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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Nov 26. 2023

[정산] 11월 신보 모음.ZIP

11월에 발매된 앨범 추천 모음

 날씨가 요새 5살 먹은 어린아이보다 변덕이 심한 거 같아. 미친 듯이 추웠다가 또 어느 날은 괜찮았다가. 이번 달 신보도 날씨처럼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발매되었어. 가요부터 하우스, 락, 크로스오버, 힙합, 심지어 메탈까지. 그중 정말 좋게들었던 곡들을 추천하려고 해.


1. 장한나 - AowAo

[AowAo]는 2 step 리듬의 하우스 음악이야. 귀여운 느낌의 Fx들이 돋보이는 곡이지. 장한나는 K-팝스타 시즌 3에 참가해 이름을 알리고, YG 연습생을 거쳐 지금은 솔로로 활동하는 뮤지션이야. 나는 K-팝스타를 보지 않았어서 출신 가수들을 잘 몰라. 발매곡을 먼저 접하고 나중에서야 '아 k-팝스타 출신이구나'를 알지.

[AowAo]는 2 step 리듬의 하우스 음악이지만, 왠지 모르게 예전 시부야-k 감성을 지닌 곡이야. 악기들이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고, 통통 튀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 같아. 이런 통통 튀고 상큼한 비트는 '토와 테이'를 연상시키기도 하지.

곡 스타일부터 보컬, 믹싱까지 전부 정갈해서 맛있는 한식당에서 한 끼를 먹은 기분이랄까. 어디 하나 튀는 부분이 없어서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긴 하지만, 너무 전형적이라 곡이 '재미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거 같아. 개인적으로 귀를 끄는 매력이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 하우스 장르를 좋아하는 개인 기호 때문이기도 하고.


 2. 도재명 - 21st Century Odyssey

도재명은 인디 씬에서는 꽤 뿌리가 깊은 뮤지션이야. 슈게이징 밴드인 Zzzaam의 드러머이자 밴드 로로스의 보컬이기도 하지. 특히 인디 씬에는 드러머 출신 보컬이 꽤 많은데, 대표적으로는 장기하(밴드 눈뜨고 코베인)와 아소토유니온 김반장(밴드 언니네 이발관)이 있지.

[21st Century Odyssey]는 21세기에 일어난 사건들을 이륙 전 안내방송 스타일로 읊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아직 21세기가 끝나려면 70년이 넘게 남았는데 벌써 이런 노래를 낸다고?' 생각했는데, 내레이션을 들으니까 '고작 20년 조금 넘었는데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 내레이션이 끝나면 연주가 시작되는데, 음... 곡의 구조 때문인지 다프트 펑크의 [Giorgio by moroder]가 떠오르더라고. 다프트 펑크와 다른 점은, [21st Century Odyssey]는 70-80년대 락 스타일이라는 점? 앨범에 수록된 곡이 전체적으로 전위적인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단지 구조만 차용했거나, 어쩌면 아예 영향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구조만 같지 내용이나 스타일은 다르거든.

음악계 어딘가에서 장르의 다양성을 풍성하게 해주는 뮤지션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추천 리스트에 넣어봤어. 뭐,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이미 다 아는 뮤지션이긴 하지만 말이야.

3.  Wildberry - Fufill ya

내가 처음 '클라우디오 사브리나'를 들었을 때 받았던 느낌을 이 곡을 듣고 다시 느꼈어. 몽환적이면서도 올가닉한 사운드, 햇빛이 새어 들어오는 젖은 숲을 연상시키는 분위기, 기운 없는 보컬까지. 일단 제일 좋았던 건 사운드였어. 인트로부터 사람들의 귀를 홀리는 마력이 있어. 엠비언스 같으면서도 화성이 존재하는 오묘한 벨 사운드와 high단에서 바람소리(혹은 벌레가 윙윙 거리는 소리)를 연상시키는 Fx사운드. 한 마디가 지나면 나오는 몽환적인 전주는 청자가 숲에 있는 것 같은 공간감을 느끼게 해 줘. 지금까지 들었던 한국 노래 중에 공간을 이렇게 잘 표현한 뮤지션은 드물었던 거 같아.

난 와일드베리라는 뮤지션을 이번에 처음 들었거든. 그래서 '데뷔한 지 얼마 안 됐나?'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2017년에 첫 싱글을 발매했었던 뮤지션이었더라고? 다만 그때는 지금의 스타일과는 좀 달랐어. 7년 전과 지금은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달라졌어. 이걸 보면 와일드베리는 진보하는 뮤지션이란 걸 알 수 있지. 2021년에 발매된 EP, 'Des:re'이 변화의 발판이었던 거 같아.

