 게 좋아. 모든 곡이 청량감이 넘치거든.
8. 클래지콰이 – 내게로 와 [작사 : 호란 / 작곡 : 김성훈]
클래지콰이 1집 ‘instant pig’에 수록된 타이틀곡 [내게로 와]는 애시드 재즈와 일렉트로닉이 결합된 음악이야. 일렉트로닉 라운지라고도 부르지. 클래지콰이 1집은 2007년 발표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포함된 앨범이야. 클래지콰이는 결성과정이 한 편의 영화 같아. 이렇게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가진 결성과정에서 클래지콰이 음악의 힌트를 얻을 수 있어. 클래지콰이의 1집을 들어보면, 하우스룰즈처럼 ‘일렉트로닉이다!’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워. 베이스가 되는 장르에 일렉트로닉이 결합된 느낌이 더 강하지. DJ클래지라는 프로듀서를 근간으로 멤버 구성이 유기적으로 구성되는 것처럼, 곡도 일렉트로닉의 요소를 근간으로 여러 장르가 구성되는 모습이야. 자, 이제 곡 얘기로 돌아가 볼까?
[내게로 와]는 하우스 리듬 위에 애시드 재즈 스타일의 베이스와 EP가 살포시 얹어진 곡이야. 말 그대로 살포시. 일렉트로닉하면 뭔가 시끄러운 이미지잖아? 근데 클래지콰이의 일렉트로닉은 조용했어. 악기들이 강렬하지 않고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이야. 하우스룰즈의 [Do it!]엔 색소폰 솔로가 나오고 클래지콰이의 [내게로 와]에는 트럼펫 솔로가 나와. 같은 관악기인데도 불구하고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 한쪽이 여름이라면 한쪽은 겨울, 한쪽이 낮이라면 한쪽은 밤 같은 느낌이야.
클래지콰이 1집 ‘instant pig’ 역시 수록된 전곡을 추천해. 낮에 하우스룰즈를 듣고 밤에 클래지콰이를 들으면 되겠다. 그치?
이렇게 그 시절 하우스 음악 8곡을 들어봤어. 네가 좋아했던 하우스 곡은 어떤 곡이야? 댓글로 달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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