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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Oct 29. 2023

[정산] 10월 신보 모음.ZIP

10월에 발매된 음악 추천

2023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어. 정말 눈 감았다 뜨니까 11월이 온 것 같아. 올해 내가 바랐던 일들은 다 이뤄냈을까? 올해 나의 실수는 먼 미래에 어떻게 추억될까? 나 역시도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어. 아직 어리다는 걸 많이 느낀 해이기도 하고.

자, 아직 2달이나 남았어. 벌써 정리할 필요는 없겠지?

매월 마지막 주엔 이달에 발매된 앨범들을 정산하려 해. 이미 대중의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들 말고, 나만 알고 싶은, 그러나 지금보다 더, 더,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는 아티스트 위주로 소개하려 해. 10월엔 무슨 곡들이 있었을까?     

1.하슬 – Plastic candy

처음 들어보는 가수의 첫 싱글이었어. 듣자마자 ‘오? 시티팝 제대로인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달의 소녀’ 멤버셨더라고. 인트로에 나오는 바이닐 노이즈와 재즈 발라드 피아노 선율이 되게 좋았어. 그래서 발라드곡인 줄 알았는데, 브라스가 분위기를 명확하게 전환하더라고. 후렴구에 브라스 섹션과 함께 나오는 멜로디라인도 좋았고, 2절 후렴구부터 계속 상향 전조 되는 것도 좋았어. 이 곡의 백미는 역시 3분 10초부터 나오는 기타 솔로가 아닐까 싶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스터링이 너무 거칠다는 거? 중간중간 피크(PEAK)가 떠서 소리가 깨지거든. 믹싱 단계의 문제인지 마스터링 단계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 그걸 감안하더라도 노래는 좋아. 내 ‘시티팝 Playlist’가 풍요로워져서 기뻐.     

2. 9001(ninety O one) – 말라가

9001은 2019년에 데뷔한 4인조 R&B 밴드야. 난 [말라가]로 처음 접했는데, 이미 꽤 커리어를 쌓은 아티스트였더라고. 곡은 일단 비트가 너무 죽여줘. 이 곡은 (INST.)만 들어도 재밌어. 되게 그루비해서 계속해서 목을 까딱이게 만들어. 딱 듣고 ‘이건 실음과 바이브다’ 싶었는데,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만나 결성된 밴드라고 하더라고. 밴드는 합이 생명이잖아? 이 밴드는 음원보다 라이브가 더 맛깔나. 발매기념 유튜브 라이브에서 연주했었는데, 역시……. 실력들이 출중하시더라고. [말라가]가 좋다면, 9001의 음악에 입덕해 보는 게 어떨까?     

3. 신해남과 환자들 – YEAH YEAH YEAH

신해남과 환자들이란 밴드야. 꽤 잔뼈가 굵더라고. 첫 싱글이 2016년에 나왔으니까, 햇수로 벌써 8년째 된 밴드지. 신해남은 모델로도 유명한데, 그녀를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라고 해. 신해남과 ‘환자들’이라니. 이름부터 펑크스러워. [YEAH YEAH YEAH]는 2000년대 펑크락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야. 오랜만에 들어보는 막무가내 스트레이트 리듬과 블루스 기타 솔로가 날 미치게 만들더라고. 난 락이 너무 좋아. 젊음과 청춘, 그 화려한 정열을 표현하기에 락만큼 좋은 장르가 없다고 생각하거든. 아, 좀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4. jujuland – wherever I go

2021년에 첫 싱글을 발매한 jujuland는 일렉트로닉 아티스트야. 작사/작곡/편곡 뿐만 아니라 믹싱도 하는 걸 보니, 그냥 음악을 잘해. 아티스트의 다른 음악도 이번 기회에 들어보게 됐는데, 자기 색깔이 분명해. 음악도 좋고. [wherever I go]는 드럼앤 베이스 리듬 기반의 팝 장르 곡이야. 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음악을 좋아하는데, 이 곡은 상상력을 펼치게끔 만드는 곡이야. 사이버 세계에서 모험을 떠나는 장면을 연상시키지 않아? 몽환적인데도 선명하게 보이는 무언가가 있지. 그건 보컬 & 악기와 드럼 라인의 극명한 대비 때문인 것 같아. 보컬과 악기는 서스테인도 길고 어택도 약해서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데 비해 드럼 리듬은 되게 선명하고 강력해. 보컬이 흐릿해서 그런지 드럼이 더 앞으로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해. 개인적으로 ‘jujuland’는 한 번 빵 뜰 거 같아. 약간, 일렉트로닉 계의 선우정아 같은 느낌? 음악 들어보면 내가 무슨 말하는지 단번에 알 거야.     