앞으로 더 유명해져서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했으면 하는 뮤지션이야. 이대로 묻히기엔 너무 아쉽거든.

4. 이민휘 - 귀향

무키무키만만수의 멤버 이민휘의 두 번째 정규앨범 '미래의 고향'이 발매됐어. 무키무키만만수 때의 만수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모를 만큼 다른 스타일의 음악 세계를 펼치고 있는 이민휘는 현재 영화 음악감독으로 더 왕성히 활동하고 있어. 

이번 앨범은 음... 뭐랄까, 되게 쓸쓸하고 우울한 느낌이야. 앨범 커버를 잘 보면 공사장 폐기물 더미에 예수님 조각상이 있잖아? 앨범 커버를 보면서 곡을 들으니까, 구원이 사라진 한 인간의 절규처럼 들리더라고. 단순히 종교적 의미를 떠나, 사랑과 관용의 상징이라고 본다면 사랑과 관용이 사라진 이 시대에서 개인이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을 노래하는 것 같기도 했어.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이방인들의 대화처럼, 우리는 같은 언어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잖아. 곡을 들으니 이런 요상한 생각들이 떠오르더라고. 담배가 생각나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이민휘는 감정의 어느 지점까지 내려간 걸까.


5. 이희문 & 허송세월 & 놈놈 - 어허구자

한국의 소리꾼인 이희문의 두 번째 프로젝트 앨범 'SPANGLE'이 11월 9일에 발매되었어. 이날치 이전에 씽씽이라는 국악 퓨전밴드가 있었지? 지금은 해체된 씽씽의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이 이희문이었어. 이희문은 참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소리를 27살에 시작했다는 거야. 그전에는 일본에서 영상 전공을 했었지. 왜, 전통 음악이나 클래식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어린 나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잖아? 근데 이희문은 성인이 지나고 영상 쪽 일을 하다가 소리를 선택했다는 거야(아마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봐. 어머니가 명창이신 고주랑 선생님이시거든). 틀에 박히지 않은 생각 덕분인지 그는 현대적인 국악을 보여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어. 그런 이희문의 현재 가진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앨범이 'SPANGLE'이야.

수록곡인 [어허구자]는 펑키한 밴드사운드가 돋보이는 노래야. 원곡이 뭔 지는 모르겠지만, 액을 막고 복을 부르는 전통 민요(혹은 무곡)가 아니었을까 싶어. 곡을 들으면 비트에 몸을 맡기고 흔들어 재끼고 싶을 만큼 신나. [어허구자]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다 보면 일 년 액운을 막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지.

6. 카코포니 - 당겨요, 바로 지금

카코포니는 이번에 처음 들어본 뮤지션이었는데 이미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불리고 있었더라고? 솔직히 처음 듣고 많이 놀랐었어. 음악이 너무 좋더라고. 지금까지 꽤 많은 음악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자기 색깔이 뚜렷한 뮤지션을 몰랐다는 게... 어쨌든

앨범 제목인 'DIPUC'는 커버에서도 알 수 있듯이 CUPID의 스펠링을 뒤집어 놓은 거야.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음악 주제가 '사랑'이더라고. 근데 사랑은 아니야. 사랑이라기엔 어둡고, 집착이라기엔 황홀해. 황홀함 속에 감춰둔 '집착'에 더 가까운 거 같아.

앨범을 쭉 들으면 사랑에 빠졌을 때의 그 몽환적인 느낌이 집착으로 변하고, 그 집착으로 인해 상처받을 상대 때문에 외려 내가 거리를 두는 장면이 수천 번 교차되는 기분이었어. 카코포니가 생각하는 사랑은 이런 걸까? 

7. 김심야 - MOO OOH OOH OOD

김심야의 이번 앨범 'w18c'는 일렉트로닉과 힙합 그 경계 어딘 가에 있는 음악 같아. 일단 사운드가 미쳤어. 제임스 블레이크나 Burial이 연상되는 이번 앨범 중 [MOO OOH OOH OOD]를 가장 인상 깊게 들었는데, 김심야의 시니컬한 래핑이 돋보여서야. 근래 많은 패션쇼에서 이런 사운드의 음악을 런웨이 뮤직으로 사용하는데, 그래서인지 김심야도 인터뷰에서 '제 기준에서는 대중적이에요'라고 했지. 사실 이번 앨범은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려. 좋다고 하는 사람 반, 난해하다고 하는 사람 반. 김심야의 랩을 듣고 싶은데 왜 일렉트로닉 아티스트가 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팬도 있어. 힙합이란 틀이 아닌 음악적인 틀로 들으면 굉장히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생각해. 

