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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Nov 29. 2023

내가 사랑하는 연주곡들

국내 연주곡 6곡 추천

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연주곡을 너무 좋아해. 가사가 없는 곡이라 더 그런 거 같아. 가사가 없는 곡은 분위기에 맞춰 내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잖아. 서정적인 뉴에이지를 들으면 사랑하는 연인을 상상할 수 있고, 긴박한 음악을 들으면 추격전을 상상할 수 있지. 연주곡을 좋아하는 게 내가 지금 소설을 쓰는 것과 맞닿아있는 거 같아. 그래서 준비했어. 내가 사랑하는 연주곡들! 대신 너무 유명한 분들(김광민, 정재형 등등)은 제외했어.   

1. 이디오테잎 – Melodie     

너무 유명한 분은 제외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넣은 이유는 아직 한국에 이 밴드를 대체할 뮤지션이 없기 때문이야. 처음 이디오테잎을 접한 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 안 나. 아마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처음 접했던 거 같아. 네이버 온스테이지는 재야의 고수들, 인디계의 아이돌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했었거든. 그때 처음 이디오테잎을 듣고 ‘어떻게 이런 밴드가…….’라는 생각을 했었더랬지. 내가 처음 베니 베나시를 듣고 느꼈던 충격하고 맞먹는 충격이었어. 하나의 테마로 한 곡을 쭉 끌고 가지만, 사운드로 다름을 표현했던 베니 베나시. 아날로그 신스와 드럼이라는 특이한 조합, 그러나 사운드는 락보다 더 강렬했던 이디오테잎. 둘은 사운드 적으로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었어. 그래서 처음 이디오테잎을 듣자마자 강하게 이끌렸지. 락과 일렉트로닉의 조합, 이건 뭐 나에게 있어선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 거였지.

그들의 정규 1집이자 아직까지 명반이라 불리는 ‘11111101’ 중 내가 꼽은 1등 곡은 단연코 [Melodie]야. 지니어스를 너무 재밌게 봐서도 있지만, 이 곡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거든. 완벽한 기승전결과 그 기승전결을 뒷받침해 주는 다이내믹, warning sound 같은 신시사이저의 긴박감, 드럼의 강약 조절까지. 보석 같은 밴드의 명곡 [Melodie]를 첫 추천곡으로 선정해 봤어.     

2. 이진욱 – 에뜨와     

이진욱의 음악은 뭐랄까, ‘설렘’이란 단어와 가장 알맞은 뮤지션이 아닐까 싶어. 특히 난 그의 4집 앨범인 에뜨와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앨범은 설렘 그 자체야. 이 앨범의 1번 트랙인 [She]부터 그래. 커튼을 걷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을 준달까. 그 하루가 지루하고 전형적인 하루가 아닌, 신나고 기대되는 하루일 것 같은 암시를 주는 듯해. [에뜨와]는 2번 트랙이야. 왈츠 리듬(3/4)의 연주곡인 이 곡은 01:34에 2/4로 바뀌었다가 01:52에 다시 왈츠 리듬으로 바뀌어. 이후에 첨가되는 반도네온(혹은 아코디언 혹은 그 계열의 악기) 사운드가 공간을 꿈의 놀이동산으로 바꿔줘. 에뜨와를 듣고 있다 보면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아무도 없는 놀이동산에서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는 기분이 들어. 미래에 가상현실이 발전해서 놀이동산에서 둘만의 데이트를 할 수 있다면, 연인과 꼭 이 노래를 듣고 싶어. 가상현실 기술 제발 빨리 발전해 주세요.     

3. 살롱 드 오수경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한창 아스트로 피아졸라에 빠져 ‘이거 음악 공부하러 아르젠티나로 떠나야 하나…….’라는 망상에 빠져있을 당시 내가 좋아했던 그룹이야. 나에게 한국 누에보 탱고 3 대장을 꼽으라면 고상지, 라 벤타나, 그리고 살롱 드 오수경이야. 그중 살롱 드 오수경을 가장 좋아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반도네온’의 부재가 아쉽지 않을 만큼 완벽한 곡이어서야. 두 번째 이유는 믹싱에도 충실하다는 점? 02:35를 들어보면 바이올린이 음 없이 긁는 노이즈(이 주법을 칭하는 말을 모르겠네ㅠㅠ 아는 사람 댓글로 첨언해 줘)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패닝 되는 걸 들을 수 있는데, 이런 믹싱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 기존에 있는 유명한 곡들을 커버한 게 아닌, 자신들의 독자적인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도 살롱 드 오수경에 빠져든 이유이지. 10월 말에 정규 4집인 ‘어느 정신이상자의 고백’이 발매되었어. 1집인 탱고에서 벗어나 여러 장르를 결합하며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살롱 드 오수경’. 놓치지 말아야 할 뮤지션 중 한 명이라 생각해.     

