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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Dec 17. 2023

[정산] 락은 죽지 않아요

2023년 발매된 락 음반들

뭐야. 12월도 벌써 반이나 지나갔어. 올해는 참 다사다난했던 해였어. 재밌는 일도 많았고 아픈 일도 많았고 뭔가를 새로 계획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폭풍 같았던 한 해를 마친 소감은... 그때 그 주식 사지 말걸.


락이 슬슬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올해 꽤 많은 록 뮤지션들이 앨범을 발매했더라고? 

그래서 준비해 봤어! 올해 발매된 락 앨범들! 아쉽게도 한 두곡만 실린 싱글 앨범은 제외했어. 싱글 앨범까지 포함하면 리뷰할 곡이 너무 많아지거든. 이쯤 되면 힙합의 다음 주자는 락이 아닐까?

(소개 순서는 발매 일자나 순위와는 무관합니다)


1. 실리카겔 E.P - Machine Boy

데뷔한 지 벌써 6년이 되어가는 밴드 실리카겔. 실리카겔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단연 몽환적인 보컬이라고 할 수 있지. 오묘한 텐션음으로 쌓은 코러스와 주단처럼 보드랍고 매끄럽게 깔리는 보컬 믹싱은 실리카겔의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보컬 믹싱이 특이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그 이유는 보컬 창법 자체가 특이해서일 거야. 보통 노래를 '부른다'라고 표현하잖아? 실리카겔의 보컬(김한주)은 노래를 '토해낸다'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절규하듯 노래해. 자칫 잘못하면 거부감이 들법한데, 그 거친 창법을 오묘한 텐션 코러스와 보컬 믹싱이 부드럽게 중화시켜 줘. 그와 반대 매력을 가진 또 다른 보컬 김춘추의 목소리는 아이의 순수함을 지닌 것처럼 맑고 투명해. 개인적으로는 김한주의 보컬이 더 마음에 들어. 개인적으로 평양냉면보다 함흥냉면을, 설렁탕보다는 매운 순댓국을 좋아하는 내 기호 때문일 거야. 자극적인 게 좋거든.

보컬의 미끈함과는 대비되게 전체적인 사운드 자체는 꽤 강렬해. 그렇다고 또 완전히 날 것의 느낌은 아냐. 정제된 파괴력이랄까? 독보적인 시니컬함을 지닌 실리카겔. 왠지 모든 걸 파괴하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받았을 때 듣는 걸 추천할게.


2. 카디 정규 1집 - Inside Out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시즌 2에서 결성된 밴드인 카디는 특이하게 거문고가 포함된 밴드야. 방송으로 인해 구성된 팀이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지. 팀명인 카디는 심장을 뜻하는 접두사 Cardi-(Ex : cardi-ac [심장(병)의], Cardi-o [심장 강화 운동] 등등)의 앞글자를 K로 바꿔 한국적인 색채를 담으려 했고,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할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대. 이 글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나와 같은 K 러버였다니'

나 역시 K-POP 칼럼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Column의 앞글자를 k로 바꿔서 K-olumn이라고 지었거든.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어쨌든.

카디는 꽤 트렌디한 음악을 하고 있어. 빌보드 차트에 올라도 손색없는 팝음악을 락으로 편곡한 느낌이 들거든. 특히 카디의 보컬인 김예지의 목소리는 어떤 장르에 특화된 보컬이라기보다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보컬이라는 느낌이야. 거친 소리도, 부드러운 소리도 자유자재로 내는 걸 보면 진짜 괴물이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 왠지 제2의 조유진(체리필터)이 될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거 있지. 

새로운 색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카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밴드야.


3. GUMX(검엑스) 정규 4집 - EMOTIONAL TRASH

누군가가 '정통'과 '펑크락'이란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한다면 기타로 그의 머리를 부수라,라는 말이 있을 만큼 펑크락은 자유롭고 탈형식화된 음악이야. 근데, 머리통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물론 정말 부수러 온다면 바로 말을 바꿔야겠지) 정통 펑크락이란 말을 써야 할 만큼 견고한 색을 유지하는 밴드가 있어. 바로 지금 소개할 GUMX(검엑스)야.

