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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Dec 06. 2023

이별, 나를 위로해 줬던 음악들

이별하고 들었던 노래들

사랑을 시작할 땐 몰랐던 것들 민낯이나 잠버릇 신념이나 이상향 그리고 이별. 이별할 줄 알았더라면 사랑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시작했을까.

1. Puma blue - Want Me

태양은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 세로토닌 어쩌구저쩌구...(과학적인 얘기는 지루하니까 그만할게. 어차피 다 아는 사실이기두 하고) 이별한 사람에게는 달간 매일 태양이 붙어 다녔으면 좋겠어. 그러면 밤에 이런 노래를 듣고 뻔하니까.

개인적으로 'Puma blue'의 감성을 좋아해. 우울해서. 라디오헤드의 우울함은 나를 진창까지 데려간다면, 푸마 블루의 우울함은 '딱 여기까지만 우울하자.'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아. 정제된 우울함이랄까. 라운지 바의 어두운 조명 아래 혼자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기분이 들어. 고독하지만 외롭지는 않은. 나의 슬픔보다는 상대의 빈자리, 공허함에 아파올 들었던 음악, 우울하지만 울고 싶지는 않을 들었던 음악이야.


2. Matt Maltese - Less and Less

[Want me]가 우울하지만 울고 싶지 않을 때 듣는 노래였다면, [Less and Less]는 그냥 펑펑 울고 싶을 때 들었던 노래야. 우울할 때가 아닌 회한할 때 들었어. 미련을 가지면 미련해진다는 걸 알지만 미련할 수밖에 없을 때, 그럴 때 회한이 오는 거 같아. 바보 같지. 그럴 거면 헤어지지 말지. 근데 이별해서 후회할 걸 알아도 이별할 수밖에 없을 때가 분명 있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3. 권순관 - A Door

꽤 오래전 사놓았던 것인데 지금까지 잘 쓰고 있는 물건이 하나쯤 있잖아. 지갑이나 이어폰, 코트나 스웨터 같은 것들. 내겐 [A Door]가 그런 물건인 것 같아. 20대 초반, 이별했을 때 들었던 음악인데 여전히 이별 후 듣는 음악이 되어버렸어.

이별이 잔인한 이유는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스스로 소멸시켜야 한다는 데에 있는 거 같아. 변명도 위로도 사과도 '끝'이라는 한 글자로 정리되잖아. 그래서 뱉어지지 못한 말들이 시가 되고 가사가 되고 소설이 되나 봐. 그 사람에겐 닿을 수 없으니까.


 4. La Casa Azul - Podria ser peor

굉장히 신나는 누 디스코 리듬의 음악이야. [Podria ser peor]는 기분이 나아지고 싶을 때 들었던 음악이야. 이별 때문에 가슴이 아픈데 어떻게든 감정을 추스르고 뭔가를 해야 할 때? 그럴 때 들었던 음악이야. 이건 밤보다는 낮에 주로 들었던 음악이야. 만약 이런 누 디스코, 하우스, 유로팝 음악을 좋아한다면 'La CAsa Azul'의 음악을 추천할게. 


5. 안전지대 - 微笑みに乾杯 (미소에 건배)

내 세대(20-30대) 사람들에겐 생소하지만 우리 윗세대 분들한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일본 밴드, 안전지대의 [微笑みに乾杯]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국형 신파 발라드'에 영향을 많이 끼친 밴드 중 한 명이지. 안전지대의 꽤 많은 곡이 리메이크되었는데(표절도 좀 많이 당했고), MC The Max의 [사랑의 시] 같은 경우엔 번안곡이 아니라 한/일 동시 발매 곡이었어. [사랑의 시(쇼콜라)]라는 곡을 MC The Max와 안전지대가 모국어로 동시발매하려 했던 걸 일본 사정으로 인해 안전지대가 좀 빨리 발매하게 되었지.

[미소에 건배]는 포지션의 [추억의 이름으로...]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어. 다음번에는 가요로 리메이크된 외국 노래 추천 리스트를 만들어보려고 해. 원곡보다 더 찰떡으로 붙는 리메이크 곡이 많거든.


6. Rich brian - History

리치 치가에서 리치 브라이언으로 활동명을 바꾼 뒤, 꽤 부드러운 음악을 발매했었어. 그중 가장 좋아했던 음악이 [History]야. 이 노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거 같아. 이 노래는 주로 낮에 들었던 음악이야. 낮부터 너무 우울한 음악을 들으면 하루가 망가지는 기분이거든. 그래서 낮에는 그나마 신나는 이별노래를 들었던 거 같아. 그냥 아예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되지 않냐고? 또 그게 안되더라. 아예 신나는 노래는 듣고 싶지 않더라고, 왠지.


만남은 어렵고 이별은 쉬워진 세상이 된 거 같아. 심수봉의 노래 제목인 [이별 없는 사랑]처럼, 이별 없는 사랑을 하는 날이 오길 바라.

마지막으로 내가 학교와 이별을 결심하게 된 노래를 추천하면서 글을 마무리할게.

radiohead- Motion Picture 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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