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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Dec 10. 2023

[자이언티] 이제는 장르가 된

자이언티 3집 'ZIP' 리뷰

벌써 데뷔 12주년이 된 자이언티. 그는 1집인 'Red light'때부터 신선한 충격으로 등장했었지. 너무 건들거려서 약간은 촐싹거리게 들리는 보컬톤과 세련된 비트와 요상한 그루브, 그리고 만화 캐릭터 같은 외형까지.

사실 정규 1집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던 건 '프라이머리'의 [씨스루]가 아닐까 싶어. 2012년 4월 싱글 'Primary And The Messengers'에 수록된 [씨스루]는 10년대 초반 가요계를 휩쓸었던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개인적으로, 트렌디의 정점에 있었던 자이언티가 독자적인 색깔을 갖게 된 건 2집인 'OO' 때부터라고 생각해. 더 블랙 레이블로의 이적, 프로듀서 피제이와의 협업. 이 두 가지 이유 덕분에 자이언티는 가수가 아닌 장르가 되었다고 생각해. 이번 앨범 역시 2집인 'OO'와 비슷한 결이야. Lofi와 Jazz, 농익은 자이언티의 보컬, 피제이의 미친 트랙. 다만 2집과 달라진 건, 좀 더 대중적이라는 거?

'단 한 곡이라도 여러분 취향에 맞는 곡을 발견하실 수 있길' 바란다며 '사랑해요'라는 말을 덧붙인 자이언티. 그의 3'ZIP' 앨범을 들으러 가볼까?


1. how to use(intro)


자이언티 특유의 그루브를 느끼기 가장 좋은 음악은 1집에 수록된 [Doop]이 아닐까 싶어. E.P와 드럼, 베이스로 단순히 구성된 음악이 세련된 자이언티의 보컬을 뒷받침하지 딱 좋지. 2집에 수록된 [comedian] 역시 1집의 [doop]과 같은 느낌이야. 이번 3집엔? [How to use]가 그 역할이 아닐까 싶어. 읊조리듯 나지막한 멜로디와 쫀득한 E.P, 단순한 구성과 마지막 패드 코러스까지. 다음 곡이 기대되게 만드는 intro야.


2. UNLOVE (feat. honne)


1집의 혼네는 분명 굉장히 차가운 음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따듯해지더니 마침내 겨울날 벽난로에 피어오르는 불꽃같은 음악을 하더라고. 그 감성을 오롯이 이어가는 [UNLOVE]. 혼네와 자이언티의 만남이 좀 어색하진 않을까 싶었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거 있지. 둘의 공통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 친화적이 됐다는 점인 거 같아. 둘 다 독자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 대중성까지 잡았다는 것도.


3. 모르는 사람


자이언티가 과거에 발매했던 E.P '미러볼'에 수록된 음악들이 연상되는 [모르는 사람]. 50-60년대 음악처럼 레트로한 곡 구성과 약간은 청승맞은 집시 스타일 기타 리듬, 거기에 우울한 자이언티 목소리가 얹혀 요상한 매력을 줘.

가사 첫 구절이 도끼로 머리를 찍듯이 충격적이게 각인되는데,

'혼자, .

걸쳐 입은 외투에 적힌 글자.'

울면서 춤추는 가련한 장면이 연상되지 않아?

사실 음악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배우 최민식이 등장한 뮤직비디오야. '혼자' 나와 3분을 이끄는 저 흡입력은... 대사 없는 모놀로그가 왜 내 집중력을 빨아들이는지. 왜 대배우인지 알겠더라고. 게다가 생에 첫 뮤직비디오 촬영이래.

음악보다 더 관심이 갔던 건 역시 뮤직비디오였어. 무슨 내용일까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음... 개인적으로는 '인스턴트화 된 유희, 그 후에 오는 고독, 그로 인한 고립.'이 아닐까 싶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해지네.


4.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모던한 스윙 재즈 스타일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진짜 제목 그대로 자이언티가 좋아하는 것들을 읊어. 내가 좋아하는 것들, 영어로 하면 'my Favorite things'잖아. 유명한 스탠다드 넘버 중에 [My Favoite things]란 음악이 있지. 그 곡 가사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유사해. 아마 [my favorite things]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나 싶어. 곡 분위기 자체는 너무 따뜻하지? 요새 날씨가 왜 이리 따듯한가 싶었는데, 날씨도 이번 자이언티 신보를 듣고 있나 봐. 그래서 자연히 따뜻해진 거 아닐까?


5.V (Peace) (feat. AKMU)


자이언티가 이런 음악도 한다고? 듣자마자 토와 테이와 M-flo의 감성이 떠올랐어. DnB 리듬과 시부야케이 느낌이 물씬 풍기는 [V]는 2000년대 내가 즐겨 듣던 그 음악들을 연상시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았던 음악을 꼽자면 역시 [V]가 아닐까 싶어. 그 시절 시부야 케이 음악을 오마쥬했다는 건 가사에서 볼 수 있는데, 가사에 일본어가 나오더라고(あの、人差し指を上げて와 敵わない). 누군가는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시절 시부야 케이 음악이 J-POP이었단 걸 알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 거야. 그때 그 감성을 오마쥬하기 위해 일본어 가사를 삽입했다고 생각해. 뮤직비디오도 일본에서 찍었더라고? 제일 킬링 파트는 역시 다나카가 나온 장면이 아닐까. 다나카 데수. 어? 근데 그 전에 나왔던 사람...M-FLO 아닌가...? 맞지?


6. not for sale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비트야. 왠지 j.cole 느낌도 나고 그래. Jazzy하고. 이번 앨범 중 가장 자이언티스러운 곡을 꼽자면, [Not For sale]이 아닐까.


8. 불 꺼진 방 안에서 (Feat. 윤석철)


자이언티 + 피제이 = 독창성 이라면 자이언티 + 윤석철 = 대중성 인 거 같아. [양화대교]와 [그냥(just)], [No Make Up]과 [눈(Feat. 이문세)]까지. 자이언티의 대중적인 음악들은 윤석철과 협업한 곡들이지. 이 곡은 전작인 [눈]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인 거 같아. 따뜻함 + 대중성, 그리고 농밀해진 자이언티의 보컬까지.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들으면 좋겠지만, 눈이 안 오네. 눈이 오는 날 다시 꺼내 들어봐야지.





이번 앨범은 오마쥬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자신의 전작 앨범을 오마쥬하기도 하고, 지나간 과거의 음악을 오마쥬하기도 했으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빵 하고 터질 음반은 아니라는 거? 다만 잔잔히 계속해서 회자될 좋은 음반이라는 거. 언제나 좋은 음악을 발매해 우리 귀를 즐겁게 해주는 자이언티. 아직 들어보지 않았다면, 오늘 한 번 정주행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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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좀 친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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