5. Tuesdays beach club - sunrise

2022년에 첫 싱글을 발매한 Tuesdays beach club. 처음엔 팝송인 줄 알았어. 노래가 너무 좋아. [sunrise]의 백미는 2분 2초부터 시작돼. 원래도 몽환적이었던 곡의 분위기가 더 몽환적으로 변해.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쭉 진행되다가 2분 2초부터는 바다에 빠져 고요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나는 ‘바다에 빠져 고요하게 가라앉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왠지 마음의 평안을 갖는 것 같아서 그래. 바다에 빠지면 죽는데 왜 마음의 평안을 갖는 것 같을까? 그 이유는 아마 우리가 모두 물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양수라는 바다에서 성장하잖아. 난 이렇게 가라앉는 듯한 몽환적인 음악이 좋아. 이 밴드, 대박이야.  

6. 이짜나언짜나 – 그녀는 떠났어 내가 트월킹 못해서 (Gotta Twerk)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뭉쳐 만든 2인조 인디 댄스팀(?) 이짜나언짜나. 처음 노래 듣고 ‘읭?’ 했었는데 어느샌가 중독돼서 듣고 있더라고. 몰랐는데, 이짜나언짜나는 릴스나 숏츠에서 자주 나왔던 노래 [빵댕이 흔들어라]의 주인공이기도 하더라고. 웃긴 콘셉트와는 다르게 비트는 또 제대로 뉴잭스윙이야. MC해머 스타일 뉴잭스윙이랄까? 난 UV 음악도 좋아하는데, 유쾌한 음악을 하려면 일단 음악을 제대로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해. B급 음악은 A급이 해야 유쾌하지.      

7. TILDE(틸더) – Moon Flower

10월엔 락 싱글이 많이 나왔어. 추억의 김명기 선생님도 싱글을 내셨고, 내가 좋아하는 디어클라우드도, 넬도 싱글을 냈어(디어클라우드랑 넬은 이미 유명해서 10월 정산에 넣지 않았어). 틸더는 신해남과 환자들과는 다르게 브릿락 스타일이야. 라디오헤드와 펄프, 뮤즈와 버브로 중학교 시절을 보냈던 나였어. 지금도 브릿 락을 사랑하고. [Moon Flower]는 듣자마자 ‘오……. 너무 좋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어. 일단 들어봐. 아, 일단 들어보세요. 너무 좋아요.     


10월의 주목할 앨범.     

1. 옷옷(OTOT) - 21st century electronic duo

한국 음악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 1세대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거손 킹슬리와 프랑스 일렉트로닉을 적절히 섞은 듯한 이번 앨범은 듣는 재미를 극대화시킨 앨범이야. 과학계는 미치광이 과학자가 있잖아? 음악계에도 미치광이 음악가가 있어. 모듈러신스를 벽에 가득 채워놓고 여기저기에 선을 연결하면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소리에 미친 음악가들. 옷옷의 음악이 그런 느낌이야. 클래식한 드럼머신(TR-808 사운드랑 TR-909, 린드럼 사운드가 들려)과 원색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아 이 사람들 정말 미치광이 음악가다.’라는 생각을 들게 해. 난 oo를 제일 좋아해. 넌 어떤 음악이 제일 끌려?     


2. 바밍 타이거 – January Never Dies


등장부터 핫했던 크루 ‘바밍 타이거’의 첫 정규 앨범이 발매되었어. 그냥 듣자마자 느꼈어. 한국의 N.E.R.D가 나왔다. 그런 거 알아?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말을 못 하겠는 기분. 그냥 이렇게만 말하고 싶어. 이 앨범, 올해 무조건 상 받는다. 멤버 각자가 원하는 음악을 담았다고 하는데, 왜 유기성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고, 사운드는 왜 이렇게 좋은지도 모르겠고, 이것저것 마구 섞인 것 같은데 왜 고급요리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10월은 바밍 타이거로 끝내자. 근데, 이렇게 완벽한 앨범을 내면 2집은 어떡하려고 그러지……. 오랜만에 제대로 음악에 빠져든 기분이었어. 

아, 그리고 BTS의 랩몬스터가 8번 트랙인 [Sexy NUkim]에 참여했어.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이지, 암.     


이렇게 10월 정산을 해봤어. 나도 K-POP 리뷰를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최신앨범을 들어봤는데, 굉장히 다채로워서 놀랐어. 11월 정산도 귀가 즐거웠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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