4. 고서이 – Painted Times     

고서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야. 그녀의 1집 ‘Melody Garden’에 수록된 [Painted Times]는 내가 특정한 상황일 때 많이 들어. 어떤 상황이냐면.

봄 또는 초가을,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을 때 강가에 앉아서 노을을 바라봐. 바람에 날려 풀이 저들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자전거 페달 소리,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풀숲에 기대어 옛날 생각에 빠져. 옛날이라 해봤자 고작 15년 20년 전이야. 그때를 회상하면서

‘아, 뭔가 부족한데?’

싶을 때 트는 노래야. 노래를 듣는 순간 아련한 그때가 갑자기 미친 듯이 선명해지면서 가슴이 아려오지. 한 번 해봐. 지금은 너무 추워서 안 되고, 내년 4월쯤에 노을을 바라보면서 이 노래를 들어봐. 단, 차가 많지 않은 곳이어야 해. 차가 많으면 왠지 그때의 느낌이 살지 않는 거 같거든.     

5. Alice In Neverland –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     

아니, 유명한 곡들은 소개하지 않는다면서요?

죄송합니다. 근데 이 곡은 소개하고 싶었어요.

‘Alice In Neverland’라는 팀명이 낯선 사람들도 ‘두 번째 달’이라는 그룹은 잘 알 거야. ‘Alice in Neverland’라는 팀은 ‘두 번째 달’의 프로젝트 밴드야. ‘두 번째 달’ 밴드 내에서 일어난 음악적 성향 차이로 바드와 앨리스 인 네버랜드 두 팀으로 나뉘었는데, 바드로 왈동하던 밴드의 리더 김현보가 앨리스 인 네버랜드에 참여하게 되면서 다시 두 번째 달로 활동하게 되었대. 어쩌면 앨리스 인 네버랜드는 이별과 재회 두 상황의 가교역할을 했던 그룹인 셈이지.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기 어디 겨울만이 존재하는 왕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는 곡에서 차가움을 느껴서 그런가 봐. 팅커벨이 눈보라를 뚫고 우리 집으로 와서 내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생각 없냐고 내게 권하면 나는 응하겠지? 팅커벨의 이끌림을 따라 미지의 세계로 향하면 딱 이런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나는 이런 상상력을 자극하는 음악이 좋아. 그래서 연주곡을 좋아하나 봐. 내 상상력의 원천은 이런 훌륭한 연주곡들이야.     

6. 이루마 – Maybe Christmas     

앞에 말을 번복해야 할 거 같아. 왜 유명한 사람들을 제외한다고 했을까. 사실 이루마를 빼려고 했었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옆집 순이도 알고 일본에 있는 와타나베도 알고 미국에 있는 제임스도 아는데, 왜 굳이 이루마의 곡을 추천했을까?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서야. 곡 제목도 [Maybe Christmas]야. 그럼 이 노래는 12월 내내 들을 수 있는 음악인 거지.

‘오늘 며칠이야?’

‘아마 크리스마스인가?’

‘오늘은?’

‘아마… 크리스마스?’

‘오늘은?’

‘음……. 아마?’

12월 25일 빼고 들으면 되는 음악이야.

얼마 전에 눈이 왔었어. 근데 이 노래를 틀기엔 아깝더라고. 너무 적게 내렸어. 나중에 눈이 펑펑 내리면 꼭 이 노래를 틀 거야. Wham의 [Last christmas]랑 전에 소개했던 메이플스토리 BGM이었던 [Happy village]도.     


이제 이틀만 지나면 12월이네. 한 해의 마무리는 어떨 거 같아? 뭐가 되었든 간에 즐거웠던 한 해였으면 좋겠고 내년엔 즐거운 한 해이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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