검엑스는 2003년에 데뷔해 무려 20주년이나 된 밴드야.  사실 검엑스는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밴드인데, 1집인 'What's been up?'은 일본에서 5만 장이나 판매되었고 타이틀곡인 'Hymn To Love'는 일본 방송국인 TBS의 스포츠 프로그램 '수퍼사커'의 오프닝과 엔딩 테마송으로까지 쓰였었지. 게다가 2집인 'Green Freakzilia?'는 10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렸어. 이쯤 되면 왜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지. 그 이유는 주로 일본에서 활동해서였을 거야. 음반 계약을 일본 소속사와 했었거든. 

검엑스는 몰라도 옐로우 몬스터즈를 아는 사람들은 몇 있을 거야. 옐로우 몬스터즈의 보컬인 이용원이 검엑스의 보컬이거든. 2010년, 옐로우 몬스터즈 결성으로 인해 검엑스는 긴 휴식기에 들어갔었지. 그 때문에 3집을 발매한 후 15년 만에 4집이 나온 거야.

이번 앨범 'EMOTIONAL TRASH'는 펑크록이 한창 유행했던 2000년대 후반을 연상시켜. 그때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곡들이거든. 사실 펑크록에 '곡이 어떻니, 사운드가 어떻니, 코드 진행이 어떻니'하는 말은 필요 없어. 펑크록은 장르가 아닌 정신이거든. 펑크록의 정신이 뭔지 궁금하다고? 그럼 검엑스 4집을 전부 들어보길 추천할게. '정통 펑크록'이거든. 아, 누가 내 머리통을 부수러 오고 있어서 잠시 도망 좀 갈게.


4. 게이트 플라워즈 E.P - ALL IN

게이트 플라워즈가 돌아왔어! 2015년 이후 8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고 해. 보컬인 박근홍의 매력 넘치는 보컬은 여전하더라고. 쫀득한 사운드들은 또 어떻고. 검엑스도 그렇고 게이트 플라워즈도 그렇고 올해 활동을 재개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 코로나의 종식 선언 덕분 아닐까? 마스크를 풀었으니 소리를 질러야지. 소리 지를 땐 역시 락 아니겠어?

이번 E.P 앨범을 '싱글 앨범'이라고 표현하더라고? 트랙이 6개나 되는데 웬 싱글? 그런데 앨범을 들어보니 왜 싱글이라 표현했는지 알 것 같더라. 6곡 중 3곡이 올인(한국어 버전, 영어 버전, Instrumental)이었고 나머지 3곡은 연주곡이더라고.

올인은 다들 알다시피 베팅 게임에서 쓰이는 말이야. 내가 가진 돈을 전부 거는 행위지. 내가 가진 돈을 전부 걸 때는 어떤 상황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에게 좋은 패'가 들어왔을 때라고 말할 거야. 보통 그런 경우에 쓰이지. 근데 전혀 반대의 경우에도 올인을 하곤 해. 바로 '내 기세로 상대방을 죽게 만들고 싶을'때 쓰이기도 해. 이건 엄청난 도박이지. 대개 내 패가 좋지 않은 경우, 블러핑을 위해서 하니까. 상대방이 죽지 않으면 결국 내가 죽을 확률이 높아. 어찌 보면 치킨게임처럼 보이기도 해. 그렇다면 게이트 플라워즈는 왜 [올인]을 주제로 한 노래를 발매했을까? 그들은 앨범 소개에서 이렇게 말했어.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무엇보다 밴드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다짐'이라고. 게이트 플라워즈 활동에 '전부를 남김없이 걸겠다'는 포부를 곡에 담았어. 모든 걸 거는 이에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지. 창공을 향한 그들의 비상을 함께 응원하지 않을래?


5. 터치드 E.P - Yellow Supernova Remnant

Mnet 프로그램인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출연으로 인해 더 유명해진 터치드가 9월 26일 E.P를 발매했어. 이번 E.P는 희망찬 느낌이야. 앨범 설명을 보면, '매일 빛을 발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그 순간을 담은 별의 조각들'이라고 쓰여있어. 와우... 시적이지 않아? 2번 트랙인 [야경]의 설명을 보면 '언제나 찬란한 매 순간을 살고 있는 모든 청춘들에게'라고 쓰여있지. 그래서인지 앨범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기운이 솟아. 자양강장제 같은 앨범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Radiohead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밝은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낯간지러워져. 그래도, 대개 많은 사람들은 이런 위로를 좋아해. 말 그대로 신나게 위로가 되는 앨범. 사람에 치이고 상황에 지칠 때 터치드 노래로 힘 내자고요!