8. SUMIN(수민) - 옷장(Feat. 엄정화)

이 사이버틱한 느낌, 수민만이 펼칠 수 있는 이 음악 스타일.  예전에 홀로그램 같은 은색 원피스를 입고 화장대 같은 곳에서 찍은 뮤직비디오가 있었는데 찾을 수가 없네. 그때부터 이런 사이버틱한 느낌이 났었는데, 지금은 완벽히 수민의 스타일로 자리 잡은 거 같아. 앨범 상세 정보를 보니까 믹싱도 수민이 하더라고? 이 정도면 음악 천재가 아닐까 싶어. 머릿속에 그려진 모든 아이디어를 음악으로 펼쳐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설령 본업이 음악가여도 말이야. 호불호가 충분히 갈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생각해.

피처링에 참여한 엄정화도 되게 찰떡이었어. 왜 이리 잘 묻나 들어봤더니 보컬 믹싱을 기가 막히게 했더라고. 지금은 음악 듣는 맛이 나지만, 내가 여전히 곡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열등감을 느꼈을 것 같아.

9. 딘 - Die For You

딘이 돌아왔어.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어. 아니면 피처링이거나. 근데 진짜 딘이었어.

내가 작곡가였던 시절, 대표님과 형들한테 항상 들었던 얘기가 뭐였냐면 '같은 진행, 같은 악기, 같은 장르의 곡을 쓰더라도 톤이 색달라야 한다. 너만의 톤이 필요하다. 톤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들어왔거든. 확실히 딘의 음악은 톤이 달라. 디테일들이 살아있다고 표현해야 할까?

일단, 시작부 깔려있는 노이즈가 곡의 톤을 일정하게 유지해 줘. 이 노이즈는 곡이 브레이크되는 섹션마다 돋보이는데, 00:11초, 00:36초와 01:26초, 01:38초와 02:41초를 자세히 들어보면 필름 영화를 재생하는 노이즈가 들려. 아마 곡에 전체적으로 깔려있을 거야. 이 노이즈 때문에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줘.

기타 톤 역시 Lo-fi 함을 위해 튜닝을 꽤 많이 한 것 같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리가 깔끔해.

드럼 톤 역시 빈티지함이 잘 살아있는 톤이지.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스네어에 공간계 이펙터인 플랜저를 건 것 같아. 혹은 스네어 리버브에만 따로 걸었을 수도 있고.

곡 자체는 단순한 대신, 곡 중간중간에 디테일한 재미들이 있어. 00:44초부터 슬며시 들어오는 E.P 사운드가 드롭되고 00:51초에 폭죽처럼 터지는 거나, 01:29초에 시작되는 리드 신스가 원형을 그리면서 빙글빙글 도는 효과나, 02:04초부터 나오는 스트링이 뒤로 갈수록 화성이 얹혀 마지막에는 완벽한 화음으로 마무리되는 효과 같은 거. 이거 말고도 재밌는 효과를 발견한 게 있다면 댓글로 알려줘. 아직도 숨은 디테일들이 많거든.

가사는 딘이 팬의 입장에서 쓴 가사처럼 들려. 돌아와서 죽이는 트랙으로 날 다시 놀라게 해주면 안 될까, 난 영원히 널 사랑할 건데, 앨범 좀 내고 활동 좀 해줘. 팬들이 딘에게 하는 말을 헤어진 연인에 빗대어 쓴 것 같지 않아? 그래서 필름 영화 릴 돌아가는 노이즈를 넣은 것 같아. 추억을 회상하는 기법 중에 영화 필름을 활용한 기법이 있잖아. 그런 것처럼.

몰라. 이런 곡을 던져놓고 가면 다음 앨범을 기대할 수밖에 없잖아. 앞으로 곡 많이 발매한다니까 기대해 볼까?


헤비메탈 싱글인 매미의 [NY(f)C], 한국의 핑크 플로이드인 산울림의 보컬 김창완의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키스 오브 라이프의 미니 2집 'Born to be XX' 등등. 이번 달에는 참 다양한 뮤지션들이 앨범을 발매했어. 소개한 앨범 말고 좋게 들었던 앨범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줘! 함께 공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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