6. 오칠 정규 2집 - The Burning City

오칠은 김설과 윤준홍으로 구성된 2인조 락 밴드야. 2019년에 정규 1집을 발매하고 4년 만에 2집을 발매했어. 2020년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앨범과 최우수 록 노래에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아쉽게 수상하진 못했어. 이때 수상은 잠비나이라는 그룹이 했지. 

오칠의 음악은 왠지 Muse를 연상시켜. 곡 분위기가 유사하진 않아. 그들이 곡에 담은 사상이 Muse와 비슷해서야. Muse 역시 사회 비판적인 음반을 발매해 왔거든. 오칠의 2집 역시 사회 비판적인 앨범이야. 앨범 수록곡 중 [Something's wrong]은 바쁜 도시에서 겨우 살아내고 있지만, 텅 빈 집에 돌아오면 이내 쏟아지는 우울감, 막막함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 정상성에 맞추려 죽음까지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 그 외의 곡들 역시 사회 비판적이야. 그래서인지 곡들의 분위기가 어둡고 조소적으로 느껴지지. 난 좋아. 반골기질이 다분한 내 성격에 잘 맞는 앨범이야. 혹시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 들면, 오칠의 이번 앨범을 들어보길 추천할게.


7. 쏜애플 EP - 동물

쏜애플. [시퍼런 봄]으로 내 맘을 시퍼렇게 얼리더니 [낯선 열대]로 내 맘을 녹인 장본인. 그들이 아주 오랜만에 돌아왔어. 4년 만에. 이 정도면 2023년을 락의 해로 지정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이번 E.P 동물은 전작인 정규 '계몽'보다는 좀 더 부드러워졌어. 약간 쉬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쏜애플의 색깔은 그대로 담겨있지. 앨범 소개 역시 간결해. '너 또한 동물이다'

나는 가끔 나를 부정하고 싶을 때가 있어. 그 무엇도 아닌 나이고 싶을 때.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외모도, 내 DNA도 나를 대변하지 않잖아. 나를 대변하려면 그 모든 것들이 독립적으로 있으면 안 돼. 류선율이란 이름이 세상에 얼마나 많고, 서른 살인 사람이 얼마나 많아. 남자인 사람, 동양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아. 그것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는 나를 대변할 수 없지. 그 모든 것들을 종합해야 내가 되잖아. 그러니 나는 단지 '동물'은 아닌 거지. 생물학적으로는 동물이지만 나를 동물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잖아.

앨범 리뷰하다 말고 왜 개똥철학을 남발하냐고? 이게 이번 앨범의 바이브거든. '동물'의 전곡을 듣다 보면 자아에 대해 생각하게 돼. 질문을 던지는 음악.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의 형태야. A는 A다 가 아닌, A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음악. 쏜애플은 항상 그런 매력이 있었던 거 같아. 질문을 던지는 음악.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그들에게서 질문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

적어도 20년 넘게 더 음악 해줬으면 좋겠는 밴드, 쏜애플. 만약 쏜애플을 처음 만난 거라면, 2집인 '이상기후'를 먼저 듣는 걸 추천할게. 왜냐면, 가장 대중적이거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야.


8. 넬 EP - Dystopian's eutopia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 한국 락밴드하면 떠오르는 밴드 중 하나잖아. 2021년 발매된 정규 9집 이후 2년 만에 발매된 이번 EP. 아니 그것보다, 이렇게 꾸준히 활동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1999년도에 처음 데뷔해 올해로 데뷔 24주년, 내년이면 25주년이 되는 넬. 여전히 활동해 줘서 고마운 밴드. 긴 말 필요 없이 그냥 감상하자는 의미에서 마지막에 넣어봤어.


이번에 소개한 밴드들 말고도 꽤 많은 밴드들이 앨범을 발매했어. 정말, 락의 부흥은 다시 오는 걸까? 만약 다시 온다면, 나 역시 그 시류에 편승해서 앨범 작업을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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